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불사' 국내 기업들, 미래먹거리 선점 놓고 ‘생존경쟁’
'소송 불사' 국내 기업들, 미래먹거리 선점 놓고 ‘생존경쟁’
  • 김창권 기자, 김아름 기자,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9.09 17:22
  • 수정 2019-09-10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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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LG, 고화질TV시장 놓고 재격돌
SK vs LG, 전문인력 확보에 소송전 돌입
대웅제약 vs 메디톡스, 3년째 보톡스시장 선점경쟁
업계 “보다 경쟁력 높은 제품 양산위한 노력으로 봐야” 전언
LG전자가 현지시간 6일부터 1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19 전시회에서 8K 올레드 TV를 전시했다. /사진=LG전자
LG전자가 현지시간 6일부터 1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19 전시회에서 8K 올레드 TV를 전시했다. /사진=LG전자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경기 침체로 미래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기업간 경쟁이 소송도 불사하는 등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동종 업종 혹은 유사 업종에서 경쟁을 펼치다보니 간혹 얼굴을 붉히는 상황도 펼쳐지지만 기업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재계내 일반적 인식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간 소송, 비난 여론전 등이 제 살 깍아먹는 소모전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길게보면 국내 업체들의 자생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재계내 다양한 영역에서의 기업간 겨루기가 주목된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래먹거리 사업 가운데 하나인 8K TV 시장을 놓고 서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동종업계의 경쟁은 전자업계에 그치지 않고 화학업계, 제약업계까지 전방위적으로 걸쳐있어 그동안 국익우선 주의 정책을 펼쳤던 국내 기업 분위기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삼성 vs LG, 글로벌TV시장 놓고 맞짱
 

지난 6일부터 열린 독일 베를린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LG전자가 삼성전자의 8K TV와 자사 제품을 동시에 걸어놓은 뒤 ‘삼성이 내놓은 8K QLED TV 화질이 떨어진다’며 대놓고 비판에 나섰다. LG전자는 삼성이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며 경쟁에 포문을 연 것이다. 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부사장)은 7일(현지시간) 현지 간담회에서 “8K TV는 화질 선명도는 흰색과 검은색이 얼마나 잘 구별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 100%에 가까울수록 선명한데, LG의 8K TV는 선명도가 90%로 나온데 반해 삼성 8K는 12%로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8K 해상도의 표준규격(화질선명도 50% 이상)을 정할 때 삼성도 관련 논의에 동참해 같이 규정을 만들어 놓고 이제는 '모르겠다'고 한다면 소비자들이 오도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직접적인 맞대응을 피했지만 “1등을 헐뜯는 행위”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LG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7일부터 ‘LED TV와 차원이 다른 LG OLED TV 바로알기’라는 제목의 광고를 내보내면서 삼성전자와의 TV시장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광고를 통해 LED TV는 컬러를 만들기 위해 백라이트가 필요한데, OLED TV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 블랙도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TV 시장에서 미래먹거리로 불리는 8K 차세대 기술 주도권 싸움에서 LG전자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서 LG전자와 삼성전자는 5년 전 같은 전시회에서 드럼세탁기 문을 고의로 파손했다는 이유로 소송까지 불사한 바 있는 만큼 가전업계의 이번 경쟁은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SK vs LG, 전문인력 경쟁에 소송전 격화

특히 이 같은 동종업계의 경쟁 심화는 차세대 먹거리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한 생존 경쟁과도 무관치 않다. 이미 국내 기업 가운데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업계 인력 유출로 소송전을 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핵심 인력을 빼가 영업 비밀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리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지난 5월 말 조사 개시 결정하고 현재 조사 진행 중이다. ITC는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말쯤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델라웨어 법원에 제기된 같은 내용의 소송은 최장 3년까지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6월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을 상대로 맞소송으로 반격했다. 또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까지 국내 법원에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소장을 통해 'LG화학이 GM과 아우디, 재규어 전기차에 납품한 배터리에서 자사 특허 2개를 침해한 것으로 특정하고 금지명령 구제 조치와 손해배상 등을 요구했다'라고 설명했다.

맞소송으로 분위기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사 경영진 협상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이 만나 해결하는 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 제기를 발표하면서 언제든 대화하겠다고 했다. 정부·정치권이 직간접적으로 국익 차원에서 두 회사가 화해해야 한다고 중재하는 상황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사과와 재발방지, 피해보상 논의 등을 전제조건으로 대화에 응할 수 있으며 대화 주체는 그룹 총수가 아닌 회사 경영진(CEO)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정부 중재나 여론에 떠밀려 지적 재산권과 관련한 부당 행위가 유야무야 넘어가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이 훼손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협상을 시작한다고 해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 vs 메디톡스, 보톡스 원료 놓고 3년째 공방

'보톨리눔 톡신' 균주 도용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분쟁이 대웅제약의 승리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양사의 동의하에 진행한 대웅제약 포자 감정에서 포자가 형성되는 결과를 도출했기 때문이다. 이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도 양사의 보툴리눔 톡스 균주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톡스 전쟁’이라 불리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분쟁은 3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 2012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훔쳤다는 주장을 하면서 제기됐다. 대웅제약은 음해라고 반박했으나 균주 도용 의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미국 ITC 소송에서 자사의 나보타 보툴리눔 균주의 포자가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앞서 대웅제약은 지난달 30일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던 민사소송에서도 균주의 포자 형성을 확인한 바 있다. 대웅제약은 ‘포자 형성’이 확인됨에 따라 메디톡스와 공방에서 자사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앞서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 진행하고 있는 국내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지정한 국내외 전문가 감정인 2명의 입회 하에 실시한 시험 결과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생산에 사용되는 균주가 포자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편협적 해석에 불과하다며 반박하는 입장이다. 메디톡스 측은 지난 국내 민사소송 결과와 관련해 대웅제약 측 주장에 "포자감정 결과를 일부 내용만 부각한 편협한 해석에 불과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러면서 “핵심은 양사가 지정한 감정인이 각자 서로의 균주를 검증하는 것이지, 자사가 지정한 감정인이 자체 균주를 검증하는 것은 ITC가 명령한 부분이 아니다”라며 “20일 ITC에 제출되는 양사의 균주 조사 결과로 완벽히 밝혀질 것이다”이라고 강조했다.

국내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생존경쟁을 펼고 있는 상황에 대해 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기업과도 경쟁은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과거 국익을 우선시해 경쟁을 자제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 보다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