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재난영화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영화 ‘엑시트’(31일 개봉)는 예상을 벗어난 신박한 재난영화다.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가 아닌 무시 받던 두 청춘이 기지를 발휘해 사람들을 탈출시키는 과정이 짜릿한 쾌감과 대리만족을 자아낸다.

‘엑시트’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 청춘이 등장한다. 청년백수 용남(조정석)은 집에서도 늘 찬밥덩어리인 신세다. 조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용남은 대학시절 잘 나가는 산악 동아리 에이스 출신이었다.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몇 년 째 취업 준비생으로 누나 정현(김지영)에게 구박받기 일쑤다. 용남의 짝사랑 대상이었던 기주(임윤아) 역시 녹록치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연회장 직원으로 취업에는 성공했으나 진상 상사(강기영)의 추근거림과 모든 잡일을 도맡아 지낸다. 그러다 우연히 어머니의 고희연 잔치로 연회장을 방문한 용남과 만나게 된다.

용남과 기주가 재회에 기뻐할 틈도 없이 원인 모를 유독 가스가 도심 전체에 퍼지고 연회장 역시 위기에 휩싸인다. 용남과 기주는 용남의 가족들을 구출시키기 위해 애쓴다. 용남은 몸에 익어 있던 실력을 발휘한다. 무사히 가족을 탈출시키고 남은 두 사람은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탈출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한다.

영화 '엑시트' 리뷰.

‘엑시트’는 탈출 상황에서 오는 위기와 갈등보다 개인의 탈출 과정기를 그리며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봉투, 덤벨 등이 탈출 용품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현실감 넘치는 액션 역시 시선을 끄는 요소다. 대역을 최소화했다고 밝힌 만큼 조정석과 임윤아는 직접 클라이밍을 하며 리얼리티를 더한다. 특히 극 초반 용남이 건물 위 옥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져 손에 땀을 자아낸다. 기존의 재난영화가 화려한 기술과 CG(특수효과)를 버무렸다면 ‘엑시트’는 보다 현실적인 액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는 곧 관객으로 하여금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탈출했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달리기, 고공낙하 등 눈을 뗄 수 없는 액션이 더해져 영화의 긴박감을 더한다. 특히 용남과 기주가 대교 위에서 2인 1조로 달리기를 하는 모습은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발암’ 캐릭터가 없다는 점 역시 ‘엑시트’의 미덕이다. 물론 얄미운 상사로 나오는 강기영이 등장하지만, 극의 큰 흐름을 훼방하는 정도는 아니다. 영화는 그저 용남과 기주의 탈출 과정에 집중하며 딴 길로 새지 않는다.

전 연령대를 겨냥한 가족애 코드는 영화를 틀을 안정적으로 만든다. 아들의 탈출을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는 현옥(고두심)과 장수(박인환)에게 이입하는 중-장년층의 관객 역시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용남을 구박하는 듯 하지만 누구보다 아끼는 누나 정현 역시 친근한 캐릭터다.

심각한 재난영화가 아닌 가볍고 통쾌한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에게 ‘엑시트’는 안성맞춤이다. 조정석과 임윤아의 호흡 역시 나무랄 데가 없다. 러닝타임 103분. 12세 관람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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