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변신’(21일 개봉)은 배우 성동일의 두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오컬트 공포극이다. 대표작 tvN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가족을 챙기는 아빠에서 악마가 숨어든 뒤 무섭게 돌변하는 모습으로 1인 2역 같은 연기를 소화했다. ‘변신’을 통해 그야말로 변신에 성공한 것. 성동일은 “현대판 ‘전설의 고향’같은 한국적인 정서가 반가웠고 가족의 이야기라 더 좋았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반드시 잡는다’(2017)로 호흡을 맞춘 김홍선 감독과 재회했다. 작품을 또 하게 된 이유는.

“시나리오 자체가 굉장히 동양적이다.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기존의 오컬트물과 달리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누가 악마인지를 가늠할 수 없다. 내 남편, 내 아내가 맞는지조차 헷갈리게 만든다. 더군다나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기존에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사뭇 다르다. 차이점을 두고 연기한 게 있다면.

“그냥 성동일로서 연기했다. 내 아내와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눈빛으로 연기하려고 했다. (웃음) 가끔 우리 딸을 쳐다볼 때 그런 눈빛을 쓸 때도 있다. 아무것도 안 한 연기, 그게 오히려 더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성동일로만 가도 이 영화는 재미있을 것이라고 봤다.”

-대중에게 친화적인 ‘아빠’의 모습을 벗기 위해 이미지 변신을 고려한 건 아닌가.

“이제 와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일을 하면서 추억도 쌓고 즐길 수 있는 현장을 찾는다. 몸과 마음을 쏟아 치열하게 일한 현장은 언제나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변신’ 역시 그런 믿음에 선택했고 내 판단이 옳았다. 내 소원은 일을 많이 하는 가장이자 아빠다.”

-망치를 휘두르고 딸의 머리채를 잡는 등 위협적인 장면이 많았는데.

“그런 장면은 미리 합을 맞춰야 했다. 연기를 하면서 두 번 정도 갈비뼈가 부러진 적이 있다. 스턴트맨들이 늘 하는 말이 ‘다치면 너만 손해’였다. 돈 벌자고 하는 것이지 목숨 걸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리허설을 할 때 딸 현주(조이현)가 ‘아빠, 어디서 머리를 당길 거예요?’라고 물어봤는데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면 준비를 연기를 하게 되니까. 어디서 머리채를 잡는지 모르게 안 아프게 잡아야 했다. 그렇게 연기한 장면이 영화에 그대로 나왔다.”

-구마사제이자 동생 중식을 연기한 배성우와 호흡은 어땠나.

“배성우는 기본적으로 멋 부리는 연기를 안 한다. 그게 참 좋다. 정말 동생처럼, 형처럼 연기할 수 있었다. 연극 무대에 섰던 친구들이 기본 장치가 좋다. 괜히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대사도 잘 듣고, 잘 받아친다. 그래서 감정신이 더 잘 나오는 것 같다. 평소 성격도 굉장히 부드럽다. 촬영할 때 내 방에서 술을 많이 마셨다. (웃음)”

-초반에 특별 출연한 오대환의 등장이 인상적이었는데.

“오대환은 피부도 평소와 다르게 설정하지 않았나. 처음 보고 웃음이 나왔다. ‘안시성’ 때도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배울 점이 많은 후배다. 가족에 대한 애정 역시 대단한 친구다. 오로지 가족이 삶이다. 굉장히 가정적이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아이 넷을 키우는 것도 대단하지 않나.”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응답하라’ 시리즈 ‘개딸’ 중 정은지를 가장 예쁜 딸로 꼽았는데.

“은지가 ‘변신’을 찍을 때도 커피차를 보냈다. 작품이 끝나고 난 뒤에도 변함없이 연락하고 안부를 묻는다. 지금도 전화해서 ‘아버지’라고 부른다. 솔로 앨범을 낸다고 연락이 왔었는데 격려를 해준 뒤 까먹고 지냈다. 아이들이 집에서 어떤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노래가 괜찮아서 나도 들었다. 알고 보니 은지의 ‘하늘바라기’였다. 깜짝 놀라서 은지한테 전화했더니 친아버지와 나를 생각하고 가사를 지었다고 이야기했다. 굉장히 고맙고, 뭉클했다. 은지가 아무 것도 모른 채 연기를 시작할 때 만나게 됐는데 무조건 서로 응원한다. 좋은 가수는 물론 배우로 남길 바란다. 후배들이 잘되는 것만큼 기쁜 게 없다.”

-자신만의 색깔이 강한 배우다. 캐릭터를 어떻게 연구하는 편인가.

“유독 한국은 이미지 변신을 고집한다. 그런데 그건 시나리오가 시키는 것일 뿐 배우가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위해 연구하고 고민하고 자료 찾고...난 그렇게 열심히 못한다. 공부를 많이 한 배우도 아니다. 그저 내가 만난 사람들을 조금씩 흉내 내는 것뿐이다. 세상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고, 좋은 놈이든 싫은 놈이든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기를 어디에서 배우겠나. 결국 연기는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