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규제에도 부동산 투자심리 여전...가계부채,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지난 2분기 가계 부채(빚)가 1556조원을 기록하며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자심리가 쉽사리 식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부터 이어진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가계 부채의 증가속도는 둔화됐지만 증가세는 여전했다. 특히 가계 부채의 증가속도는 가계 소득의 증가속도보다 높았다. 일각에선 가계 부채의 증가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3월 말보다 16조2000억원(1.1%) 증가한 1556조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증가폭은 전년동기 기록했던 24조 1000억원보다는 적은 수준이지만 올해 1분기 기록했던 3조 2000억원보다는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신용 증가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론 줄었지만, 전기 대비로는 증가했다"며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진 (전년동기비) 증감률 급락세가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신용은 은행이나 보험사,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의미한다.

2019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잔액./표=한국은행

2분기 가계신용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은 4.3%를 기록했다. 이는 2004년 3분기(4.1%) 이후 1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가계신용 증감률은 금리하락과 부동산 및 대출 규제 완화로 2015년부터 급등한 바 있다. 실제로 2015년엔 10.9%, 2016년엔 11.6%, 2017년엔 8.1%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적인 대출 억제 정책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이 쏟아지면서 지난해 2분기 7.5%를 시작으로 3분기 6.7%, 4분기 5.9%, 올해 1분기 4.9%까지 지속적인 증감률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계소득보다는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분기에 비해 가계 부채의 증가폭이 크게 늘어난 점도 다소 우려되는 지점이다.

한국은행은 과거 분양된 아파트 입주 물량에 따른 가계의 집단대출이 증가했고 전세자금대출 수요 마저 높아지면서 은행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가계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은 집단대출로 전환될 때까지 2∼3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게 만든다. 또한 대출금리 인하와 2분기 서울 지역 주택가격 상승 등도 향후 가계부채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하반기 부동산 투자 심리가 어떻게 변할지가 향후 가계대출의 견인을 좌우할 것"이라면서 "다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은 가계대출 축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2분기 15조 4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1분기(5조 1000억원) 증가폭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기관별로는 예금은행 대출 증가액이 13조 3000억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상호금융·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 증가액은 5000억원, 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 대출은 1조 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신용은 계절적 요인으로 1분기 1조 9000억원 감소했으나, 2분기 들어서는 8000억원 증가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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