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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일본의 4개 자동차부품 제조사가 국내 완성차 업계에 부품을 팔면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식으로 거래처를 '나눠 먹기' 한 사실이 적발됐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미쓰비시전기, 히타치, 덴소, 다이아몬드전기 등 일본계 자동차부품 제조사 4곳은 국내 완성차업체에 자동차 내 발전기인 '얼터네이터'와 승압 장치인 '점화코일'을 판매하면서 최장 10년간 거래처를 나눠먹는 담합행위를 벌이다 적발돼 9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히타치와 덴소는 2004년 르노삼성의 QM5 모델에 적용되는 얼터네이터를 입찰할 때 미쓰비시전기가 공급할 수 있도록 견적가격을 미쓰비시전기보다 높게 써낸 것으로 조사됐다.

미쓰비시전기는 2007년에는 덴소가 현대차의 그랜저 HG와 기아차의 K7 VG 모델 등에 들어가는 얼터네이터를 공급할 수 있게 담합했다.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특정 부품을 한 회사가 납품하는 경우 '그 회사에 상권이 있다'라고 표현하며 납품 기득권을 존중하고 경쟁을 피하는 관행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이아몬드전기와 미쓰비시전기는 2011년에는 한국GM이 말리부에 들어가는 엔진용 점화코일을 입찰하자 덴소가 낙찰받게 도와주기로 덴소와 합의했다.

이에 다이아몬드전기는 입찰을 포기했고 미쓰비시전기는 덴소보다 높은 입찰가격을 제출했다.

2010년대 초반 일본 자동차 부품회사들의 글로벌 카르텔이 드러나자 해외 경쟁당국도 조사에 들어가 미국과 EU, 캐나다 등이 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 등에 벌금과 과징금 등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는 2014년 조사에 들어가 최근 이들 회사에 대한 제재 의결을 마치고 지난달 15일 이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일본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해 발표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발표 시점을 두고 정무적인 판단으로 발표를 일시 연기했으나 이제는 일본이 끝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제보복을 한 상황이어서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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