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 국가대표’ 김정우 인천대건고 감독 “지도자로 첫 우승, 실감 안 나요”
[인터뷰] ‘전 국가대표’ 김정우 인천대건고 감독 “지도자로 첫 우승, 실감 안 나요”
  • 효창운동장(서울)=이상빈 기자
  • 승인 2019.10.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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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축구 남자 고등부 결승에서
인천대건고등학교 축구부 우승 이끈 김정우 감독
팀 우승 확정 뒤에야 환하게 웃어 보여
선수들과 멀리 떨어져 지그시 바라보며 우승 축하
김정우 인천대건고 축구부 감독. 9일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인천대건고의 2019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축구 남자 고등부 우승을 이끈 뒤 본지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상빈 기자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사실 멍하다고 할까요. 실감이 안 나요.”

김정우(37) 인천대건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해 이룬 첫 우승 소감’을 묻자 굳은 표정을 걷어내고 밝게 웃어 보였다. 긴박한 전ㆍ후반전 내내 가슴 졸였을 그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우승을 만끽했다.

◆ 스타 플레이어 출신도 입이 마를 명승부

인천대건고와 서울 경희고의 2019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축구 남자 고등부 결승전이 열린 9일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 김 감독은 2-1 승리로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인천대건고 선수단에게서 멀리 떨어져 그들을 지그시 바라봤다. 선수들만큼이나 감격에 겨울 그였지만 내색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이날 승부가 우승이라는 열매로 돌아온 뒤에도 좀처럼 편하게 웃지 못했다. 복잡한 생각에 가득 차 보이는 김 감독과 80분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에서 벗어난 기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김정우는 A매치 71경기를 소화한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다. 한국의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행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김정우는 A매치 71경기를 소화한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다. 한국의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행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A매치 71경기(6득점)를 소화하고, 2010년 세계 축구 최고의 무대인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까지 경험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도 지도자 입장에서 선수들의 피 말리는 경기를 보는 일이 쉽지 않았을 터. 그가 쉽사리 웃지 못한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그는 “저희가 우승을 목표로 왔고 정신적으로 강하게 무장했다”며 “전반전에 실점해 어려운 경기가 됐다. 아이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하고 열심히 해줘서 기쁘다”라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날 인천대건고는 전반전 한 골을 내주고 끌려갔으나 후반전 두 골을 터뜨리며 역전승을 거뒀다.

◆ 감회 새로울 지도자로서 첫 우승

인터뷰를 하는 도중 관중석에서 인천대건고 응원단의 “김정우” “김정우”라는 외침이 들렸다. 화려한 현역 시절 경력 덕분에 경기를 뛴 선수들보다 감독인 그가 더 주목을 받았다.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는 걸 막고자 일부러 선수들과 거리를 뒀다. 세심한 배려였다. 그는 2016년 현역에서 은퇴해 공백기를 가지다 올 3월 인천대건고 지휘봉을 잡으며 축구계로 돌아왔다. 이번이 지도자 인생을 시작한 뒤 경험한 첫 번째 우승이다.

아울러 열세를 뒤집고 거둔 짜릿한 승리라 감회가 남달랐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줬다. 2-1로 상황을 바꾸고 우승한 거라 기쁨이 두 배다”라고 밝혔다. 2008년 창단한 이래 처음으로 인천대건고의 전국체육대회 제패를 함께한 그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 ‘올해 남은 목표’에 관해 묻자 “우선 리그가 남아 있고 왕중왕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경기에 맞춰서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정우는 2009~2011년 광주 상무에서 활약하며 포지션을 미드필더→스트라이커로 바꿔 성공 신화를 썼다. /연합뉴스

◆ 또다시 도약 꿈꾸는 팔색조

인천대건고에 결승골을 안긴 주인공 김민석(2년) 군은 김 감독의 지도 스타일을 “다정하다”라고 설명했다. 김 군은 본지에 “감독님이 저희에게 화를 안 낸다. 저희의 부족한 부분을 집어 주고 직접 그라운드에서 가르쳐준다”라고 털어놨다. 김 감독의 남다른 이력은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 군은 “일단 감독님은 국가대표도 했고 경력도 화려하다. 그만큼 경험도 풍부해서 저희에게 더 좋은 걸 알려주려 한다”라며 “저희가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게 돕는다”라고 힘주었다. 인터뷰하며 느낀 김 감독의 세심함이 김 군과 대화에서 느껴졌다.

김 감독에게 ‘끝으로 선수단에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대견하다’ 이 말이 딱 어울릴 것 같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말을 하는 그의 얼굴에서 고마움과 뿌듯함이 동시에 새어나왔다. 그는 2010년 광주 상무(현 상주) 시절 미드필더에서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바꿔 성공 신화를 썼다. 9년의 세월이 지나 선수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그가 다시 한번 도약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