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가입조건 하향조정에도 혜택 강화…젊은고객 대상 특화마케팅 풍성
롯데백화점 VIP전용 BAR. 사진/ 롯데쇼핑

[한스경제=장은진 기자] 백화점업계가 20·30대 ‘젊은 VIP’를 잡기 위해 자진해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업체들은 최근 소비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온라인 판매채널이 각광을 받으면서 자신들의 입지가 줄자 타계책으로 '젊은층 VIP'에 집중한 모양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4사는 젊은 층 고객 유입을 위해 새로운 VIP 등급을 신설했다. 신설된 VIP 등급제는 가입 조건을 하향 조정한 반면 혜택을 대폭 강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은 올초 VIP와 VIP플러스 등급을 신설했다. 구매 금액이 연간 400만원인 이상만 고객만 가입할 수 있으며 상시 5% 할인쿠폰과 문화센터 강좌 할인 등이 혜택이 제공된다. 

신세계백화점도 2017년부터 기존 5단계였던 VIP 등급을 6단계로 확대해 엔트리 등급 ‘레드’를 운영 중이다. 신세계는 VIP고객층 확대를 미래에 대한 투자개념으로 봤다. 현재 젊은층 VIP고객의 구매력 약하지만 향후 늘어나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세계백화점의 예측은 맞아 떨어졌다. 레드등급 고객 덕분에 매년 매출이 상승하고 젊은층 고객유입도 늘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레드' 등급이 처음 도입됐던 2017년 2월과 대비 고객수가 79%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은 일찌감치 VIP 진입장벽을 낮춘 케이스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05년부터 500만원 이상 구매하면 적용되는 ‘골드 등급’을 운영해 차별화를 꾀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지난해 2월부터 VIP 등급에 '제이드' 구간을 신설했다. 원래 연간 2000만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들만 'VIP회원'으로 관리했지만, 연간 소비 500만원대의 젊은 층도 VIP로 구분해 할인 쿠폰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패션쇼 초대·문화강좌 개설 등 혜택 제공…젊은층 겨낭해 즐길거리 마련

젊은층 VIP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자 백화점 업체들은 단순히 등급 문턱가격을 낮추는 것에서 더 나아가 패션쇼 초대, 문화강좌 개설 등 차별화된 혜택도 마련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내 ‘루이비통 맨즈’ 매장 개점을 기념해 젊은층 VIP를 대상으로 1박2일 요트 투어 진행했다. 앞서 3월에는 20~30대 회원 150여 명을 호텔로 초대해 버버리 오프화이트 보테가베네타 등 명품 브랜드 신상품을 선보이는 패션쇼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VIP 회원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문화강좌인 ‘더 스튜디오 클래스’를 운영한다. 이 클래스는 연 4000만원 이상 구매한 ‘쟈스민 클럽’ 회원만 들을 수 있으며 요리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강사로 나온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상위 0.1%에 해당하는 VIP 최고 등급인 ‘PSR 블랙’ 회원에게 출장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시계, 보석을 보고 싶어 하면 상품을 집이나 사무실로 가져다준다. 결제도 현장에서 바로 할 수 있다. 

상위 10% 고객, 매출 70% 차지…소비양극화 현상 갈수록 '뚜렷'

백화점들이 이처럼 VIP 고객에 집중하는 배경은 이들의 매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롯데백화점은 2017년 상위 1%에 속하는 VIP 고객의 구매액이 전체 매출의 24%를 차지한 바 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지난해 상위 10%의 고객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약70%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인 가구 증가로 가치소비 문화가 확산된 것과 맞물린다. 특히 가족 중심의 소비 성향이 개인에 대한 투자로 바뀌면서 백화점들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고급 판매물품 이른바 ‘하이앤드’를 주로 취급하는 백화점에게 이같은 가구형태 변화는 이득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 최근 백화점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 매출이 크게 증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5년 12.5% 수준이던 국내 백화점의 해외 명품 매출 비중은 최근 약 23%까지 뛰었다.

가격에 덜 민감한 VIP의 경우 온라인에서 굳이 ‘짝퉁 리스크’를 안고 명품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 이들에게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싸도 물건이 확실하고 서비스가 좋은 백화점을 하는 게 이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성비 중시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구매로 소비형태가 급격히 이동 중인 유통업계 분위기와 달리 백화점은 여전히 건재하다"며 "VIP고객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민감도가 낮고 사후 서비스까지 확실한 백화점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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