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당구신동' 조명우 "월드컵·세계선수권 우승 목표…군대는 내년쯤"(영상)
[단독인터뷰] '당구신동' 조명우 "월드컵·세계선수권 우승 목표…군대는 내년쯤"(영상)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9.1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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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신동' 조명우가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당구 신동' 조명우가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이 말과 딱 어울리는 스포츠 스타가 있다. 바로 '당구 신동'으로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던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세계 16위)다. 1998년생으로 우리나이 나이 22살인 조명우는 8일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에서 끝난 'LG U+컵' 결승에서 세계 5위 세미 사이기너(터키)를 40-16으로 완파하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품었다. 

당구계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며 조명우의 우승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조명우는 담담하다.  본지는 추석연휴를 앞둔 12일 서울 강동구 DS빌리언즈에서 조명우를 만나 우승 소감을 물었다. "많은 분들이 당구의 신이 나왔다며 축하해 주시고 있다"면서 "아직 세계적 선수들과 격차가 있는데, 과분한 칭찬을 해주신 거 같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수줍게 웃었다. 

조명우가 우승 후 두 손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조명우가 우승 후 두 손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 '22살 당구천재' 조명우만의 특별한 노하우

매 순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경기장이 아닌 사석에서 본 조명우는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해맑게 웃는 여는 20대 초반 청년과 다르지 않았다. LG U+대회에서 놀라운 집중력과 과감한 경기운영을 펼치며 6전 전승으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에 선 '승부사'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그는 'LG U+컵'에서 세계적인 강호들은 모두 꺾었다. '죽음의 조'라 평가 받은 조별리그 D조에서 김행직(12위),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 토브욘 브롬달(스웨덴)을 연파하며 3전 전승 조 1위로 8강전에 올랐다. 8강전에서 에디 먹스(벨기에), 준결승전에서 타이푼 타스데미르(터키)를 잡았고, 결승전에서 사이기너를 물리쳤다.

세계 3위, 4위, 5위, 6위를 모조리 제압한 게 분명히 운은 아니다. '멘탈 스포츠'로 불리는 당구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메이저대회 전승 우승을 기록하는 건 무척 드문 일이다. 올해로 시니어 3년 차인 조명우가 '도장 깨기'에 성공한 비결과 멘탈 관리에 어떤 특별한 비법 있는 건 아닐까. 조명우의 대답은 의외로 싱거웠지만 동시에 의미심장했다. 

"사실 아무 생각 없다. 잠깐 딴 생각할 때도 있다. 김칫국 마시면 못 해서…"라고 멋쩍게 웃어 보인 조명우는 "제 나름의 리듬이 있다. 보통 20초 이내로 '빨리 빨리' 친다. 치다 보면 페이스를 잡게 되고 시합할 땐 '제 꺼만 잘 치자'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명우는 즐기는 천재의 면모를 드러냈다. "물론 시합에 들어서면 긴장되고 떨린다"라면서도 "부담감보다는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떨림을 안고 경기를 즐긴다. 그래서인지 당구를 처음 치기 시작한 8살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당구가 싫었던 적이 없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조명우(왼쪽)와 아버지 조진언 씨가 LG유플러스컵 우승 후 포옹을 하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조명우(왼쪽)와 아버지 조진언 씨가 LG유플러스컵 우승 후 포옹을 하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 한국 청년 조명우 "군대부터 다녀올 것"

현재 당구계는 축구, 야구, 농구, 배구, 골프에 이어 국내 6번째 프로 종목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당구연맹과 프로당구협회간 내홍을 겪고 있다. 프로화에 대한 조명우의 생각은 어떨까. "프로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면서 "우선 군대부터 다녀오겠다"고 해맑게 웃었다. 현재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조명우는 최근 현역 판정을 받았다. 일부에선 2년여의 공백이 조명우의 기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미있을 거 같다"며 병역을 둘러싼 세간의 걱정을 무안하게 한 조명우는 자신감 있는 어조로 "전역 후 다시 잘 칠 수 있을까 걱정하시는 분이 많으신데, 안 되면 다시 '영(zero)'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입대 시점에 대해 "내년 봄쯤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면서도 "병역의 의무를 피할 생각은 없다. 군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 초중반 완성기를 거쳐 20대 중후반 내지는 30대 초반에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다른 종목과 달리 당구 선수의 전성기는 30대 중후반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길다. 실제로 세계 랭킹 1위 디크 야스퍼스(네덜란드)는 1965년 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 55세다. 조명우와 LG U+컵 결승에서 맞붙었던 사이기너 역시 1964년 생으로 56세다. 당구계의 세계적인 전설처럼 조명우도 긴 호흡에서 선수 생활을 펼칠 밑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당구 신동' 조명우(왼쪽)와 아버지 조진언 씨가 어깨동무를 하며 미소 짓고 있다. /박대웅 기자
'당구 신동' 조명우(왼쪽)와 아버지 조진언 씨가 어깨동무를 하며 미소 짓고 있다. /박대웅 기자

◆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당구신동'

조명우는 당구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따라 8살에 처음 큐를 잡았다. 자연스럽게 유년 시절부터 당구를 자주 보고 자주 하면서 시나브로 '천재성'이 몸에 깃들였다. '당구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면서 제대로 된 당구의 기본을 익혔고, 꾸준한 노력으로 기량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었다. 9살 때 300점을 놓고 당구를 쳐 관심을 모았고, 10살 때는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하며 '당구 신동'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LG U+컵' 정상 정복으로 올해 국내외 대회를 합쳐 모두 5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조명우의 꿈은 더 높은 곳으로 향해 있다. 메이저대회 우승의 기세를 이어 더 많은 우승컵을 수집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라면서 "모든 대회는 우승을 목표로 출전한다.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에서 꼭 우승하겠다"고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조명우는 아버지 조지언 씨에 대한 애정을 뽐내며 인터뷰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아버지 여자 친구 좀 찾아주세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아버지 조지언 씨 역시 예상 못한 아들 효심(?)에 파안대소로 화답했다. 서로를 아끼는 훈훈한 '당구 부자'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유쾌한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