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환경연합 회원이 방독면을 쓰고 미세먼지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 직장인 A씨(48)는 이제 매주 즐기던 마라톤을 가급적 자제하기로 했다. 갑자기 생긴 가슴 통증으로 병원에 갔더니 미세먼지가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공기도 따로 사서 마셔야 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 천안에서 서울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B씨(42)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거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서울을 벗어나면 집 값도 싸지만 공기가 좋아서 몸이 가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심해진 요즘은 아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KTX를 타러 가는 길에서도 벌써 숨이 막히는 기분이다. 그는 이제는 차라리 서울에서 살면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벌써 몇년째 하늘이 뿌옇다. 어쩌다가 맑은 날이 하루라도 있으면 TV 등 방송에서도 알려줄 정도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공기가 그냥 더러운 것이 아니다. 노약자에게는 치명적이다. 병원에는 매일마다 이런 환자들이 줄을 선다.

그런데 정부는 별 다른 움직임이 없다.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의 미세먼지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 5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PI)에 따르면 한국은 공기의 질 부문에서 조사 대상 180국 중 173위에 머물렀다.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 역시 174위로 최하위권에 포진했다.

 

▲ 요즘 서울 대기는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인 날에도 이 같이 뿌옇다. 사진=연합뉴스

◆ 좌충우돌 미세먼지 대책에 뿔난 여론

‘고등어 사태’도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 촌극이었다. 환경부는 지난 5월 23일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많으니 주의하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미세먼지 대책만을 기다리던 언론과 대중들은 이를 환경부가 내놓은 해결 방법 중 하나로 오해했다.

뒤늦게 해명자료를 내긴 했지만 고등어와 관련한 산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정부를 향한 질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부실한 정부합동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내놓으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우선 환경부는 한반도 미세먼지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중국에 어떤 외교정책을 펼 것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중 절반은 중국에서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 등 공해물질이 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와 심각한 미세먼지 사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해결할 방법은 해결 대책에 없었다. 

미세먼지 생성에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앞서 2029년까지 석탄발전소를 20기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은 유지한 채 노후발전소 10기를 폐지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

게다가 지난 21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건강한 사람은 미세먼지 걱정 안해도 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에 대한 여론은 더 악화됐다.

 

◆ 자동차업계 못따라가는 정부 친환경차 대책

▲ 윤성규 환경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미세먼지의 또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자동차와 관련해서도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은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

친환경차와 관련해서는 대폭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지원금 지급 등 실질적인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통행료 인하, 주차요금 할인 등 보조금 지급 관련해서도 ‘확대한다’, ‘늘리겠다’는 말만 있을 뿐 구체적인 예산 편성과 일정 등의 내용은 없었다.

건설기계 등 비도로 오염원에 대한 대책으로는 “저공해화 사업을 추진한다”고만 밝혔다.

특히 대기오염 심각도에 따라 자동차 운행을 제한한다는 내용도 포함해 성의가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친환경차 보급에 도움이 될만한 정책을 기대했던 자동차 업계는 약간 난감한 눈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사들도 정부 정책 방향처럼 친환경차량 보급에 힘쓰고 있지만 속도가 다르다”며 “정부가 정말로 친환경차 보급을 하기 위해서는 지원금, 보조금과 충전소 확대 등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 환경부 “조만간 추가 대책 나올 것”

환경부는 쏟아지는 비판에 해명자료를 내고 대응했다. 요약하면 이번 대책은 앞으로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내용이다.

중국처럼 밀어붙일 수는 없으니 이 정도가 가장 진보적인 것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도 추가했다. 화력발전소 정책 모순에 대해서는 정책적 전향을 뜻한다는 풀이를 내놨다.

하지만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해명에도 실제 예산을 배정하거나 대책을 마련하는 등 사람들이 원했던 실질 행동 계획은 없었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이런 여론을 확인하고 이번 달까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겠다고 지난 21일 밝혔지만 말일까지도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조만간 나올 것이다”라며 발표가 조금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세부 내용과 추가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라며 “지난 발표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여기에는 미세먼지 해결 대책을 맡을 태스크포스(TF)구성, 대책시행 일정, 예산 등도 포함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도 소개했다.

친환경 자동차 대책이 부실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보조금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고 목표 충전기 보급 대수도 이전보다 50%정도 늘렸다. 사실상 지원을 확대한다는 의미다”며 “예산 문제만 해결되면 실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친환경차 지원금에 대해서는 “보조금은 내연기관 차와 친환경차의 가격 차이를 보전해주는 의미로 지급하는 것”이라며 “친환경차 제조 단가가 저렴해지고 보급대수도 많아지는데 보조금을 계속 똑같은 수준으로 지급하기는 예산 등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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