내용요약 행사장에 4000여 명 관객 몰려, 소셜밸류 관심 높아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 지급된 인센티브만 235억원
소셜밸류커넥트(SOVAC) 조직위원장인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개막사를 하고 있다. / 사진=SK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SK그룹 주도로 열리는 민간 최초의 사회적 가치 축제 ‘소셜밸류 커넥트(Social Value Connect·이하 SOVAC)’가 개최함에 따라 SK 최태원 회장의 염원인 사회적 가치 실현이 확대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28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제1회 ‘소셜밸류 커넥트 2019(SOVAC 2019)’ 행사가 개최됐다. SOVAC 사무국 측은 이번 행사의 주제를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 소셜 밸류의 시대가 온다’로 정했다.

SOVAC 조직위원장인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개막식에서 “이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때”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그동안 각자 상상해 온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밖으로 꺼내 이야기하고 서로 연결 해보자”고 제안했다.

개막 세션에서는 사회적 기업 ‘크레파스’ 김민정 대표,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임형준 한국사무소장, 탤런트 차인표씨 등이 각자 추구해온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소개했다.

먼저 차인표씨는 “지난 2005년 아내 신애라씨와 협의해 딸아이를 공개 입양하기로 결정한 후우리의 사례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공개입양의 증가로 이어졌다”며 “개인적 결정으로 실천했던 가치실현은 사회적 가치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파스 김민정 대표는 “금융거래 실적이 없어 대출이 어려운 청년층을 위해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낮은 이자로 대출을 중개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 대학생 등 청년들이 돈이 조금 부족하다는 이유로 꿈을 좌절하지 않게 됐다”며 그간의 사회적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를 운영중인 김정호 대표(네이버 공동창업자),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정성미 부사장, 김태영 성균관대 교수, 김종걸 한양대 교수 등 6명이 국내외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공사례, 정책적 지원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SOVAC은 SK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말 사회적 가치 축제 개최를 제안한 것이 발단이 됐다. 최 회장은 본인의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선 누구나 장벽 없이 참여하고 교류하는 장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호응하면서 이 같은 행사가 마련됐다.

이에 SK를 비롯해 롯데마트,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 등의 일반 기업과, 사회적 기업(베어베터 등), 공공기관(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KOTRA, KOICA 등), 대학 및 연구소(서강대, 명지대 등), 비영리재단(행복나눔재단 등)을 포함해 80여 개 단체 및 기관 종사자들이 참여했다.

여기엔 최 회장의 동거인 김 모 이사장이 2017년 공동 설립한 티앤씨(T&C) 재단이 포함되면서 공식석상에서 등장할 지도 관심이 쏠렸지만 현장에서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티앤씨 재단은 국내외 학술·장학사업 등을 하는 공익재단으로, 재단 이사회는 최 회장과 친족 관계로 규정된 김 이사장 외에 비상임 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SOVAC 행사장을 찾은 일반 관람객들이 사회적 기업의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행사는 첫회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과 대학생들의 참여도 많았다. SOVAC 사무국은 “당초 행사 참여 인원을 최대 2000명 선으로 예상했는데 배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며 “지난 21일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참가 등록 인원이 5000여명을 넘어서자 행사장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사전접수를 조기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행사에는 다양한 주제의 소규모 선택 세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과 ‘친환경 소셜벤처 성장촉진 방안’, ‘국내 임팩트 금융의 시작과 과제’ 등 모두 20여개의 세부 세션이 마련됐다.

일반 관람객이 사회적 기업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스 50여개도 설치됐다.

이외에도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어워드도 진행됐다. 최 회장이 제안해 시작된 SPC 제도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금전적으로 보상해 주는 제도로 올해 제 4회를 맞아 SOVAC에서 진행된 것이다.

SK에 따르면 SPC를 통해 지난해까지 3년간 130개 사회적 기업이 148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고, 올해는 188개 사회적 기업이 사회성과 456억원을 창출한 것에 상응해 87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이로써 지난 4년간 사회성과인센티브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들이 창출한 사회성과는 총 1078억원이며, 이들에게 지급된 인센티브는 235억원에 달한다.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최 회장은 “SOVAC은 보다 많은 사람이 사회적 가치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공감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연결과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OVAC 사무국은 이번 행사를 세계적 수준의 사회적 가치 행사로 키워나가고, 시민들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교류하며 협력과 연대를 키워가는 네트워크 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편 사전등록 마감 등으로 행사장을 찾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 서비스인 ‘옥수수’를 통해 SOVAC 행사 실황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SOVAC 행사장 입구에 참여 기업들에 대해 나와있다.

◇SK그룹 차원의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도 구축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 하는 이유는 '장기적인 기업의 생존을 위한 것'이란 오랜 지론 때문이다. 기업이 오랫동안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최 회장은 “측정(measure)할 수 없는 것은 관리(manage)될 수 없다”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기부와 같은 단순히 비용 지불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넘어 기업의 경영활동, 투자, 신사업 추진 등을 올바른 방향에서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 경영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 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말한다.

이를 핵심적으로 설명한 단어가 ‘더블보텀라인(Double Bottom Line, DBL) 경영’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 듯 같은 기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SK는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의 공동 연구, 관계사 협의 등을 통해 측정 체계를 개발해 왔다. 측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대학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 교수,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가들이 자문 역할을 했다.

공표 방식과 시점은 각 사별로 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 때 밝히거나 지속가능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자율로 정하게 된다. 또한, 앞으로 매년 측정 결과를 공개하고, 관계사별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50%를 반영하기로 했다.

SK에 따르면 각 관계사들이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크게 3대 분야로 나뉜다.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등이다.

세부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형희 SV위원장은 “SK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원사인 16개 주요 관계사 중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사의 지난해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먼저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2.3조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조 1884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6조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원을,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9.9조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4563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60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각각 측정됐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비즈니스 사회성과가 마이너스로 나온 것은, 생산 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환경 항목의 측정값으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또 SK텔레콤은 지난해 일시 통신장애로 고객들에게 제공한 피해 보상액 등은 마이너스 성과로 측정했다.

SK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기업들의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SK 관계자는 “각 사는 이번에 산출한 측정값을 기준 삼아 개선 목표를 정하게 된다”며 “그러나 아직 측정 시스템에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고 설명하며, 지속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측정결과 공표를 독려했다.

SK는 또 향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서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회계정보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현대 회계시스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되기까지 100년 이상이 걸렸다”며 “SK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기업 경영방식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항수 PR팀장(부사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은 DBL 경영을 동력으로 ‘New SK’를 만들기 위한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딛은 것”이라며 “처음 시도하는 만큼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