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가족 여행하다 봉준호 감독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죠.”

영화 ‘기생충’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바로 기택(송강호)의 아내 충숙을 연기한 장혜진이 그 주인공이다. 전직 해머던지기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체격부터 힘까지 남다른 캐릭터다. 기택에게는 누구와 싸워도 이길 것 같은 우직한 아내이기도 하다. 장혜진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체중을 15kg 증량하는 등 만전을 기울였다. 봉준호 감독에게 출연 제안을 받을 당시 가족 여행중이었던 장혜진은 “깜짝 놀랐다”며 “큰 역할인데 내가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봉준호 감독이 어떤 면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하던가.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을 봤다고 들었다. 밝고 상냥한 모습이었는데 한 순간 표정이 달라지는 장면이 있다고 한다. 눈이 찌그러진 모습을 캡처해놨다고 하더라. 송강호, 최우식, 박소담은 쌍꺼풀이 없는 눈이다. 묘하게 닮았는데 나는 다른 느낌인 듯 하다고 했다.”

-살을 꼭 15kg 찌워야 한 이유가 있나.

“15kg을 찌우라고 정해준 건 아니었다. 5kg정도 찌웠을 때 이 정도면 되냐고 물으니 더 먹으라고 하더라. 건강상으로 큰 부담은 없었는데 살을 갑자기 찌우다보니 무릎과 위가 좀 아팠다. 지금은 다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하루에 2시간 씩 운동을 하면서 살을 뺐다.”

영화 '기생충' 스틸./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기생충’의 반응이 워낙 뜨겁다 보니 주변인들의 응원이 이어지겠다.

“나보다 더 기뻐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연기를 하고 싶어 한 거 주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으니까. 항상 나한테 ‘너는 기회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나보다 안타까워했다. 지금은 친구들, 친척들 다 너무 좋아한다. 기사 하나하나 다 링크해서 보내준다. (웃음) 이제야 주변 분들에게 효도한 느낌이다.”

-박 사장 역을 맡은 이선균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인데.

“캐스팅이 되고 나서 처음 통화했다. ‘혜진아! 축하한다. 내가 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며 응원했다. 덕분에 힘이 많이 났다.”

-봉 감독이 철저하게 작품 기밀을 유지하는 만큼, 몇 줄의 시놉시스 외에는 영화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었다. 캐스팅도 마찬가지였는데.

“처음에는 말하고 싶어서 죽을 뻔했다. 하지만 막상 말할 때가 되니까 말이 안 나오더라. (웃음) 그저 내 연기를 통해 힘이 됐다고 하는 분이 있다면 그만큼 감사한 일은 없을 것 같다. 과정과 결과가 모두 행복했으면 한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그게 내 바람이다.”

-충숙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나.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나. ‘충숙은 이렇겠죠?’라며 여러 방향을 제시했다. 나도 모르게 충숙에게 스며들었다. 앉은 자세마저도 충숙처럼 되려고 했다. 감독님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주문할 때가 많았다.”

-문광 역을 맡은 이정은과 대립 구도가 흥미진진했다.

“이 영화를 찍기 전부터 꼭 한 번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였다. 주변 지인들에게 워낙 좋은 평을 듣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언니(이정은)의 연기는 참 탁월했다. 연기적으로 내가 부족한 게 많아 언니한테 ‘나 버리지 마’라고 했다. (웃음) 감독님과 정은 언니가 날 케어해주는 건 상상이상이었다. 아무리 졸려도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푹 빠져있었다.”

-기택의 가족이 하는 행동이나 생존을 위해 택하는 방법들에 대해 공감이 갔나.

“난 배우라서 공감을 할 수밖에 없다. 글로 써 놓은 게 내 말과 행동을 통해 표현되지 않나. 워낙 감정 이입을 잘 하는 편이라 잘 울기도 한다. 그래서 연기하는 게 힘들지 않은 것 같다. 워낙 봉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잘 써놓으시기도 했다.”

-충숙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 거라고 생각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가겠다는 마음으로 살 것 같다. 침수됐던 물건들을 정말 열심히 닦지 않나. 남편이 어디 있는지를 알고, 아들이 살아 있으니까. ‘기생충 2’를 혼자 머릿속으로 찍기도 했다. 다시 가정부로 잠입해야 할 것인가를 상상했다. 범죄스릴러 장르로. (웃음)”

-자녀들이 배우를 하겠다고 하면 지지할 생각인가.

“16살인 딸은 배우로서 내 삶을 좋아한다. ‘배우 장혜진’으로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 아들은 내 끼를 닮아서 몹시 활발하다. 집중적인 걸 좋아하고 금방 지친다. 배우의 기질은 작은 아이가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긴 하다. 아직 4살밖에 안 되서 더 커봐야 알 것 같다. 만약 아이들이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면 응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밀양’으로 연기할 때 느낀 감정을 잊지 못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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