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범죄액션극 ‘악인전’은 국한된 장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 개봉 전부터 칸 필름마켓 등을 통해 총 174개국 판매, 할리우드 리메이크 확정 등 낭보를 전했다. 개봉 후에도 손익분기점(200만 명)을 돌파한 33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이 같은 흥행은 주연배우들의 돈독한 팀워크가 있기에 가능했다. 촬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열한 기싸움이 아닌 상대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의 이야기다.

- ‘악인전’의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나.

배우 마동석./키위미디어그룹 제공.

마동석=“내가 연기한 장동수는 이전의 캐릭터들과 달랐다. 무게감과 살벌함이 동시에 공존했다. 또 조직폭력배 두목과 형사가 손을 잡고 연쇄살인마를 잡는다는 설정도 색달랐다. 이 설정 자체를 할리우드에서 좋아하기도 했다. 시나리오에도 예상 못한 디테일이 숨어 있었다.”

김무열=“통쾌했다. 작품 속 메시지가 다양하고 깊이가 얕지도 않다. 그런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고 군데군데 장치를 심어놓은 듯 한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었다. 진지한 이야기를 무게 잡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시나리오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 상태도 심각했다. 그런데 그 안에 위트가 있었다. 신선했다.”

김성규= “사실 오디션 바로 전날 여행을 갈 계획이었다. 급하게 대본을 받았는데 조직 보스와 형사의 케미스트리와 이야기에서 흥미를 느꼈다. 연쇄살인마 K역을 내게 제안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채워나갈 수 없겠지’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범죄도시’ 이후 처음으로 큰 역할을 맡았으니까.”

-캐릭터들의 대립 구도가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캐릭터가 돋보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을 텐데.

마동석=“워낙 김무열, 김성규가 유연하다. 서로 캐릭터를 살려줬다. 폭력이 난무하고 피가 튀는 설정은 싫지만 ‘컷’하는 순간 정말 화기애애했다. ‘범죄도시’ 때와 비슷하다. 이번 영화로 김무열을 좋아하게 됐다.”

배우 김무열./키위미디어그룹 제공.

김무열=“(마)동석이 형이 대단하다는 걸 몸소 느낀 현장이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았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나한테 도움이 많이 됐다. 또 사람 자체가 대중에게 주는 에너지가 있지 않나. 물론 이번 영화에서 ‘흑화’됐다고 표현하긴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사랑하는 심리도 있을 거라고 본다.”

김성규=“‘범죄도시’ 때는 마동석 형과 만나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 이번에 실질적으로 만난 셈이다. 굉장히 편했다. 액션은 두말할 것 없이 좋았다. 현장감으로 상황을 비틀기도 하는데 찍고 나면 ‘아, 저걸 예상하고 하신 거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김무열 형은 첫 촬영 때 같이 만나서 대사를 하는 신이 있었는데 정말 공기가 달랐다. 섬세하게 캐릭터에 몰입한 모습을 보며 나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영화를 찍으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마동석=“문신을 하는 게 힘들었다. 털을 다 제모 해야 하니까 그게 너무 아팠다. 굉장히 힘들었다. 촬영 전날 털을 다 밀어야 하고 당일에 4시간 정도 먼저 도착해서 문신을 만든다. 뗄 때는 약품을 써서 여러 명이 때 밀듯이 밀어낸다.”

김무열=“오히려 힘든 장면이 없었다. 액션도 생각보다 너무 편하게 찍었고 일단 배우들과 사이가 너무 좋았다. 현장에 가는 게 늘 즐거웠다.”

배우 김성규./키위미디어그룹 제공.

김성규=“캐릭터를 위해 살을 7KG정도 뺐고 마지막엔 56KG까지 빠졌었다. 연쇄살인마 역이라 근육 있는 마른 몸을 유지해야 했다. 촬영 3일 전에는 아침과 저녁에 운동하고 사우나에 갔다.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밤에도 많이 걸었다. 걸으면서 생각도 많이 했다.”

-마동석의 경우 ‘이터널스’를 통해 할리우드 진출이 가시화됐다.

마동석=“우리가 하기 힘든 소재를 할리우드 영화에서 하는 걸 볼 때 부러웠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영화가 나왔으면 싶더라. 10년 전에는 ‘네가 배우를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단역 ‘어깨4’로 나오는 게 어떠냐, 제작부 일을 배우는 게 어떠냐는 말도 들었다. 할리우드를 가는 것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저는 나중에 내가 프로듀싱한 영화를 할리우드 박스오피스에 배급하고 싶다. 그쪽에서도 한국영화가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김무열=“할리우드 진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일단 한국에서 더 열심히 활동하는 게 목표다. 작품 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싶다. 10년 후쯤 되면 동석 형과 할리우드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할리우드에서 ‘악인전’을 리메이크하려는 이유는.

배우 마동석./키위미디어그룹 제공.

마동석=“살인마를 잡기 위해 형사와 조폭이 공조한 콘셉트를 좋아한 것 같다. 액션영화에서 내가 매번 비슷한 주먹질을 하는 것 같지만 잘 보면 기술들이 다 다르다. 근데 그 기술이 아닌 것처럼 보여야 하는 게 있다. ‘악인전’이 그렇다.”

-사실 ‘악인전’은 캐릭터들의 상황이나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혹자는 ‘서사가 없다’고 평가하기도 하는데.

김무열=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들의 입장에서 이 인물을 표현하는데 서사나 감정의 변화들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너무 무겁게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았으면 했다. 특히 김성규가 연기한 K가 가장 서사가 없다. 나는 김성규가 연기한 K를 보며 눈빛, 행동들을 상상했다. 이 인물에 대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연기를 했다고 느꼈다. 그런 연기가 정확히 관객에게 다가가지는 않더라도 어떤 느낌으로 분명히 전달될 것이다. 인물의 심리변화나 서사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장르적인 재미가 돋보였다.”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마동석=“영화 보러 오신 분이 재미있다고 하는 말이 제일 듣기 좋다. 엔터테이닝을 위해 만든 영화니까. 또 ‘??이 나온 영화가 재밌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 좋다.”

배우 김무열./키위미디어그룹 제공.

김무열=“어떤 평가를 내릴 지는 관객의 몫이다. 어떤 평가든 받아들이는 자세가 돼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 영화로 통쾌함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김성규=“장르를 떠나서 현실적으로 리얼하게 받아주셨으면 ‘진짜 같다’ ‘믿을 만하다’ 이런 말을 듣고 싶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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