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확대되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몸통’으로 지목됐다. 롯데그룹의 영업이익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이 아끼는 계열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 신 회장 애정 듬뿍 담긴 곳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에겐 없어서는 안 될 ‘효자 계열사’다. 작년 매출이 8조4,719억원으로 롯데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4%나 된다. 롯데쇼핑(23.7%)에 이은 두 번째다.

특히 영업이익이 1조3,357억원으로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33.1%를 차지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8,703억원으로 그룹 내에서 51.4%를 점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을 이렇게 키운 주인공이 바로 신동빈 회장이다.

신 회장은 1990년 일본 노무라 증권에서의 근무를 끝내고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부임하면서 롯데그룹 경영진으로 처음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꾸준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롯데그룹의 지원도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현대석유화학2단지(롯데대산유화)와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해 합병하는 등 몸집도 커졌다. 작년에는 삼성정밀화학 등 삼성그룹의 화학 사업을 인수. 합병하기도 했다.

신 회장에게는 ‘운명’같은 인연도 있었다. 신 회장은 ‘신동빈의 남자’라고까지 불리는 황각규 롯데쇼핑 사장(당시 부장)을 롯데케미칼 상무 시절 만났다. 신 회장은 유창한 일본어 실력으로 자신을 보좌하는 황사장에게 신뢰를 갖게 됐다고 한다. 1979년 처음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던 황 사장은 지금도 신 회장의 곁에서 ‘롯데맨’으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신회장이 롯데케미칼에 갖고 있는 애정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1993년 3월 처음 롯데케미칼 등기이사가 된 후 2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주식도 9만705주 보유 중이다. 지난 14일에는 그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도 롯데케미칼과 미국 액시올사와의 합작사업 기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검찰이 롯데케미칼을 신 회장의 비자금 몸통으로 지목한 데에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 황각규 롯데쇼핑 사장(오른쪽)은 신동빈 회장(왼쪽)을 오랜 기간 보좌하며 '신동빈의 남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사진=연합뉴스

◆ 어떤 의혹이 있나

검찰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비자금을 만든 수법은 거래가 부풀리기다. 사업 특성상 해외에서 원료를 사오는 거래가 많은데 이 중간에 다른 계열사를 끼워넣어 거래대금을 불필요하게 키우고 그 중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인도네시아에서 원료 등을 수입하면서 대금을 일본 롯데물산을 통해 지급, 소위 ‘통행세’를 받고 이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부풀려진 금액은 수백억 규모로 추정된다. 롯데 케미칼의 한 협력사 홍콩법인도 여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이런 거래 과정의 편법이 입증되면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수익성을 의도적으로 훼손한 것으로 간주,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을 비롯해 이 거래의 관련자들에 대해 출국금지를 내리고 협력사 홍콩법인도 함께 압수수색하는 등 전방위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여기에서 검찰이 칼끝을 겨누고 있는 곳은 황 사장이라는 것이 재계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신 회장이 비자금을 운용했다면 우선 오른팔인 황 사장, 또 고향 격인 롯데케미칼에서 증거를 찾아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판단이다.

 

▲ 황각규 롯데쇼핑 사장은 신동빈 회장을 오랜 시간 보좌하면서 '신동빈의 남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사진=연합뉴스

◆ 롯데케미칼 적극 부인, 피해는 불가피

이 같은 검찰의 수사에 대해 롯데케미칼은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다.

우선 거래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참여시킨 것에 대해서는 당시 사정상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1997년 말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롯데케미칼도 여느 국내 기업들처럼 낮은 신용도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일본 롯데물산을 활용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오히려 이런 거래 방법을 사용한 덕분에 금리도 국내의 15~20%보다 저렴한 9%를 적용받아 오히려 이익을 봤다고 설명했다.

협력사 홍콩법인을 비자금 조성에 이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이나 롯데케미칼에서 자금 형성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롯데케미칼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롯데케미칼, 더 나아가서 롯데그룹은 이번 검찰 수사로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열사 중에서도 큰 이익을 낸 롯데케미칼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작년에 1조6,955억원 수준이었던 롯데그룹 당기순이익은 1조원 아래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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