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최인철 감독 사퇴... 인사(人事)가 곧 만사(萬事)다
[기자의 눈] 최인철 감독 사퇴... 인사(人事)가 곧 만사(萬事)다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9.09.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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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신임 감독이 과거 선수들에게 폭언, 폭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지휘봉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KFA 제공
최인철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신임 감독이 과거 선수들에게 폭언, 폭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지휘봉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윤덕여(58) 전 감독의 후임으로 여자축구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최인철(47) 감독이 끝내 불명예 퇴진했다. 과거 대표팀 감독 시절은 물론 여자실업축구 현대제철의 6연패를 이끌던 수장일 때도 선수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던 최 감독은 결국 9일 대한축구협회(KFA)에 사퇴의 뜻을 전했다.

최 감독은 사과문에서 "책임을 통감하며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겠다. 시간이 오래 지난 일이라고 해도 없던 일이 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잘못된 과거를 인정했다. 이어 "저의 잘못된 언행으로 상처를 입은 선수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사죄를 하고 싶다"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에는 제 사과가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깊은 반성을 하고 있는 만큼 조금이나마, 제 진심 어린 사과가 전달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프랑스 언론 '레퀴프'는 레날 페드로스(48ㆍ프랑스) 전 리옹 감독의 발언을 빌려 "페드로스 감독이 여자 대표팀 감독과 관련해 KFA와 만났다"고 전했다.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인 페드로스 감독은 2017년부터 프랑스 여자축구 리옹의 사령탑을 맡았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 분은 1차 포트폴리오상에 있었던 감독님이었다. 대표팀 최종 감독 후보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축구계에선 페드로스 감독을 유력한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라고 보고 있다.

최 감독은 사퇴했지만,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인성’에 대한 검증이 보다 철저히 이뤄졌어야 했다. 축구계에서 최 감독을 두고 하는 얘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축구에 미친 감독’과 ‘호랑이 감독’이라는 평가다. 흔히 호랑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만큼 혹독한 훈련을 요하기 때문에 명장으로 평가 받는 경우가 많지만, ‘선’을 넘는다면 그건 다른 문제가 된다. 그 선을 넘은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다면 더욱 안 될 일이었다.

동산정보산업고를 나와 현대제철에서 뛰었던 A선수는 과거 “최 감독님이 무서워 눈도 못 마주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 감독에게 지도를 받았던 일부 선수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와 관련해 “무섭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정황은 충분히 있었던 터라, 축구협회의 지도자 인사 검증 과정에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김판곤(50) 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부회장)은 지난 3일 최 감독의 선임을 발표하면서 “열정, 헌신, 긍정적 결과, 비전, 앞으로 대표팀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부분이 확신을 줬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당시 발표에선 최 감독의 인성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 딱히 없었다. 감독 후보자의 경력과 성과, 면접과 협상, 합의 등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정작 지도자의 인성에 대한 말은 쏙 빼먹었다.

여자 월드컵 개막 전인 지난 5월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이민아(28)와 일부 선수들은 “남자축구 대표팀의 인기를 따라갈 수 있는 정도만 돼도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최 감독을 둘러싼 소문은 결국 사실이 되면서 여자축구 인기는 다시 한 번 곤두박질 치게 됐다. 축구협회는 차기 감독 선임 과정에 앞서 ‘인사(人事)가 곧 만사(萬事)다’라는 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