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하이’ 최재훈의 고백 “반쪽짜리 선수였던 내가 한심했다"
‘커리어하이’ 최재훈의 고백 “반쪽짜리 선수였던 내가 한심했다"
  •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이정인 기자
  • 승인 2019.09.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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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포수 최재훈이 데뷔 이후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OSEN
한화 이글스 포수 최재훈이 데뷔 이후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수비를 잘해야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 하지만 타격이 안 되면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수비와 비교하면 타격은 형편없었던 제가 한심했다.”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화 이글스 포수 최재훈(30)의 고백이다. 어느덧 데뷔 12년 차인 그는 올 시즌 꽃망울을 완전히 터뜨렸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29경기에 출장했고, 특히 타격 성적이 눈부시다. 타율 0.293(355타수 104안타) 3홈런 31타점 출루율 0.401 장타율 0.366 OPS 0.767를 기록 중이다. 생애 첫 규정타석에 진입했고, 100안타를 돌파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도 모두 커리어 하이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양의지(32ㆍNC 다이노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한용덕(54) 한화 감독은 “주전 포수의 무게감을 잘 이겨내고 있다. 지난해보다 많은 경기에 나가면서 체력적으로 힘이 들 텐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감독으로선 고맙다”고 언급했다. 타격에 대해선 “스프링캠프 때부터 발전된 모습이 보였다. 올 시즌 정확성과 파워가 모두 좋아졌다. 타격에서 자신의 한계치를 뛰어넘었다”고 칭찬했다.

2008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최재훈은 뛰어난 수비력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의 그늘에 가려 만년 백업에 머물렀다. 그러다 2017년 5월 신성현과 맞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둥지를 옮겼다. 한화로 옮긴 뒤 주전을 꿰찼지만, 타격은 신통치 않았다. 2017년 0.257에 그쳤고 2018년엔 시즌 타율은 0.262였다. 지난해엔 홈런 타자로 변신하기 위해 방망이를 길게 잡는 등 변화를 시도했지만, 시즌 개막 후 4월 16일까지 타율 0.209(43타수 9안타)에 머무르는 등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해 실패를 계기로 올해는 장타 욕심을 버리고 정확도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장타 욕심을 버리고 짧게 끊어치는 데 주력했다. 기술적인 변화보다는 장타 욕심을 버리고 정확성과 출루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투수들을 최대한 괴롭히면서 많이 살아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리그 최상위급이다. 10개 구단 포수 중 세 번째로 많은 포수 수비 이닝(977.2이닝)을 기록 중이다. WAA(평균대비 수비승리기여도)는 박세혁(0.833), 강민호(0.814)에 이어 리그 3위다. 투수리드, 블로킹, 프레이밍 모두 나무랄 데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 투수들도 항상 ‘야전사령관’인 최재훈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그러나 최재훈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투수를 편안하게 해주는 게 포수의 임무다. 하지만 초반에 수비실수를 많이 했다. 투수들 성적이 안 좋은 건 포수의 책임이 크다. 많이 공부하고, 투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도 잘 안 되더라. 야구가 쉬우면서도 정말 어려운 것 같다”고 반성했다. 

타울 파구에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최재훈(가운데). /OSEN
타울 파구에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최재훈(가운데). /OSEN

올 시즌 최재훈은 유독 수비도중 파울타구를 많이 맞았다. 목, 허벅지, 발 등 맞은 부위도 다양했다. 고통을 호소하는 최재훈의 모습은 한화 경기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한화 관계자는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온몸이 멍투성이었다”고 안쓰러워했다. 

최재훈에겐 시퍼런 멍자국이 영광의 상처다. 그는“솔직히 사람이다 보니 너무 아팠다. 하지만 팬, 가족,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내가 쓰러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팀 성적이 다시 좋아질 수 있다면 나는 쓰러져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현재 성적으로라면 프리미어 12 국가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이 크다. 주전 포수인 양의지의 뒤를 받힐 백업포수로 이재원(31ㆍSK 와이번스), 박세혁(29ㆍ두산)과 경쟁하고 있다. 최재훈도 생애 첫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야구를 하면서 국가대표를 하는 게 목표 중 하나였다. 대표팀에 뽑힌다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라면서 “(이)재원이 형, (박)세혁이 모두 좋은 포수다. 일단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최재훈. /OSEN
최재훈. /OSEN

최재훈은 한화 포수 중 처음으로 규정타석 3할 타율에 도전하고 있다. 역대 한화 포수 중 최고 타율은 1990년 김상국이 기록한 0.287다. 의미 있는 개인 기록에 도전하면서도 “팀 퍼스트”를 외친다. 올 시즌 추락한 팀 성적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최재훈의 시선은 이미 내년 시즌으로 향해 있다. “3할 타율을 달성하면 좋겠지만, 팀 성적이 안 좋아서 큰 의미는 없다. 올해 했던 것들은 다 지워버리고 팀의 재도약을 위해 다시 뛸 것이다.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올해 내 준비가 부족했음을 느꼈다. 가장 큰 목표는 팀이 다시 가을야구에 나가는 것이다. 올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더 철저하게 준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