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다양한 항일 영화가 8.15 광복절을 맞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최근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는 중인만큼 일본에 대한 반발심이 항일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지 주목되고 있다.

■ ‘주전장’ ‘김복동’ ‘우키시마호’, 일본 만행 고발 다큐멘터리 급증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속속들이 관객을 찾는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주전장’은 우익들의 협박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소용돌이에 스스로 뛰어든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을 넘나들며 3년에 걸친 추적 끝에 펼쳐지는 일을 담은 영화다. 극우세력의 핵심 인물들을 카메라에 담아 지난 4월 일본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다. 영화에 출연한 우익 인사들이 상영중지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데자키 감독을 고소하기도 했다.

극우세력의 반발에도 데자키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이슈는 국가 대 국가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여성 인권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활발한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

‘김복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가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위해 투쟁한 27년을 담은 영화로 다음 달 8일 개봉한다. 배우 한지민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김복동 할머니가 되찾고 싶었던 삶, 전 세계에 세우겠다던 소녀상의 의미, 그리고 ‘나는 희망을 잡고 산다, 희망을 잡고 살자’며 후세에 희망의 씨앗을 뿌린 발자취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배급사 엣나인필름 관계자는 “여전히 사죄하지 않고 오히려 종군위안부는 역사 날조라고 주장하는 일본에 맞선 현재 진행 중인 끝나지 않은 싸움은 대한민국 모두의 결의를 다지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라고 말했다.

위안부 관련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일본의 또 다른 은폐 사건을 다룬 영화도 개봉한다.

9월 개봉하는 ‘우키시마호’는 지난 1945년 8월 24일 해방 후 조선인 강제징용자 8000천 여 명을 태운 일본 해군 수송선 '우키시마 호'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사고로 침몰한 사건을 다룬 진실 규명 영화다. 일본이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는 항복 선언을 한 지 일주일 후 벌어진 우키시마 호 사건은 아직도 진상조사나 일본 정부의 사과나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우키시마호’ 관계자는 “다른 사건들과 달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조선인 수장학살 사건 ‘우키시마호’에 대한 진실마저 은폐하려 하는 일본의 민낯을 고발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 상업영화 ‘봉오동 전투’, 저항의 역사 다룬다

다큐멘터리뿐 아니라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상업영화 ‘봉오동 전투’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다.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이 출연했다.

독립군 연합군과 일본 정규군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벌어진 최초의 대규모 전투이자 계층도, 출신도 다른 사람들이 독립군으로 모여 한마음으로 싸워 승리를 거둔 전투로 기존의 항일영화와 결을 달리한다.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영웅들의 사투와 승리를 복기하며 관객들에게 울림을 선사하겠다는 각오다. 일본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 아닌 저항의 역사를 다루며 쾌감을 자아낼 예정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만큼 메가폰을 잡은 원신연 감독과 제작진은 독립신문과 홍범도 장군의 일지를 참고하고 독립군 후손과 역사학자들에게 자문하며 사전 고증에 공을 들였다.

극 중 이장하 역을 맡은 류준열은 “처음 시나리오를 보면 모두가 느끼실 수 있는 안할 이유가 없는 영화였다.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 동안 영화 ‘암살’(2015) ‘밀정’(2016),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2018) 등 일제 강점기 독립군의 활약을 다룬 상업 장르가 흥행을 거둔 만큼 ‘봉오동 전투’ 역시 이 같은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국과 맞물린 항일영화 개봉..흥행으로 이어지나

한일 관계가 점점 악화되는 가운데 개봉하는 항일 영화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주전장’ 배급사 시네마달 관계자는 “최근의 ‘보이콧 재팬’을 예상해 개봉 시기를 맞춘 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충무로 관계자들은 시국에 맞물려 개봉하는 항일영화에 대한 예비 관객들이 높은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김복동’이나 ‘봉오동 전투’ 등 항일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며 “‘내 돈 주고 봐야겠다’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우리 역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영화를 향한 긍정적 흥행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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