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정석 / 잼엔터테인먼트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코믹, 로맨스, 액션에 이어 사극까지, 이젠 뭐든 다 되는 배우가 됐다. 바로 조정석 말이다. 조정석은 최근 종영한 SBS 금토극 '녹두꽃'에서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동학농민군에 합류하는 백이강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거시기'에서 '동학농민군 별동대장'으로 거듭나는 인물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넉살 좋은 인물부터 웃음기 쏙 뺀 역할까지 두루 섭렵한 조정석은 '녹두꽃'이 변주하고 싶은 욕심을 더욱 열어줬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녹두꽃'은 여러모로 유의미한 작품"이라며 "변주를 많이 하고 싶은 나에겐 득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첫 사극 드라마를 무사히 마친 소감이 어떤가.
"드라마가 48부작이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작품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촬영했다. 개인적으로 힘들다는 느낌이 잘 안 들었다. 아마 감독님, 작가님, 스탭분들의 도움 덕이었던 것 같다. 영화보다 시간적인 분량이 적으니까 더 집중해서 촬영한 것 같다. 테이크를 많이 간다고 해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게 아니니까. 아쉬움 없이 잘 끝낸 것 같다. 시원하다."
 
-'동학농민운동'이라는 실제 역사를 재해석하는 만큼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내가 다르게 해석해버리면 내용 자체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니까 거기에 부담이 있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온 신경을 쏟아 부으며 연출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백이강만 잘 연기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나중에는 백이강이 가상의 인물이라 좋았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발휘할수록 인물이 생동감 있게 살아났다. 어떤 한 캐릭터에 갇혀있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대본 받았을 때 매력을 느꼈던 것 중 하나가 동학농민운동을 다룬다는 점이었다. '이런 작품이 있었나' 생각할 정도로 처음 다루는 역사이기 때문에 매력을 느꼈다. 당연히 전봉준 장군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그 시대를 살았던 형제들이 주인공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형제의 눈으로 전봉준을 바라보는 게 신선했고, 그런 의미에서 유의미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초반엔 우리나라 역사 중 가장 중요한 시기를 다룬다는 것에 부담이 있었는데, '거시기'에서 '백이강', 그리고 '별동대장'으로 변화하면서 책임감이 강해졌다."
 

배우 조정석 / 잼엔터테인먼트

-이복동생 백이현이었던 윤시윤과의 호흡은 어땠나.
"사실 시윤이가 마지막에 자결한다는 결말을 알고 시작했다. 그의 죽음을 알고 시작한 나로서는 백이현의 서사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다. 공사관에 들어가 주요인물이 됐다가 사또가 되는 등 여러 상황이 존재했다. 죽다가 살아나기도 했다. 그래서 이현이의 서사가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걸 윤시윤이라는 배우가 잘 해내더라. 호흡은 당연히 너무 좋았다."
 
-전봉준 역의 최무성과의 장면도 많았다.
"민초의 눈으로 전봉준을 봤을 때 많은 걸 느꼈고 깨달았다. 때로는 아버지 같기도 하고, 내가 감싸 안아줘야 할 친구 같기도 했다. 간결하면서도 묵직하다는 느낌도 매 순간 느꼈던 것 같다. 호흡은 보인 그대로였다. 너무 좋았다. 최무성 선배가 실제로 조용하면서도 위트가 있는 분이다. 묵직한 전봉준을 연기하면서 입이 조금은 근질근질 하셨을 것 같다.(웃음)"
 
-최근 한·일 관계 속에서 '녹두꽃'이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실 현 한·일 정서보다는 드라마 내용에 집중해서 임했다. 다만, 드라마를 통해 각자 느끼는 교훈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문화콘텐츠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나. 학창시절에 동학혁명과 전봉준 장군에 대해 배우긴 했지만 깊이 알진 못했다. 연기하면서 '이런 일이 있었구나'하면서 공부했던 것 같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역사를 잘 알려줄 수 있는 그런 좋은 사극이지 않았나 싶다."
 

배우 조정석 / 잼엔터테인먼트

-'녹두꽃'은 40대의 시작을 여는 작품이기도 했다.
"넉살 좋고, 위트 있고, 까불까불하고 유쾌한 역할이 아닌 웃음기 쏙 뺀 느낌의 역할과 작품이었다. 중간중간 위트 있고 재미있는 장면도 있긴 했지만, 숲을 봤을 땐 눈물을 쏙 빼는 작품이었다. 나 스스로 변주를 많이 하고 싶은 배우인데, 그런 의미에서 기회의 장이 열린 것 같다. '조정석은 이런 것도 어울리고 저런 것도 어울리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차기작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어떤 매력을 보여줄 예정인가.
"일단 작품을 선택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응답하라'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신원호 감독님과 한번 해보고 싶었다. 담백하게 그려질 내용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굴곡 있고 굵직한 이야기가 '녹두꽃'이었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사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는다. 그 두 가지가 마음에 들어 선택하게 됐고, 더 많은 정보와 줄거리는 영화 '엑시트' 홍보가 끝나고 나서 알 것 같다.(웃음)"
 
-앞으로 40대의 삶은 어땠으면 좋겠나.
"주변에서 편해 보인다고 하더라. 나도 편해진 것 같다. 40대가 되고, 결혼도 하면서 여유로워진 것 같다. 그렇게 40대를 보내고 싶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똑같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면서 여유를 가지고 싶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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