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호.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박병호가 중요한 홈런(big homer)을 쳤다.”

9일(한국시간) 터진 박병호(30ㆍ미네소타)의 시즌 11호 홈런을 누구보다 반긴 사람은 폴 몰리터(60) 미네소타 감독이었다.

그는 박병호가 타율 2할1푼대로 추락할 때까지도 “힘든 타구를 잘 쳐내고 있다”,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는 식으로 용기를 북돋아줬다. 이대호(34ㆍ시애틀)와 김현수(28ㆍ볼티모어)가 좁았던 입지를 뚫고 실력으로 살아 남았다면 박병호는 몰리터 감독의 한결 같은 신뢰를 받았다. 부진이 계속될 때면 한 번씩 타순을 조정하거나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게 하는 정도였다. 박병호가 데뷔 첫 해 두 자릿수 홈런을 쳐 내며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동양인 루키를 대하는 메이저리그 감독으로서는 보기 드문 포용이다.

선수와 감독의 궁합은 중요하다. LG 시절 ‘미완의 대기’로 남아 있던 박병호가 2011년 시즌 도중 넥센으로 트레이드됐을 때 당시 김시진 넥센 감독은 성적과 상관 없이 박병호를 시즌 끝까지 4번 타자로 중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음의 짐을 던 박병호가 KBO리그 홈런왕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박병호는 몰리터 감독에게도 보은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점차 ‘감’을 찾아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박병호는 9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홈 경기에 6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4-5로 뒤진 6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동점 홈런을 터트렸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만 출신 왼손 상대 선발 천웨이인(31)의 시속 138㎞ 슬라이더를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겼다. 방망이 중심에 제대로 걸린 공은 타깃 필드 왼쪽 관중석 2층 난간을 맞혔고, 미네소타 구단은 비거리를 128m로 발표했다. 시즌 11호 홈런이자 왼손 투수를 상대로 친 두 번째 홈런이다.

지난달 14일 클리블랜드전에서 시즌 8, 9호 홈런을 터트린 박병호는 이후 18경기 동안 홈런을 치지 못하다가 6일 탬파베이전에서 ‘아홉수’에서 벗어났고, 불과 2경기 만에 다시 손맛을 봤다. 그는 7회말 2사 1루 마지막 타석에서도 좌전 안타로 5경기 만에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2할2푼(173타수 38안타)으로 올랐고, 미네소타는 7-5로 승리해 2연승을 달렸다. 마이애미의 스즈키 이치로(43)는 3안타를 몰아쳐 통산 2,971안타로 3,000안타까지 29개만을 남겼다.

오승환(34ㆍ세인트루이스)은 이날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경기에서 8-5로 앞선 7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세 타자를 전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76에서 1.71로 더 내려갔다.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며 시즌 10호 홀드도 보탰다.

김현수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 홈경기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 팀의 4-0 승리를 도왔다. 시즌 4번째 타점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첫 도루도 성공했다. 시즌 타율은 3할7푼2리(78타수 29안타)로 조금 떨어졌다. 강정호(29ㆍ피츠버그)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홈경기에 4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 5타수 1안타 1타점 2삼진 1도루를 기록했다. 피츠버그는 5-6으로 패했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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