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때가 됐다"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재차 시사했다.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따른 부동산 규제 추가 카드로 꼽히던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르면 이달 안에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나올 게 유력한 상황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연거푸 말했다. 앞서도 김 장관은 지난달 26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에 한계가 있다'며 분양가상한제 도입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집값 잡기에 나섰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선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내지 않은 채 일시적인 효과만을 노리고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총선 출마에 뜻을 두고 있는 김 장관이 민심 회복을 위해 '던져주기식' 정책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물론 정부가 민간택지에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려는 의도도 이해는 된다. 갖가지 고강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제도가 도입되면 집값 잡기 효과도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는 게 부동산 관계자의 관측이다. 혹자는 분양가와 집값이 낮아지니 실수요자들에겐 '내집마련'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정책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부 수요자에게만 적용되는 '단기적'인 효과일 뿐,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에 불과하다.

집값을 억제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공급확대'라는 건 상식이다. 반면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민간 분양가 상한제는 공급위축을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킨다. 공급위축이 발생하면 신축 아파트에 수요자들이 대거 몰릴 수 밖에 없고, 청약가점이 대폭 오르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후에는 눌러놓은 집값이 다시 튀어오르는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많다. 요약하면 단기적으로 일부 수요자들에겐 내집마련 기회일 수 있지만, 결국 공급위축으로 피해를 보는 것도 수요자라는 얘기다.

더군다나 제도 시행 시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등 몸을 사리면서 공급위축이 가속화될 조짐도 보인다. 건설사의 민간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은 "버티면 된다"다. 주택사업 부문에서 잔뜩 웅크리며 플랜트와 토목에 집중을 하다 향후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그때서야 움직이면 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민간 분양가 상한제는 영원할 수 없고, 차기 또는 차차기 정부에선 공급위축과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폐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단다.

이는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민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들썩이는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바 있다. 이후 2015년 박근혜 정부들어 건설경기 부양과 공급위축 우려에 의해 남아있던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다.

부동산 가격의 고삐를 죄기 위해 규제가 필요한 시기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라는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기만 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잠재적인 폭탄'을 심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폭탄은 터질 시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늘만 지나면 된다’라는 인식은 옳지 않다. 내일도 봐야하고 그보다 더 먼 미래 봐야 한다. 김현미 장관도 공직에서 떠나 국회로 돌아가면 그 뿐이라는 생각을 지워야 한다. 지역구인 고양시에서도 외면 받고 있는 정책을 대한민국 전체로 확산시키려고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고심해 보길 바란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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