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국극장 집어삼킨 디즈니 영화
[이슈+] 한국극장 집어삼킨 디즈니 영화
  • 양지원 기자
  • 승인 2019.07.0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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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그야말로 ‘디즈니 왕국’이다. 한국 극장가에 디즈니 영화 붐이 일고 있다. 올해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시작으로 역주행에 성공한 ‘알라딘’, ‘토이 스토리 4’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까지 디즈니가 손을 댄 작품들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했다.

■ 디즈니, 외화 열풍 속 압도적 강세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왼쪽부터), '알라딘', '토이 스토리 4'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왼쪽부터), '알라딘', '토이 스토리 4'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수치상으로 봐도 디즈니 영화의 강세가 단연 눈에 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극장 전체 관객 수는 약 1억1112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9635만 명)보다 무려 1490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비율은 각각 51.2%, 48.8%를 나타냈다. 특히 6월은 올해 월별 기준으로 최다 관객을 경신한 2284만3339명을 동원했다.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과 역주행의 아이콘이자 현재 박스오피스 2위에 머무른 디즈니 영화 ‘알라딘’이 박스오피스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3일 개봉한 ‘알라딘’은 920만 관객(이하 8일 기준)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 중이다.

디즈니는 ‘알라딘’ 이전에도 관객들을 쓸어 모았다. 지난 3월과 4월 개봉한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각각 580만1070명, 1392만1380명명을 동원했다. 지난 2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디즈니 산하 소니픽쳐스가 만든 작품으로 개봉 6일 만에 450만 관객을 돌파했다. 3위인 ‘토이 스토리 4’ 역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 스튜디오가 제작한 작품이다. 국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라있는 세 편이 모두 디즈니 소유물인 셈이다.

■ 시대를 반영한 영리한 전략

영화 '알라딘'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알라딘'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새롭게 실사화된 디즈니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 콘텐츠로 사랑받고 있다. 실사화된 영화 ‘알라딘’에서는 자스민 공주(나오미 스콧)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동명의 애니메이션에서 자스민 공주는 여자라는 이유로 술탄(왕)이 되지 못하는 시대에 저항하지 않고 알라딘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영화에서 자스민 공주는 다르다. 수동적이지 않은 진취적인 자세로 삶을 개척해 술탄의 자리에 오른다. 현 시대의 여성상을 반영한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디즈니가 한 때 주춤했던 적이 있었다. 초창기 시작 자체가 동화 속 건전한 세계관을 주장했다. 그런 부분들이 어느 순간에는 호응을 얻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며 “어느 순간부터 시대의 달라진 변화, 시대가 바뀌는 것에 대한 적응을 빠르게 하려고 했다. ‘겨울왕국’도 그렇고 디즈니 속 여성 캐릭터들을 다르게 그렸으며 이야기 자체에도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또 고유의 개성을 존중해 콘텐츠를 발굴한다는 점 역시 관객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마블 스튜디오가, ‘토이 스토리’와 ‘겨울왕국’ 시리즈는 픽사 스튜디오가 제작한다.

디즈니는 공격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캐릭터의 다양화와 방대한 세계관을 모두 끌어안았다. 정덕현 평론가는 “마블 스튜디오뿐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들이 들어간 제작사를 끌어안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들의 힘은 어마어마하다”라며 “그러한 캐릭터들이 다양한 작품 안에서 변주하고 있다. 시대에 맞게 변주한 캐릭터들이 내는 힘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 ‘라이온 킹’부터 ‘겨울왕국2’까지..한국영화 위협

영화 '알라딘' 티저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알라딘' 티저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충무로 관계자들은 ‘디즈니 왕국’이 하반기에도 쭉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특성 상 주로 하반기에 ‘기대작’들이 개봉하는 만큼 디즈니와의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는 17일에는 실사판 ‘라이온 킹’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왕국의 후계자인 어린 사자 심바가 삼촌 스카의 음모로 아버지를 잃고 왕국에서 쫓겨난 뒤, 과거의 아픔을 딛고 날라와 친구들과 함께 진정한 자아와 왕좌를 되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는 내용을 그린다. 도날드 글로버, 비욘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더빙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북미 언론과 예매사이트는 ‘라이온 킹’의 개봉 주말 오프닝 수익으로 약 1억 8천만 불(한화 약 2100억 원)을 예측하고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잇는 수치다. 또 12월 초에는 국내에서 ‘천만 애니메이션’이 된 ‘겨울왕국’의 후속작 ‘겨울왕국2’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하반기에도 디즈니 영화가 줄지어 개봉하면서 한국영화는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디즈니의 직격탄을 피해가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 평론가는 “한국영화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디즈니 소유 캐릭터들을 이기기는 힘들다. 우리는 그냥 우리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 977만 명을 동원한 ‘기생충’ 역시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난 작품으로 평가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정 평론가는 “‘기생충’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으로 돈이 투입된 영화가 아니다. 외부적인 것과 대결하기 위해 비슷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결국 이 세상은 다양성으로 가고 있다. 우리 콘텐츠가 다양성 안에서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으면 된다고 본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