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주 뿐만 아니라 막걸리, 위스키까지... 달라진 음주 문화가 한몫
일각에선 주류의 저도화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 보여... 기존도수의 주류 원하는 소비자도 많아

[한스경제 임세희 기자] 최근 폭음 대신 건강을 생각해 몸에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술을 즐기는 음주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주류 트렌드를 반영하듯 주류업계에도 ‘저도수 열풍’이 불고 있다.

한 대형마트 주류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6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업체들이 기존 제품의 알콜 도수를 낮추거나 저도수의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소주 부문에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무학의 '좋은데이', 한라산소주의 '한라산 17'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1924년 출시 당시만 하더라도 알코올 도수가 35도나 됐다. 이후 참이슬은 6차례에 걸쳐 조금씩 도수가 낮아졌다. 심지어 지난 3월에는 초기 제품보다 18도 낮아진 17도가 됐다. 절반 가량 낮아진 셈이다. 이에 경쟁제품인 롯데주류의 처음처럼과 무학의 좋은데이의 도수도 16.9도까지 낮아졌다. 최근 한라산소주도 지난 6일 저도주 소주 신제품 한라산17를 출시해 저도수 시장에 합류했다.

다른 주종도 마찬가지다. 서울장수주식회사의 '인생막걸리'와 지평주조의 '지평 생 쌀막걸리', 저도수 위스키 '골든블루' 등이 대표적이다. ‘장수막걸리’를 대표 제품으로 한 서울장수주식회사는 지난해 10월 인생막걸리를 선보였다. ‘막걸리는 6도'라는 공식을 깨고 1도 낮춘 5도로 출시, 4개월 만에 100만병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평주조도 기존 제품인 지평 생 쌀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를 6도에서 5도로 낮췄다. 그 결과 2010년 2억 원에 불과했던 지평주조의 매출은 2015년 45억 원으로, 2016년엔 62억 원, 2017년 110억 원, 지난해엔 166억 원으로 급격히 증가하며 낮은 도수의 인기를 증명했다.

한 대형마트 막걸리 판매대에서 소비자가 막걸리를 고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독주인 위스키에도 이런 트렌드가 반영됐다. 40도라는 공식을 깬 저도수 위스키 골든블루는 지난해 기준 누적판매 3650만 병을 달성하며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저도주 열풍 배경에는 달라진 음주 문화와 빠르게 성장하는 여성의 주류 소비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류 문화가 예전과 달리 홈술(집에서 먹는 술), 깔끔한 1차 등으로 대변되는 만큼,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저도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 “젊은 층의 저도수 선호 경향과 소비자 선택 다양화 추세가 맞물려 저도주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주류시장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어, 당분간 저도주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최근 여성 음주율은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7년에는 월간 음주율 62.1%를 기록했다”며 “그동안 50% 미만이었던 점을 생각해본다면 가파른 상승세다”고 주류 시장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선 주류의 과도한 저도화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수가 너무 낮아져 술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소주 판매량은 17도인 참이슬 후레쉬가 70%, 20.1도인 참이슬 오리지널이 30%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높은 도수의 술을 원하는 소비자도 아직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 종류에 따라 소비자들의 음주 방식이 현저히 다르다”며 “지금도 소주를 취하기 위해 먹는다고 말하는 소비자가 있어 앞으로도 도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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