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통업계의 사업 진출 실패 답습 안 하려면 가격과 서비스 차별화 있어야
KB국민은행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KB국민은행이 LG유플러스의 망을 임대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면서 5세대 이동통신(5G)에서도 알뜰폰 업체가 생기게 됐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알뜰폰의 성공가능성에 대해서 기대도 있지만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에 롱텀에벌루션(LTE)과 5G 이동통신망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5G 망을 이용해 알뜰폰 업체가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업계 처음이다 보니 향후 타 알뜰폰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를 통한 가입자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사업 지정으로, 금융과 통신업의 시너지를 감안해 비금융업인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인정받았다.

국민은행은 다음달 ‘KB 알뜰폰(가칭)’을 시범 출시하고 10월 내 정식 서비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용 유심(USIM)에 고객 인증 정보를 탑재해 알뜰폰 사용자가 공인인증서 등의 복잡한 본인인증 절차 없이 각종 금융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또 자본력이 갖춰진 금융사가 알뜰폰에 진입한 만큼 기존 5G 콘텐츠 서비스외에도 은행·증권·보험 등 계열사와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된다면 유입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해진다.

LG유플러스 역시 이번 망 공급으로 알뜰폰 사업에서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말 기준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의 가입자 수는 30만명으로 경쟁사인 SK텔레콤 계열 SK텔링크(73만명), KT 계열 KT엠모바일(72만명)에 비해 현저히 적다.

그러나 올해 알뜰폰 업계 1위인 CJ헬로 모바일(78만명)의 인수를 앞두고 있고, 국민은행까지 합세하게 되면 알뜰폰 시장에서 LG유플러스가 갖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특히 통신사들은 기존 알뜰폰 업체에게 5G 망을 대여해준 적이 없다는 점에서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업계에서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5G 망을 알뜰폰 업체에 대여해주면 고가 요금제를 쓰는 5G 고객의 이탈을 우려해 제공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사진=연합뉴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대형 금융사로 금융권만 가지고 있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고, 단순히 알뜰폰 사업을 하려고 한다기 보다는 자사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까지 출시 일정이나 요금제 등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협의를 통해 공개될 것”이라며 “금융권이 통신 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처음인 만큼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대감과는 별도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서 홈플러스, 이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쇼핑 금액에 따라 통신비를 일정수준 할인해주는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 한 채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생각하는 알뜰폰은 가격이 가장 큰 변수로 5G 요금제가 워낙 고가에 설정돼 있는 만큼 얼마나 이를 낮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고, 여기에 차별화된 서비스가 뒷 받침되야 기존 알뜰폰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알뜰폰 업계는 초기 시장 진입은 순조로운 편이었으나 지난해 가계통신비 절감 취지로 통신사들이 저가요금제 출시, 선택 약정 25%할인 등을 적용하면서 알뜰폰 업계의 경쟁력이 저하됐고,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 점유율은 6월말 기준으로 전달 대비 0.02%포인트 줄어든 12%에 그쳤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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