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김홍선 감독이 영화 ‘변신’을 통해 한국형 오컬트 공포물에 도전했다. 기존의 오컬트 공포 영화와 달리 악령이나 혼령이 아닌 사람의 탈을 쓴 악마를 차용하며 변화를 꾀했다. 영화 속 평범한 강구(성동일) 가족에게 악마가 숨어든다는 설정은 색다른 공포감을 선사한다. ‘결국 사람이 가장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어떤 게 악마이고, 사람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김 감독은 “사람의 마음을 갖고 노는 악마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변신’을 연출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

“제작사 구성목 대표가 김향지 작가님이 쓴 책을 보여줬다. 기획 자체가 신선했고 반전이 좋았다. 굉장히 긴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었다. 각색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선인이 악마로 변했을 때 굉장히 두렵게 다가올 것 같다는 포인트를 살리려고 했다. 시작 자체가 가족이니 끝도 가족 이야기로 끝났으면 했다. 원래 책에는 형사 캐릭터가 있었는데 각색 과정에서 없앴다. 대신 강구(성동일)가 그 역할을 하게 했다. 구마사제 중수(배성우)도 좀 더 가벼운 느낌이 있었는데 시니컬하게 변화를 줬다.”

-구마 사제 중수는 기존의 구마사제와 많이 다르다. 영웅적인 모습보다 인간미가 강한데.

“배성우 자체가 따뜻한 이미지다. 동네 성당에서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 동안 세거나 가벼운 캐릭터들을 했기 때문에 진중한 모습을 살리고 싶었다.”

-중수가 구마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게 진짜 중수이고, 악마인지 혼란을 줬는데.

“사실 엔딩 전까지는 보는 사람들이 헷갈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명확하게 설명된 장면들이 있었는데 다 편집했다. 중수가 앰뷸런스를 타고 대화를 한다든지 하는 ‘진짜’같은 느낌은 없앴다. ‘진짜’와 ‘가짜’가 명확한 장면들을 다 찍어놨지만 그걸 보여주면 너무 영화가 쉬워 보일 것 같아 그런 설명들을 제거했다. 누가 악마인지를 찾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 ‘변신’이 나오기 전 국내에도 오컬트 영화가 많이 나왔다. 식상함을 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검은 사제들’을 비롯해 최근에 몇 작품 나오긴 했다. 아직 ‘사자’는 못 봤다. 우리 영화는 가족 이야기로 끌고 가려고 했다. 한 번 쾅 놀라게 할 장면을 두 번 쓰면서 호러를 강조하되 오컬트 적인 면에서는 좀 더 인간적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구마에 특화돼 있는 구마사제가 트라우마를 갖게 된 이유를 넣으면서 스토리에 더 집중했다.”

-오컬트 장르라는 게 굉장히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나.

“엄청 공부했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엑소시즘 관련된 건 많이 봤다. 바티칸에 있는 구마사제를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영상들도 꽤 찾아봤다. 악마 설정은 프레드 게팅스가 쓴 ‘악마 백과사전’을 많이 참고했다. 책에 나온 내용인데 기원전 3200년 전에 이집트 나일강 문명 때 아몬이라고 그들이 떠받든 악마가 있었다고 한다. 까마귀 얼굴을 한 머리 두 개의 악마다. 그 악마가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고 갖고 논다고 나와 있다.”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장면이 구현된다. 하우스 공포물인만큼 공을 들였을 텐데.

“집의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로케이션 헌팅을 할 때 공을 많이 들였다. 영화 속 집들은 대구에서 발견한 집들이다. 이웃집과 거리, 창문 위치 등도 자세히 살펴봤다. 또 주차 문제로 일어나는 일들, 소음도 들릴만한 옆집과의 간격 등을 주로 살펴봤다. 풀샷만으로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야 했다. 내부는 세트이지만 한국에 있을 법한 공간인 게 가장 중요했다. 또 딸들이 숨는 동선이나 조명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악마가 사람들의 모습이 돼 관계를 교란시킨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참 중요한데 어떤 요구를 했나.

“배우들이 정말 잘해줬다. 성동일부터 오대환까지 너무 고마웠다. 가족을 연기한 배우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도록 악마로 변해도 목소리 변조를 하지 않을 것이고, 톤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빠 중수 역을 맡은 성동일에게도 다 큰 딸에게 할 수 있는 듣고 싶지 않은 대사들을 표현해 달라고 했다. 또 배성우에게는 성당에 있는 신부님 같은 모습을 요구했다.”

-중수와 현주(조이현)의 침대신은 다소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야기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여성분들의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수위조절을 했다. 선우가 악마로 변하면서 남자인 중수에게 복수를 하고 때린다던지 하는 장면들도 넣었다. 중수가 현주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장면이 들어가면 위험할 것이라고 봤다. 포인트는 침대신 이후 현주가 긴 바지만 입는 것이다.”

-가족 공포극인 만큼 신파적인 설정 역시 피해갈 수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옛날 엑소시즘 영화를 보면 굉장히 전형적인 결말이다. 20~30년 전 영화라 올드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걸 아직 안 보신 분들도 있다. 우리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전형적이지만 색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베드 엔딩이 아니었으면 했다. 최대한 신파적인 설정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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