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의 시저스킥] 이광연의 선방쇼... '멘탈 싸움의 끝판왕' 승부차기의 비밀들
[박종민의 시저스킥] 이광연의 선방쇼... '멘탈 싸움의 끝판왕' 승부차기의 비밀들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9.06.1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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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연이 9일(한국 시각)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세네갈과 8강전에서 상대 슈팅을 선방하고 있다. /KFA 제공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골키퍼 이광연(왼쪽에서 2번째)이 9일(한국 시각)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세네갈과 8강전에서 상대 슈팅을 선방하고 있다. /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지난 9일(이하 한국 시각)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의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한국-세네갈의 8강전 승부차기 2-2 상황. 한국 대표팀의 수문장 이광연(20ㆍ강원 FC)은 세네갈 4번째 키커 디아 은디아예의 슈팅 방향을 재빨리 읽고 몸을 날려 선방을 해냈다.

승부차기 초반 2회 연속 실축한 한국이 결국 3-2로 역전하는 계기가 됐던 시작점이었다. 대표팀 5번째 키커 오세훈(20ㆍ아산무궁화)의 슈팅은 상대 골키퍼 디알리 은디아예에게 막혔지만, 주심은 골키퍼가 먼저 움직였다며 오세훈에게 재차 슈팅을 지시했다. 오세훈은 2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세네갈의 마지막 키커 카뱅 디아뉴가 공을 공중으로 띄우면서 한국의 3-2 승리가 확정됐다.

이광연은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0-1 패)과 남아프리카공화국(1-0 승), 아르헨티나(2-1 승)를 상대로 2승 1패를 기록하는 동안 2실점(3골)만 내주며 16강 진출에 공을 세웠다. 일본과 16강전(1-0 승)에서도 무실점으로 상대를 틀어 막은 이광연은 세네갈전에선 비록 연장 전후반 포함, 총 3골을 내주긴 했지만 승부차기에서 결정적인 선방을 해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확률상으론 키커, 심리적으론 골키퍼가 ‘우위’

한국-세네갈전에서 알 수 있듯이, 승부차기는 ‘멘탈 싸움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m 룰렛’으로도 불린다. 과학 및 수학적 원리와 심리적 요인이 함께 녹아 있다. 키커가 찬 공은 시속 약 90~120km 속도로 골문에 도달하는 데 그 시간은 0.4∼0.5초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골키퍼의 반응 속도는 반응 시간 0.15초와 동작발현시간 0.25초, 이동시간 0.2초를 더해 약 0.6초가 소요된다. 골키퍼는 결국 상대가 공을 차기 전 그의 시선과 골반이 틀어진 각도, 발이 향하는 방향 등을 보고 미리 방향을 정해 몸을 날려야 선방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론적으로 승부차기에서 키커가 골을 넣을 확률은 90% 내외로 알려졌지만, 중요한 경기에선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공격자인 키커가 유리할 것 같지만, 사실 심리적으론 골키퍼가 훨씬 우위에 있다. 골키퍼들은 이미 실점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몸을 날릴 수 있다. 하지만 키커들은 실축할 일말의 가능성 때문에 심적으론 매우 불안한 상황에 놓인다.

지난 1994년 FIFA 미국 월드컵 결승전 로베르토 바조(52)의 실축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의 간판 스타 바조는 브라질과 결승전 승부차기 2-3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마지막 5번째 키커로 나섰지만, 공을 골대 위 방향으로 차면서 고개를 숙였다. 한준희(49) KBS 축구 해설위원은 9일 “승부차기에서 키커의 도움닫기 거리가 길 경우 공이 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바조의 당시 도움닫기 거리도 상당히 길었다. 멀리서부터 뛰어오던 바조의 발끝에는 힘이 실렸고 결국 공은 골대 위쪽 허공을 갈랐다. 승부차기 실축으로 월드컵 우승을 날려버린 사례다.

◆전문가 “키커들 스스로 이미지 트레이닝 하기도”

ABAB 방식이냐 ABBA 방식이냐도 승부차기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ABAB 방식은 후축이 불리하다는 지적으로 2017년 FIFA U-20 월드컵부터 'ABBA' 방식이 시범 도입됐지만 축구 규정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지난해 11월 연례회의에서 새로운 승부차기 방식이 복잡하고 별다른 성과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포츠 심리 전문가인 김병준 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키커들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스스로 중요한 노력들을 한다”며 “셀프 토크를 하거나 골을 넣었을 때 이미지를 머릿 속에 그리는 심리 기법을 활용한다”고 소개했다. 승부차기 대비를 위해 심리 치료사가 고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월드컵 사상 승부차기에서 가장 약한 모습을 보였던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리버풀 FC 스포츠 심리치료사 출신인 스티브 피터스를 고용해 특별 훈련을 실시했다.

승부차기는 흔히 수학적 확률과 과학이 지배하는 게임이지만, 때론 심리적인 요인으로 역설적인 상황이 일어나는 복잡하고 미묘한 세계다. 남은 U-20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승부차기 접전이 또 나올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