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기업들 수혜 예상되지만 보복성 조치가 두려워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국내 IT 업계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동참 요청에 난감한 상황을 보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정부의 무역갈등에 한국이 동참할 경우 어느 쪽으로든 보복성 조치가 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화웨이가 생산하는 P20과 P30 등의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꼽힌다.

화웨이의 주요 스마트폰 제품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중국의 BOE가 주요 공급사로 이들에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받아 왔다.

또 저장장치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시바 등이, 메모리는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주요 공급사다. 카메라 모듈은 LG이노텍이 제공하고 있는 등 국내 전자업계와 중국 화웨이와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화웨이가 지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한 금액은 100억달러(약 11조8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전체 금액의 6.1%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중국 비중은 더욱 높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중국 매출은 3조16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도 15%에 달한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주요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등 중국과의 마찰이 빚어질 경우 생산에 차실이 생길 수도 있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의 송명섭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시기에 따라 반도체 매출의 5~1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화웨이 스마트폰이 감소하면 매출이 축소할 수 있지만 화웨이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구매처를 마이크론, 인텔 등 미국업체에서 한국 업체들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대규모 수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에게 수혜가 예상되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지난 2017년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롯데마트가 중국내에서 철수하는 등의 사태를 겪은 후라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미국이 중국과의 거래를 문제 삼아 제 3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실행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다만 최근 미국 정부 측이 국내에 요청한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에 대해 주요 IT 기업들은 당장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직접적인 매출 타격 우려도 있지만 개별 기업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데다 파장을 감당하기도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화웨이와의 기존 거래에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며 “내부적으로 화웨이 사태를 주시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정부에서 별다른 지침이 없는 만큼 개별 기업이 섣부르게 나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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