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업계는 대웅제약 유리한 고지 선점 평가
메디톡스 '편협한 해석' 반박
감정 시험에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가 포자를 생성한 모습, 사진 상의 붉은색 화살표가 포자 형성 이미지이며 다량의 포자가 선명하게 생성된 모습이 감정 결과로 확인했다/대웅제약

[한스경제 김아름 기자]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 진행한 '보톡스 균주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며 승전보를 울릴 가능성이 커졌다. 메디톡스에서 그간 꾸준히 주장한 보톡스 균주 도용에 반박하는 객관적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업계도 대체로 이번 결과를 두고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주는 행보다.

보톡스는 미국 엘러간이 보툴리눔 톡신으로 만든 제품명으로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이라는 균에서 독성을 띠는 단백질을 추출한 것을 뜻한다.

1일 대웅제약에 따르면 지난 30일 대웅제약은 자사 보톡스 제품인 '나보타' 균주에서 포자가 형성됐다며 메디톡스의 '메디톡신'과 전혀 다른 균주임이 입증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에 대해 무고죄 등의 혐의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포자 감정에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가 포자를 명확히 형성함을 확인함에 따라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 메디톡스의 균주와 다른 균주임이 명백히 입증됐다"라고 설명하며 그간 대웅제약의 균주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음해로 일관한 메디톡스에 무고 등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각 회사에서 추천한 감정인들은 포자감정 시험에서 확인한 포자 형성 여부 결과를 지난달 14일과 29일 법원에 감정보고서 형태로 제출했다.

포자는 균이 어려운 생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성하는 일종의 보호막으로 포장 감정은 대웅제약의 향남공장 연구실에서 지난 7월 4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됐다. 시험 과정 기간 동안 두 회사의 감정인이 참관했다. 감정인은 법원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에서 각각 추천을 받아 미셸 포포프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교수와 박주홍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지정됐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악연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다. 국내 보톡스 시장 1위 자리에 있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보톡스 시장 진출 선언을 접한 후 보툴리눔 톡신 제제 균주를 두고 자사 제품인 '메디톡신' 균주 도용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자사 보툴리눔 균주인 '홀A하이퍼 균주'는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 이에 대웅제약이 균주를 도용했다면 당연히 나보타 균주도 포자가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때마다 대웅제약은 '홀A하이퍼 균주 특성을 가진 보툴리눔 균주를 자연 상태인 마구간(토양)에서 자체 발견했다'라는 설명과 함께 도용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전 직원이 자사 균주를 도용해 만든 제품이라며 미국과 한국 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등을 이유로 소송을 진행했다. 올해 2월에도 파트너사인 엘러간과 함께 "메디톡스 전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 등과 관련한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라며 대웅제약과 현지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현재 ITC는 포자 등의 감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험 결과로 대웅제약 균주에서 포자 형성이 확인되면서 업계는 대웅제약의 승리로 마무리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제기한 균주 도용 의혹은 포자 형성 유무였는데 객관적인 증거가 나왔으니 메디톡스 입장에서도 반박할 구체적 증거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결과가 ITC 소송에서도 대웅제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법원이 해당 내용을 증거로 채택하면 결국 승자는 대웅제약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발표를 두고 편협한 해석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는 "국내 민사소송의 포자감정 결과에 관한 대웅제약 주장은 일부 내용만 부각한 편협한 해석에 불과해 전혀 동의할 수 없다"라 반박하며 "대웅제약의 메디톡스 균주 및 전체 제조공정 일체 도용에 대한 모든 혐의는 이달 20일까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되는 양사의 균주 조사 결과로 완벽히 밝혀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웅제약의 제품 나보타는 지난 2014년 국내에 출시해, 올해 5월 미국 시판 등 해외 16개국 수출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중국 임상 3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메디톡스의 제품 메디톡신은 지난 2004년 국내에 출시해 현재 태국과 브라질 등 해외 6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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