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홍정은, 홍미란 / CJ ENM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한여름 밤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면서도 귀신 사장과 인간의 로맨스로 안방극장을 애틋함으로 물들였던 tvN '호텔 델루나'가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지난 1일 종영했다. '호텔 델루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 7주 연속 드라마 화제성 1위를 차지했으며, 시청률도 매주 꾸준히 상승하더니 마지막 회에서 12.0%를 찍으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그 중심에는 '홍자매 작가'로 통하는 홍정은, 홍미란이 있었다. 홍정은, 홍미란 작가는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를 시작으로 SBS '주군의 태양'(2013), tvN '화유기'(2017), '호텔 델루나'에 이르기까지 판타지 계보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CG, 영상미, 배우 케미 등 모든 면에서 최고 정점을 찍은 홍자매 작가는 발전된 CG 기술과 제작 여건, 여진구, 이지은 등 배우들의 호연이 작품을 살렸다고 입을 모았다. '호텔 델루나'의 흥행을 넘어설만한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다시 만나길 바랐다.

-유도교를 건너는 장만월과 이생에 남은 여진구의 이별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홍정은 "델루나 호텔은 죽은 사람들이 오는 공간이다. 호텔에서는 죽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잠시 쉴 시간을 준다. 최종 목표는 저승에 잘 보내는 거다. 델루나의 대표 귀신이 장만월인데, 처음부터 '마지막에 구찬성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것'을 설정했다. 둘의 케미가 좋아 헤어지는 게 아쉬웠겠지만, 시청자들 마음 한 켠엔 '그래. 만월이는 갈 거야'라고 생각했을 거다. 억지로 엮지 않는 한 둘은 이생에서 함께 할 수 없었다. 직원이 한 명씩 떠나는 것도 이생의 아픔을 씻고, 다음 생으로 환생한다는 기쁨이 있었다. 가슴 아프지만, 찬성이가 만월이를 보내는 게 그들다운 엔딩이었다. 마지막 엔딩에 그려진 만월이와 찬성이의 만남은 환상이다. 어떤 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다시 델루나의 세계관에 따라 환생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염원이 담겼다. '이들이 이렇게 다시 만났어요'라고 끝난 게 결코 아니다."

-제작발표회 때 감독이 말하길, 작가님이 '이지은이 아니면 작품을 안 만들겠다'고 했다던데.
홍미란 "장만월 캐릭터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했고, 화려하지만 한편으론 애잔한 느낌이 들어야 했다. 월령수 앞에 혼자 서 있을 때 짠해 보이는 분위기가 있어야 했다. 배우 이지은이 가진 정서가 만월이가 갖고 있는 것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본인에 맞게 잘 받아줘서 시너지가 더욱 좋았던 것 같다."

홍정은 "'이지은이 아니면 안 한다'라고 말했던 게 사실이다. 저희끼리 있을 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지은이라는 배우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리의 기획의도를 잘 이해해줬다."

작가 홍정은, 홍미란 / CJ ENM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부터 '호텔 델루나'까지 홍자매만의 판타지 계보가 있다. 점차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홍정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주군의 태양', '화유기', '호텔 델루나'까지 오게 됐는데, 처음 '구미호'를 할 때는 꼬리 9개의 CG를 넣는 것조차 버거웠다. 퀄리티가 높지 않아 힘들었다. CG도 처음 1~2회까지만 나오고 나중엔 인형 꼬리로 대체될 정도로 열악했다. 점차 발전 단계를 거치면서 지금은 호텔도 세우고, 귀신들도 '전설의 고향'같지 않은 섬뜩한 귀신들이 나왔다. CG 기술과 제작 여건이 좋아지고, 세트도 거대하게 지원받으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해보게 됐다."

홍미란 "'주군의 태양' 때도 사실 배경을 호텔로 잡고 싶었으나, 호텔을 빌리기가 어려웠다. 그때는 호텔을 지을 생각 자체를 못 했으니까. 지금은 세트장을 따로 지어 촬영을 하고 있다. 실제 호텔 못지않게 큰 사이즈로 '호텔 델루나'를 구현해놨다. 그래서 더 좋은 장면이 나왔던 것 같다."

-사실 '도깨비' 등 타 작품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홍미란 "전체적인 이야기를 보지 않고, 소재 하나로만 '귀신이 나오는 호텔이래. 저거랑 비슷하겠네'라고 봐주신 건 좀 속상했다."

홍정은 "소재 자체를 논란거리로 만들면 창작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소재뿐만 아니라 창작한 부분을 갖고 유사하다고 하면 생각해볼 텐데, 소재만 보고 '이거랑 똑같아'라고 매도하는 건 조금 억울하다. 그건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에겐 부정적인 시각을 주고, 작가로 하여금 맥을 빠지게 한다. 소재 하나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귀신 레스토랑, 귀신 미용실이 있겠고, 그 안에 내용도 다 다르다. '일본에서 어떤 만화가 이를 소재로 하고, 미국에서는 이 소재가 있다'라며 다 똑같다고 보는 건 부당하다. 소재가 그 작가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한 부분에 대해 작가가 신경 쓸 부분도 있지만, 시청자분들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 '호텔 델루나'는 본 사람들 사이에서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인정받았기 때문에 떳떳하고 다행이다."

-여진구 씨의 연기를 본 소감도 궁금하다.
홍미란 "어렸을 때부터 왜 '진구 오빠' 소리를 들었는지 알겠더라. 현장에서 '나이에 비해 너무 잘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어려서부터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고 자라서 그런지 준비도 철저하게 해오고, 연기도 잘 하더라. 20대 후반 정도의 느낌을 줘야 하는 포지션이었는데 잘 해냈다. 이지은과 함께 NG가 나도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유연함이 있었다."

작가 홍정은, 홍미란 / CJ ENM

-애틋한 엔딩도 화제였지만, 김수현 씨가 '달의 객잔'의 새 주인으로 들어서는 장면이 큰 이슈였다.
홍정은 "특별 출연 같은 경우는 대본이 나와있는 상태에서 감독님과 배우들이 '누구한테 연락해볼까'라고 이야기하며 캐스팅이 이루어졌다. 만월이가 유도교를 가는 장면과 '호텔 블루문'이 등장하는 신에 대한 대본은 이미 한 달 전에 나왔었다. CG를 위해 감독님께 대본을 드렸는데, 김수현 씨를 캐스팅해서 놀랐다."

홍미란 "김수현 씨의 '호텔 블루문' 장면은 하나의 팬서비스로 봐주시면 될 것 같다. 보고 싶던 배우가 오랜만에 나와서 대중들이 관심을 준 것 같다. 김수현 씨가 등장하면서 시즌 2 제작에 대한 오해도 생겼더라. 아직 시즌 2에 대해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김수현 씨가 그린 엔딩은 '달의 객잔이라는 공간은 계속 존재한다'라는 걸 말하려는 것이었다."

-현재 차기작을 구상 중인가. 언제쯤 홍자매의 작품을 다시 또 만날 수 있을까.
홍미란 "일단 얘기가 오고 간 건, 2009년에 방송한 '미남이시네요' 같은 장르를 다시 만들어보면 어떨까.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풋풋한 느낌의 작품을 쓰면 재밌을 것 같다. '호텔 델루나'의 과거 모습으로 만월당이 나오기도 했는데, 사극 버전의 귀신 테마를 잡아도 괜찮을 것 같다. 아니면 정통 로맨틱 코미디를 하지 않을까 싶다. 길어도 1년 반 안에는 시청자분들을 다시 만나지 않을까. 이번엔 여름에 만든 작품이었으니까 다음번엔 겨울 드라마로 생각해볼까 한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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