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사일런스’는 가족 재난 공포물이다. 원인 모를 재앙이 시작되면서 가족이 함께 사투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시선을 압도한다. 누군가의 희생과 끝이 보이지 않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가족의 모습은 현실적인 공포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사일런스’는 모든 소리가 죽어버린 세상,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공포 속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류의 사투를 그린 재앙 공포다. 컨저링 유니버스 제임스완 감독 사단의 대표 주자이자 2014년 ‘애나벨’을 통해 전 세계 공포 장르의 흥행을 주도한 존 R. 레오네티 감독의 작품이다. 2015년 출판된 뉴욕타임스호러 베스트셀러 작가 팀 레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존 R. 레오네티 감독은 ‘사일런스’에서 공포와 가족드라마를 접목시켰다. 지하세계에 살던 괴물 박쥐들이 지상으로 올라와 세상을 파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한다.

영화 '사일런스' 리뷰.

초반부터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괴물 박쥐들이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이 끔찍하게 그려진다. 청각이 발달돼 있는 괴물 박쥐들은 사물을 보지는 못한다. 어떤 소리도 내지 않은 채 다닌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셈. 가족은 침묵만이 답이라고 여기며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

‘사일런스’는 공포라는 장르적 묘미 외에도 생존, 희생, 가족애를 담으며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가족이 맞닥뜨린 위기 상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우리 가족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다만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공식의 공포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버드박스’와 어느 정도 같은 톤을 유지하기 때문에 기시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일런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기존 작품보다 월등한 크리처가 있기 때문이다. 존 R. 레오네티 감독은 세계적인 VFX 회사인 Mr. X에서 최고 실력의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함께 원작 속에 등장한 그림들을 기초로 해 괴물 박쥐 크리처를 탄생시켰다.

인류의 재앙을 알리듯 시종일관 어두운 색감의 화면 구성 역시 긴장감을 더한다. 이 위에 펼쳐지는 한 가족의 사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다만 초반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달리 자칫 허무한 결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15세 관람가. 17일 개봉. 러닝타임 90분.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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