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극장가에 여풍(女風)이 시작된 지 오래다. 지난 2년간 영화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일어난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계기가 됐다.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듯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가 속속들이 제작되는 가운데 여성 히어로도 늘어나고 있다. 할리우드와 국내에서 여성 히어로가 통용되는 시대. 여성 히어로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 흥행 걱정 No..좋은 성적 낸 여성 히어로물

영화 '캡틴 마블'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최근 몇 년 사이 개봉한 여성 히어로물은 비교적 좋은 흥행 성적을 보였다. 지난 2017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원더우먼’은 기대 이상의 성과물을 냈다. 국내에서 216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비단 할리우드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해 개봉한 한국영화 ‘마녀’는 국내에서 31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 230만 명을 뛰어넘었다. 신인배우 김다미를 비롯해 대중에게 다소 생소한 신선한 주인공들을 내세운 작품임에도 거둔 성적이라 의미가 더욱 깊다. 현재 속편을 구상 중이며 내년 촬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3월 개봉한 마블 첫 여성 솔로무비 ‘캡틴 마블’은 국내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관객 수 581만 명을 모으며 흥행했다. 개봉 전 캡틴 마블로 분한 브리 라슨이 페미니스트라는 점, 영화에 페미니즘적 메시지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남성들로부터 평점 테러를 받은 게 무색할 만한 성과를 냈다.

■ 시대가 원하는 여성상 투영

영화 '엑스맨: 다크피닉스' 스틸./소니픽쳐스 제공.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캡틴 마블’을 통해 보여준 할리우드 여성 히어로 대열에 ‘엑스맨’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엑스맨: 다크 피닉스’도 합류한다.

다음 달 5일 개봉을 앞둔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엑스맨을 끝낼 최강의 적 다크 피닉스로 변한 진 그레이(소피 터너)와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을 걸고 맞서야 하는 엑스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특히 이번 영화는 히어로와 빌런이 모두 여성 캐릭터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다크 피닉스라는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여성 서사를 강조했다. 사이먼 킨버그 감독은 “이번 작품은 엑스맨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중심 스토리”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소피가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관련된 신들도 매우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배우들의 내한 전 공개된 30분 남짓한 푸티지 영상에도 여성 히어로 진 그레이의 활약이 담겼다. 진 그레이가 다크 피닉스로 변하기 전 위기에 빠진 이들을 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는 국민들의 환대에 심취해 엑스맨 멤버들의 소중함을 잊는다. 이에 미스틱(제니퍼 로렌스)는 여성들이 늘 남성을 구했다며 “이 참에 이름도 '엑스우먼'으로 바꾸는 게 어때”라는 대사를 날리기도 한다.

‘엑스맨’ 시리즈가 여성 히어로를 내세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그니토 역으로 소피 터너와 대립각을 세운 마이클 패스밴더는 “진 그레이는 가장 강력한 캐릭터다”라며 “소피 터너의 연기를 보고 놀란 적이 많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등장할 마블 스튜디오의 새 작품 ‘이터널스’도 제작이 확정됐다. 한국 배우 마동석이 출연을 조율 중인 작품으로 일찌감치 안젤리나 졸리가 주인공 역을 맡았다. 수백만 년 전 실험을 위해 지구에 온 외계인에 의해 탄생한 초인적 종족 얘기로, 그리스 신화 속 마녀캐릭터에 기반을 뒀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한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활약한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의 솔로무비도 내년 개봉 예정이다. 마블 영화 4단계를 열 작품으로 유력하다. 스칼렛 요한슨 외에 플로렌스 퓨, 레이첼 와이즈 등이 캐스팅됐다. 호주 독립영화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처럼 작품 속 여성 히어로들은 단순히 남성 캐릭터의 조력자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여성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국 슈퍼히어로는 시대가 갖고 있는 인물의 이상형일 수 있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 이런 것들을 투영해서 만들어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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