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향기 풍겼던 '꽃' 이범호, 뚜렷한 발자국 남기고 현역 생활 마침표
진한 향기 풍겼던 '꽃' 이범호, 뚜렷한 발자국 남기고 현역 생활 마침표
  • 광주-KIA챔피언스필드=이정인 기자
  • 승인 2019.06.1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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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가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20년 동안 진한 향기를 풍겼던 ‘꽃’이 진다. ‘꽃범호’ 이범호(38ㆍKIA 타이거즈)가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KIA 내야수 이범호는 18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KIA 구단은 이날 “이범호는 최근 구단과의 면담을 통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구단은 이범호의 뜻을 받아 들여 이같이 결정했다. 구단은 이범호와 향후 진로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라고 알렸다.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이범호는 “많은 고민 끝에 성장하는 후배들과 팀의 미래를 위해 선수 생활을 마치기로 했다”면서 “향후 지도자로서 후배들과 함께 즐겁고 멋진 야구를 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KIA 구단은 오는 7월 13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이범호의 은퇴식을 열기로 했다. 한화는 이범호가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팀이다. 이범호는 타이거즈 선수로는 이강철, 김종국, 이종범, 김상훈, 유동훈, 서재응, 최희섭에 이어 8번째 은퇴식을 하는 KIA 출신 선수가 됐다.

통산 1995경기에 출장한 이범호는 1군에서 5경기만 더 출장하면 역대 13번째로 2000경기 출장이라는 대업을 달성한다. KIA는 이범호가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KIA 구단 관계자는 “(이범호가) 조만간 1군에 합류해 선수단과 동행할 예정이다. 적절한 시점에 1군에 등록해 2000경기를 채울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프로 생활 20년 동안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KBO리그에서 19시즌을 뛰면서 1995경기 출장 타율 0.271 329홈런 1726안타 954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만루홈런 17개로 이 부문 통산 1위를 기록 중이다. 만루에서 유독 강해 ‘만루홈런의 사나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홈런 부문에서도 현역 1위, 통산 5위에 올라 있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2000년 프로에 데뷔한 이범호는 2002년부터 주전으로 발돋움 했고, 2009년까지 한화의 핫코너를 지켰다. 2005년과 2006년에는 2년 연속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로 활약했다. 2006년과 2009년에는 WBC 대표팀에 발탁돼 '국가대표 3루수'로 활약했다. 특히 2009년 WBC 결승전 9회말 2사 1·2루에서 일본 투수 다르빗슈 유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동점 적시타를 때린 순간은 한국 야구사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2010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뛴 이범호는 2011년에 KIA와 계약하며 국내에 복귀했다. 둥지를 옮긴 뒤 제 2의 전성기를 열었다. 2016년 138경기를 소화하며 생애 첫 30홈런(33개)을 기록했고, 타율 0.310 108타점으로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2017년에는 팀의 구심점 구실을 하며 타이거즈의 11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생애 첫 우승반지를 획득했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범호는 지난해에도 타율 0.280 20홈런 69타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2011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매년 부상과 싸워왔다. 올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햄스트링 부상 때문에 중도 귀국했다. 시즌이 시작한 뒤에는 4월 10일 콜업 후 19경기를 뛰고 지난 4월 27일 부상으로 다시 1군에서 말소됐다. 2군에 내려간 뒤에는 잔류군에서 훈련했다. 

팀 상황을 봐도 이범호가 설 자리는 좁았다. 올해 하위권에 그치고 있는 KIA는 사실상 리빌딩 모드에 들어갔다. 잠재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1군에 속속들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냉정한 자기판단을 내린 이범호는 팀과 자신을 위해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고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앞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 시절부터 탁월한 리더십으로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시즌이 끝난 뒤 코치연수를 포함해 향후 진로를 구단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