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준 “‘암살’ 안경원 직원이 저예요”
[인터뷰] 김태준 “‘암살’ 안경원 직원이 저예요”
  • 황지영 기자
  • 승인 2016.05.24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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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영화 ‘암살’의 후광을 본 사람은 비단 주연배우뿐만이 아니다. 안경원 직원 역으로 잠깐 얼굴을 비춘 배우 김태준에게도 한줄기 빛이 내렸다. 2006년 ‘천하장사 마돈나’로 데뷔해 ‘미스터고’ ‘방황하는 칼날’ ‘소수의견’ ‘두근두근 내 인생’ ‘조선마술사’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는데 ‘암살’만큼의 주목은 처음이다. 작은 역할이었지만 전지현과 호흡을 맞추니 임팩트는 컸다. 그렇게 ‘암살’은 김태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암살’ 때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누군가.

“동료들이다. 그동안 나를 소개하려면 어떤 장황한 설명이 필요했는데 이젠 ‘안경원 직원’ 딱 다섯 글자면 끝난다면서 같이 좋아해주더라.”

-전지현은 어땠나.

“너무 털털하셨다. 바로 앞에 앉아계시는데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 선배님이 ‘긴장하지마요~’라고 해주셨는데 그 말에 더 긴장됐다. 리허설 때 선배님께 얼굴에 손을 대냐고 여쭸는데(극중 안경원 직원이 윤옥에게 안경을 씌운다) ‘드루와 드루와’(들어와) 라며 재미있게 응수해주셨다. 그 때부터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최동훈 감독의 조언이 있었는가.

“감독님은 배우들에게 형이라고 부르시더라. 나한테 ‘태준이 형, 우리 싹 다 잊고 다시 해보자’라며 의견을 같이 공유할 기회를 많이 주셨다. 감정을 연기하지 말고 상황을 연기해줬으면 한다는 조언을 들었는데 참 마음이 편했다.”

-‘암살’까지 오는데 약 10년이 걸렸다.

“어머니가 성악을 하셨고, 아버지가 무대미술 쪽을 하셔서 연기 쪽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연극영화과를 해볼까 해서 입시학원을 한 달 다니고 경희대에 합격했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 빛을 보리라 확신했다.”

-쉽지 않은 길인데.

“상처 많이 받았다. 현장에서 배우가 교체된 적도 있고, 없어진 적도 있고. 1988년생인데 실제 나이가 맞느냐는 이야기도 정말 많이 들었다. 외모만 보면 연기 2~30년 한 것처럼 인다. ‘밀정’ 미팅 때도 선배님소리 들었다. 하하.”

-현장 나가서 배역이 잘리면 굉장한 상실감이 들겠다.

“순간의 상실감이 있겠지만 제작진의 선택을 존중한다. 일단 카메라 앞에 서면 돈은 받으니까(농담).”

-‘밀정’에선 송강호, 공유와 호흡을 맞췄다.

“정말 꿈같았다. 공유 선배님은 학교 선배님이다. 인사드렸더니 특히나 더 챙겨주셨다. ‘유일하게 만난 연기하는 학교 후배’라며 주변에 소개도 시켜주셨다. 송강호 선배님은 한 번 만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분이다. 행동, 말투 모든 것이 인상 깊다. 선배님께서 ‘나도 너네랑 똑같은 고민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고민을 하는지.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배우는 직업은 계속 배우는 것이라고 해서 배우다’는 말이 있다. 정말 가볍게 대하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내면을 보이고 싶다.”

-가장 힘든 점은 뭔가.

“연기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이거 절대로 관둘 생각이 없는데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오디션도 다 탈락하고 한 작품도 찍지 못했던 2014년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금은 ‘원라인’, ‘신과함께’ 찍느라 굉장히 바쁘지 않나.

“그래서 요즘이 참 신기하다. ‘원라인’에선 형사로 나오고, ‘신과 함께’에서는 차태현 선배님의 동료 역할을 맡았다.

-점점 선배들과의 호흡이 많아진다. 특히 ‘신과함께’는 특급라인업 아니냐.

“하정우, 이정재, 차태현, 마동석, 김하늘, 주지훈, 임원희, 오달수, 김해숙 등 선배님들이 모두 나오신다. 얼마 전 고사가 있었는데 그렇게 규모가 큰 고사현장은 처음이었다. 400여 분 이상 오신 것 같다. 강제규 감독님, 최동훈 감독님 등 영화판 내로라하는 분들 다 모였다. 인사만 두 시간 걸렸는데 결혼식장인 줄 알았다.”

-앞으로의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나.

“그냥 김태준이라는 사람이 저런 얼굴이구나, 저런 연기를 하는구나, 저런 모습도 있구나 하는 것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사진=이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