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방 소주업체 vs 대형 주류업체, 가격 경쟁 구도 형성
주류업계 “과거와 달리 이례적으로 동결 선언 잇따르고 있어”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 지방소주가 진열되어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 임세희 기자] '서민의 술' 소주가 이른바 전국구 소주와 지역구 소주간 가격인상과 동결을 두고 전면 대치하고 있다. 전국구 소주인 '처음처럼'과 '참이슬'이 가격을 6~7%정도 잇따라 인상하면서 메이저의 가격결정력을 과시했지만 '잎새주'와 '이젠우린' 등 몇몇 지역구 소주는 지역 고객 편의차원에서 가격을 동결, 주류시장에서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전남 기반의 보해양조와 대전·세종·충청지역 기반의 맥키스컴퍼니, 부산·울산·경남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무학이 주력제품 소주의 가격 동결을 선언하자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규모의 경제로 소주시장을 흔들고 있는 대형업체들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 

대형 주류업체의 처음처럼, 참이슬 공장 출고가격이 오르면서 지방 소주 가격도 당달아 뒤따라 오를 것이라는 업계 분석이 무색해진 것이다. 이렇게 지방 소주업체들이 연이어 가격 동결을 선언하자 자연스럽게 대형 주류업체들과 가격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1일부터 주력 제품인 '참이슬' 소주의 공장 출고 가격을 6.45% 인상했다. 이로써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즉, 참이슬 시리즈의 공장 출고 가격은 병당 1015.7원에서 1081.2원으로 65.5원 올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015년 11월 가격 인상 이후 원부자재 가격, 제조경비 등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했다"며 "3년간 누적된 인상요인이 10% 이상 발생했으나, 원가절감 노력 등을 통해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하이트진로와 1,2위를 다투는 롯데주류도 자사제품 ‘처음처럼’ 가격을 인상했다. '처음처럼'은 지난 1일부터 출고가 기준 1006.5원에서 1079.1원으로 7.2% 올랐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출고가를 유지해왔지만 부자재 가격,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이 증가해 누적된 원가 부담이 늘어나 부득이하게 출고가를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주류시장에 연이은 출고가 인상이 이어지자 주류업계는 지방 주류업체의 소주 가격 인상도 시간문제일 뿐 결국은 시차를 두고 모두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 2015년 소주 가격 인상 때에도 하이트진로가 소주 가격 인상을 제일 먼저 결정하고 한두 달 정도 후 지방 주류업체들이 동시에 가격을 올린 사례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라산소주의 가격인상 이외 지방소주사들이 연이어 가격동결을 선언해 업계의 분석이 빗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업계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왼쪽)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사진=각사 홈페이지

시발점은 맥키스컴퍼니... 잇달아 보해양조·무학 등 ‘동결선언’

먼저 대전·세종·충남지역이 기반인 맥키스컴퍼니는 지난 4월 자사가 생산하는 ‘이제 우린’ 소주의 가격을 올 한해 인상하지 않는다고 발표해 연이은 소주 가격 인상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소주 가격 인상으로 지역민들이 체감하게 될 물가인상이 크고, 이로 인해 소비위축 뿐만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까지 들게 할 수 있다고 판단, 가격을 유지키로 했다고 맥키스컴퍼니 측은 설명했다.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은 자사의 소주 가격 동결에 관련해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겨내자는 뜻으로 가격인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전남권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업체 보해양조도 지난달 12일 자사의 대표제품인 '잎새주'의 공장 출고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타 회사들이 소주 가격을 인상하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잎새주 가격 인상을 고민했지만 지역에서 잎새주에 대한 단골고객 등을 생각해 가격 인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무학 또한 자사의 주력 제품인 '좋은데이'를 비롯해 전 제품에 대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기업의 단기적 영업이익 개선을 위한 소주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시키지 않겠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그 결과 '좋은데이'는 지난 2015년 11월 가격 인상 이후 병당 공장출고가 1006.9원을 유지하게 됐다.

이수능 무학 대표이사는 "지난 달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공장 출고가를 6.45% 인상한 데 이어 롯데주류로 '처음처럼' 출고가를 7.21% 인상했다"며 "원재료비, 최저임금 상승과 경쟁에 따른 판매촉진비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도 비슷하지만 부산, 울산, 경남 지역 경기불황 속에서 소주 가격마저 인상하면 소비위축으로 지역경기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보해양조의 잎새주, 무학의 좋은데이, 맥키스컴퍼니의 이제우린/사진=각사 홈페이지

일각에선 무학을 비롯한 보해양조, 맥키스컴퍼니의 출고가 동결 선언은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방 소주 시장을 공략해오자 이에 대항하기 위한 움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방 소주업체들이 연이어 가격 동결을 선언하게 되면서 전국구 소주와 지방 소주간의 가격 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실제 소주 출고가 인상률은 10%도 되지 않지만 소매점에서 소주를 사먹는 소비자들은 1000원 이상 인상된 가격을 제공받아 수도원 소주와 지방 소주업체간 1000원의 가격 차이로 대결 구도가 형성될 예정이다.

또한 무학의 출고가 동결은 지역 경쟁 주류업체 대선주조의 가격 결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방 소주업체들이 소주 출고가 동결 선언을 한 와중에 나홀로 인상을 단행할 경우 지역민들에게 반감을 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업계는 1, 2위 업체들이 출고가를 인상할 경우 도미노처럼 가격 인상이 당연한 듯 이뤄졌지만 이례적으로 동결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며 “향후 시장 점유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임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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