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샤이니, 엑소, 워너원, 비투비, 인피니트… 연말 시상식 라인업이 아니다. 육군 본부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들에 참여하는 아이돌 스타들이다. 샤이니 온유, 키, 엑소 시우민, 워너원 윤지성, 비투비 창섭 등 최근 많은 스타들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러 입대하면서 육군 본부에서 만드는 뮤지컬 및 기타 공연들의 라인업이 한층 풍성해졌다.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드림콘서트' 급 라인업에 티켓팅은 전쟁이 된지 오래다.

■ 대중가요 NO! 장병가요 들을래요

좋아하는 스타들을 군대에 보낸 팬들의 헛헛한 마음을 달래줄 소식이 지난 7월 있었다. 바로 샤이니 키(김기범), 인피니트 성규, 엑소 시우민, 가수 크러쉬, 정진운, 조권, 비투비 이창섭 등이 참여한 육군 장병가요 녹음 소식이 알려진 것. 오직 군대이기에 가능할 소속사를 넘나드는 초특급 컬래버레이션에 들뜨지 않은 팬들이 있을까. 8월 음원 발매 소식에 팬들은 이제나저제나 음원 발매 소식을 기다리며 컴백 못지 않은 기대감을 보였다.

일정상 장병가요 발매일은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 팬들은 SNS를 통해 "국방부에서 말했던 8월은 음력이었던 거냐", "두 달을 기다렸는데 조금 만 더 기다려 달라니. 이번엔 진짜 마지막 기다림이 되길", "뮤직비디오도 제작한 것 같은데 빨리 보고 싶다 정말" 등 빠른 발매를 촉구하는 의견을 내고 있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분량이 어느 정도 될지를 예측하는 글들도 많다.

장병가요를 기다리면서 팬들은 키와 이창섭 등이 참여한 '현충원 정기 음악회', '제 74주년 광복절 경축 문화행사' 등에 참석했다. 군인이 된 스타들이 함께하는 행사마다 이를 관람하기 위한 팬들로 가득 차는 상황. 의미 있는 행사가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는 아이돌 스타들의 지원으로 한층 더 대중에게 잘 알려지게 되는 셈이다. 독립기념관 측은 지난 8월 '광복절 경축 문화행사'를 앞두고 "샤이니 키도 볼 수 있다는 건 우리들끼리 비밀"이라는 글을 공식 SNS에 남기기도 했다.

■ 제작비 26억 원 규모… 재미에 의미 더했다

군인들이 출연하는 군대 뮤지컬이라고 얕잡아보면 곤란하다. 2008년 '마인' 이후 지난 해 '신흥무관학교'까지 기념이 되는 시기마다 뮤지컬 등 공연을 제작했던 육군 본부는 벌써 '귀환'으로 다섯 편째 뮤지컬을 제작하게 됐다. 특히 작년 '신흥무관학교'가 관객 11만 여 명을 동원하며 흥행몰이를 한 만큼 이에 따른 노하우도 어느 정도 습득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인 2020년은 6.25 전쟁 70주년이 되는 해다. 70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 하고 있는 미귀환 전사자들의 유해는 13만 3000구 가량. 유해 발굴을 소재로 한 뮤지컬 '귀환'은 이런 의미에서 제작됐다.

24일 오후 열린 '귀환' 기자 간담회에서 박미애 정훈공보실장은 "13만 3000명에 이르는 미귀환 전사자들의 유해 발굴은 군의 소명"이라며 "뮤지컬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이를 알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귀환'은 유해발굴사업을 소재로 민족의 역사상 가장 불행했던 전쟁과 분단의 역사, 그리고 희생된 모든 이들의 넋을 기리는 작품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미처 수습되지 못 한 채 아직도 이름 모를 산야에 홀로 남겨진 호국용사들이 유해를 찾아 조국의 품으로 모시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미애 정훈공보실장에 따르면 '귀환'에 투입된 제작비 규모는 26억 원. 이 가운데 육군이 투자한 금액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박 공보실장에 따르면 "육군이 들인 비용은 크게 못 미쳤다"고. 이 때문에 '귀환'은 유료 관람 형태로 진행된다. 육군이 투자한 비용을 제한 나머지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지난 해 공연된 '신흥무관학교'의 경우 제작비 18억 원 규모였으며, 여기서 육군이 충당한 비용은 9억 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 가격은 5만5000원에서 9만8000원 선으로 10만 원 내외인 통상적인 대작 뮤지컬들의 티켓 가격에 비해서는 저렴한 수준이다. 효성은 호국보훈활동의 일환으로 '귀환'에 1억 원을 지원했다. 이 금액은 메세나협회 및 육군 본부를 통해 취약계층 및 군 장병을 대상으로 1100장의 티켓 나눔에 쓰인다. 효성은 지난 해에도 건군 7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공연에 군장병을 초청한 바 있다.

'귀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엑소의 시우민(왼쪽)과 샤이니의 온유.

'귀환'에는 현역 장병인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참여한다. 과거 전쟁 한가운데서 끊임없이 고뇌한는 청년 승호 역은 샤이니의 온유(이진기)와 엑소의 시우민(김민석)이 맡는다. 친구들의 경외의 대상이었던 해일은 이재균과 빅스의 엔(차학연)이 연기한다. 이 외에 배우 김민석과 고은성, 인피니트의 성열(이성열), 성규(김성규), 가수 조권, 워너원 출신 윤지성 등도 출연한다.

지난 9일 처음으로 진행된 1차 티켓팅은 그야말로 피가 튀기는 '피켓팅'이었다. 샤이니월드부터 엑소엘, 워너블 등 여러 팬덤이 함께 참여했기 때문. 보통 콘서트 티켓팅이 팬덤 내부의 전쟁이라면 여러 아이돌 스타들이 참여하는 육군 뮤지컬의 경우 타 팬덤하고도 경쟁해야 해 더욱 치열하다. 1차 티켓팅이 끝난 후 SNS에서는 "티켓 양도 구한다"며 우는 팬들의 글들이 수두룩하다.

군인이 된 스타들도 만나고 남다른 의미가 담긴 작품도 감상하는 일거양득의 기회. 심성율 육군본부 소통과장 대령은 '귀환' 기자 간담회에서 "국군 장병과 국민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문화 콘텐츠로 전하고 싶었다"며 "뮤지컬로 만들기에 너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육군본부만이 다룰 수 있고 다뤄야 할 콘텐츠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귀환'은 다음 달 22일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진행된다.

사진=OSEN, 홍석민 인스타그램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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