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그야말로 ‘기생충’ 시대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최고상 황금야자상을 거머쥔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흥행 중이다. 개봉 첫 주에만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비수기 극장가를 점령했다. 봉준호 감독이 스포일러 유출 자제를 당부했지만 이와 별개로 포털사이트 검색어에는 ‘기생충 해석’이 개봉 후 이틀 내내 올라왔다. ‘기생충 후기’ ‘기생충 모스부호’ 등도 연관검색어로 떠오른 가운데 영화에서 눈에 띄는 이모저모를 짚어봤다.

■ ‘기생충’ 닮은꼴은 ‘어스’?

‘기생충’은 가족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의 장남 기우(최우식)가 친구의 도움으로 박사장(이선균)네 딸 다혜(현승민)의 영어 과외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영화다.

봉 감독은 ‘기생충’ 기획 단계에서 ‘데칼코마니’라는 제목을 후보에 올려두기도 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이 부모, 아들, 딸 등 4인 가족으로 구성됐지만 부자 가족에게 기생해야 하는 다른 한 가족이 주인공이다. 같은 관계의 구성원이지만 부자와 가난한 자로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에서 영화 ‘어스’와 설정이 비슷하다는 의견도 많다.

봉 감독은 극명하게 다른 환경을 살아가는 부자 가족, 가난한 가족을 설정하며 전형성에서 탈피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며 “가난함과 부유함 사이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킬 수 없는 선에 갔을 때 나오는 파국의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배우들의 호연을 보는 재미

영화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송강호를 필두로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의 각양각색 연기가 극을 풍성하게 수놓는다.

봉 감독과 벌써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송강호는 감탄을 자아내는 연기를 펼친다. 특유의 ‘서민적’ 유머뿐 아니라 강렬한 눈빛 연기로 반전을 오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극의 말미 기택의 불안정한 표정과 혐오에 가득 찬 눈빛을 완벽히 표현한다.

상류층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이선균과 조여정의 연기 역시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특히 조여정의 연기가 일품이다. 조여정은 똑똑한 체 하지만 사실은 허술한 연교를 매력적인 연기로 표현한다. 특히 극 중 인물들 중 가장 많은 대사량을 소화했음에도 흔들림 없는 발성과 발음으로 몰입을 돕는다.

전작 ‘옥자’에 비해 “분량이 많아서 좋았다”는 말로 개봉 전부터 온라인에서 ‘어록’을 남긴 최우식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얼굴을 고스란히 녹여낸다. ‘계획’이 있지만 결국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을 살게 되는 고단한 청년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연민을 자아내는 연기로 표현한다. 최우식은 봉 감독이 직접 작사하고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곡한 OST ‘소주 한 잔’을 직접 부르기도 했다.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울려 퍼지는 노래로 힘겨운 생활고 속에서도 꾸역꾸역 살아가는 기우의 처지가 유머러스하고 처연하게 담겼다.

박소담 역시 시크하고 똑 부러진 성품을 지닌 기정 역으로 분해 최우식과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준다.

비중에 비해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이정은은 극의 장르를 뒤바꾸는 장본인이다. 또 개봉 전부터 봉 감독이 존재를 숨겨놓은 박명훈은 영화의 ‘신 스틸러’로 제대로 활약한다.

■ 종북 개그 설정은 왜 나왔나

여느 영화가 그렇듯이 ‘기생충’에도 감독의 의도가 궁금한 장면이 나온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종북 개그’다. 박사장네 가사 도우미 역 이정은은 극의 후반부에서 돌연 종북 개그를 펼친다. 이에 대해 일부 관객들은 영화가 정치적 색깔을 띤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그 장소가 북한과 관련이 있어서 나온 것일 뿐이다. 북한이 쳐들어오면 숨을 곳이니까 ‘북한 덕에 우리가 여기서 사네’라는 자조적 유머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걸 이정은이 잘 살려줬다‘며 ”그런 맥락일 뿐 조롱의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영화에는 JTBC 기자들이 등장한다. 실제로 ‘뉴스룸’에 출연한 기자들이 영화 속 뉴스 장면에 나와 사건을 보도한다. 영화가 끝나고 뜨는 엔딩 크레디트에는 감사를 표하는 이들 중 손석희 JTBC 사장의 이름이 뜨기도 한다. 봉 감독은 지난 2017년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룸’에 출연한 바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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