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 무전유죄.’

1998년 탈주범 지강헌이 말했다. 2016년 여전히 우리 사회는 돈으로 움직이고 사람들은 돈에 길들여진다. 권종관 감독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섭고 잔인한 현실을 스크린에 옮겼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실력도 싸가지도 최고인 사건 브로커 필재가 사형수로부터 특별한 편지를 받은 후, 검경이 두 손 두 발 다 든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 사건’의 배후 세력에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유쾌한 범죄수사물이다. 김명민(사건브로커 최필재), 성동일(변호사 판수), 김영애(대해가문 사모님), 김상호(택시기사 권순태), 김향기(순태 딸 권동현) 등이 출연한다.

영화 제목은 ‘특별수사’인데 내용은 특별할 것 없다. 이미 뉴스 혹은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다 보도된 일들이다. 권 감독은 영남제분 회장 부인이 사위의 외도를 의심해 사위의 사촌여동생을 청부살해한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살인’, 한 청소년이 택시기사를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는 죄를 억울하게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는데 진범이 뒤늦게 나타났던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감독은 어쩌면 더 잔혹했을지 모르는 현실을 스크린에서 적절하게 배분했다. 영남제분 회장 사모님은 극중 대해제철 사모님으로, 택시기사 살인죄를 억울하게 뒤집어쓴 청소년은 사형수가 된 택시기사 순태 캐릭터로 재탄생됐다. 여기에 비리경찰, 비리검사, 변호사 사무장 등 다양한 인물을 끌어들였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만큼 캐릭터 매력은 통통 튀어야 했다. 감독이 공을 들여 캐릭터 성격을 부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캐릭터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었다. 김명민, 김영애, 성동일, 김상호, 박수영, 김뢰하, 오민석, 김향기 등 각자 맡은 역할을 그 이상을 해냈다. 김명민은 내면연기부터 액션까지 소화했고 김영애는 사모님 마음을 꿰뚫는 연기력으로 소름을 안긴다. 성동일은 무거운 극 흐름을 완화했고 김상호는 절절한 부성애로 감동코드를 더한다.

결말은 나름대로 행복하다. 권선징악 흐름을 갖지만, 의구심도 든다. 정말 해피엔딩일까. 돈의 힘은 어디까지 일까. 감독은 “시리즈물을 염두하고 만든 것은 아니지만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면서 “만약 시즌2가 생긴다면 한층 더 잔혹한 상황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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