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 탄도 갯벌체험. 멀리 풍력발전기과 누에섬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성환] 바다 생각나는 여름이다. 이름난 해변마다 볕 피해 달려온 사람들로 북적일 게 뻔하다. 인파에 치이면 휴식보다 짜증이 더 쌓일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작은 해안가 마을로 눈 돌리면 상황이 좀 달라진다. 아이 손 잡고 갯벌을 뒹굴고 바닷가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짬이 날 수 있다. 물론 땀 씻고 더위 쫓을 바다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소박한 어촌을 품고 있는 예쁜 해변을 7월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 경기 안산 탄도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해변 풍경 참 예쁜 곳이 안산 대부도 탄도항 일대다. 대부도 탄도항은 10여 년 전만 해도 세간에 잘 알려진 포구가 아니었다. 탄도에 풍력발전기가 들어서고 누에섬까지 바다 사이로 길이 연결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탄도 일대는 조수 간만의 차가 최대 높이 8m 내외다. 하루 두 차례 썰물 때가 되면 섬으로 향하는 길이 드러난다.

이 때 갯벌로 향하는 문도 열린다. 누에섬까지 갈라진 바다 사이를 걷는 경험, 서해안의 보드라운 진흙 속에서 조개 등을 캐는 신나는 체험이 탄도 인근에서 가능하다.

갯벌 체험은 탄도항 일대와 차량으로 10여 분 떨어진 선감어촌체험마을에서 주로 진행된다. 탄도항 주변이 주말이면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는 반면, 항구와 떨어진 선감마을은 다소 한적한 분위기에서 갯벌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봄부터 시작된 바지락 캐기는 여름까지 이어진다. 갯벌 체험의 주요 테마는 바지락 캐기다. 호미 하나 들고 갯벌에 들어서면 어린아이도 손쉽게 바지락을 건져 올린다.

▲ 고창 장호어촌체험마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북 고창 구시포

상하면 자룡리에 있는 구시포는 해변의 경사가 완만해 수심이 얕아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에 적당하다. 갯벌에서는 백합이나 모시조개 등을 잡을 수 있다. 한 시간쯤 공 들이면 한 바구니는 채울 수 있다. 해변 뒤로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는데 숲에 들어, 텐트 치고 캠핑 즐기는 이들 많다.

구시포에서 장호어촌체험마을이 멀지 않다. 해안도로 따라 차로 북쪽으로 20분쯤 가면 닿는다. 갯벌체험 제대로 할 수 있는 마을이다. 마을 안내센터에서 장화, 호미, 바구니 등을 빌려준다. 준비 끝나면 트랙터가 체험장까지 태워 준다. 마을에서는 해마다 체험장에 어린 조개를 뿌린다. 마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도 갯벌에 뿌린 조개 값만 6,000만원이나 된다. 조개 캐고 갯벌 만지고 놀다 보면 한 두 시간은 훌쩍 지난다. 안내센터에는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이 갖춰져 있다.

▲ 강릉 주문진해변 아들바위공원.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강릉 주문진

강릉은 동해를 대표하는 도시다. 특히 주문진항 인근에 있는 소돌항과 아들바위 공원을 기억한다. 기이한 바위가 해안 따라 줄줄이 이어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아들바위공원은 주문진 해변 남쪽에서 소돌항까지 연결되는 해안을 아우른다. 이곳 주인공인 ‘아들바위’는 마치 부드러운 진흙 덩어리를 주물럭거려 홈을 파고 구멍을 낸 듯한 모양의 바위다. 코끼리처럼 생겨 ‘코끼리바위’, 소를 닮아 ‘소돌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억5,000만년 전에 지각변동으로 해안에 솟아올라 파도와 바람에 파이고 깎여 현재의 모습이 됐다.

주변에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주문진해변 쪽으로 이어진 산책로는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라 운치 있다. 가장 높은 지점에 놓인 바다 전망대에서는 남쪽으로 아들바위, 북쪽으로 주문진해변이 바라 보인다.

아담하고 평화로운 소돌항은 문어가 유명하다. 문어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문어라면,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활어회, 푸짐한 양에 놀라는 매운탕, 신선한 조개구이 등 먹거리가 풍성하다. 7월부터 아들바위 앞 파도가 잔잔한 곳에서 투명 카누 타기,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갯바위 게잡이 등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 울진 망양정해변.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북 울진

망양정에서 월송정까지 이어지는 관동팔경길(25km)은 울진의 해변을 대표한다. 옛이야기 가득한 정자, 정감 어린 포구, 솔숲 시원한 해변이 어우러진다. 망양정은 왕피천과 바다가 만나는 장면이 감동적이고, 망양 해변에 자리한 옛 망양정은 거친 파도 소리가 일품이다.

구산어촌체험마을에는 울릉도를 지키던 수토사들이 바람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던 대풍헌이 있다. 신라 화랑이 머물던 월송정은 소나무 1만여 그루가 있는 숲에 들어앉아 쾌적하다.

▲ 여수 섬달천마을의 소담한 포구.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남 여수 섬달천마을

전남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의 바다, 고흥군·보성군·순천시·여수시에 둘러싸인 내해가 여자만(汝自灣)이다. 여자만 동쪽 소라면에 2개의 달천마을이 있다. 하나는 육지에 있어 육달천, 다른 하나는 섬에 있어 섬달천이다.

라 불린다. 1980년대 초 두 마을 사이에 연륙교가 놓이면서 왕래가 편해졌다. 여자만 갯벌은 꼬막, 특히 새꼬막 산지로 유명하다. 새꼬막 산란기인 7~8월이면 여자만에 기대어 살아가는 어촌에서는 종패 채묘 작업이 한창이다.

섬달천은 40여 가구가 있는 작은 섬이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고 내세울 만한 명소도 없어 오가는 이는 드물지만, 소박하고 고즈넉한 어촌 풍경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특히 마을 앞뒤로 마당처럼 펼쳐진 갯벌이 선사하는 꼬막과 바지락, 굴은 큰 보물이다.

섬달천의 짧은 해안 도로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인근 여수YMCA 가사리생태교육관에서 자전거를 빌려준다. 갯벌 옆으로 난 해안 도로를 따라 섬달천까지 왕복 12km,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체력과 시간이 허락하면 섬달천에서 돌아가지 말고 달천, 궁항, 장척, 복촌까지 달리며 해안선을 따라 길게 누운 갯벌을 마음껏 즐겨본다. 해마다 가을에 여자만갯벌노을축제가 열리는 장척과 복촌 사이에는 ‘카페촌’이 있어 쉬어가기 좋다.

▲ 태안 어은돌해변. 한국관광공사 제공

■ 충남 태안 어은돌

어은돌은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어촌이다. 어은돌에는 자그마한 항구와 해변이 있다. 길이 1km 정도인 해변은 긴 활처럼 휘었다. 물때가 매일 다르기 때문에 갯벌을 즐기려면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족 여행객이 많은 캠핑장 옆에 소나무로 둘러싸인 어은돌쉼터가 있다. 이곳에 서면 어은돌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은돌쉼터에서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파도리가 나온다. 소나무 숲을 걸어도 좋다.

캠핑장 반대편에는 작은 어촌마을이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아낙들과 소박한 민박, 산처럼 쌓인 어망이 여행자를 반긴다. 방파제를 따라 들어가면 우뚝 선 등대가 보인다. 등대 주변에서 낚시하는 이들이 많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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