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워라밸 향상, 업무 효율 상승" VS "생산성 저하, 제도 보완 필요"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적용된 지 얼마나 됐다고..." VS "업계 특수성 고려해야..." 

지난해 7월 1일,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 근로 제도다. 

이 제도의 시행은 열악하고 과중업무로 피로를 겪는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는 기쁜 소식이었다. 게임업계 역시도 정부 시책에 따라 각 사마다 유연하게 이를 적용했다. 이에 포괄 임금제 폐지가 뒤따라왔고, 직원들의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대부분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자체적인 근로 환경 변화를 실행해 옮겼다.

기존 게임업계들이 하나의 게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개발할 때, 흔히 말하는 '크런치 모드(마감 시간을 지키기 위해 철야 작업과 추가 근무를 통해 개발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가 발생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최근 주요 게임사들이 변화된 제도적 근로환경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향상과 여가 생활 보장 등을 이끌어내며, 업무 효율성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향상이 정착되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게임사인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최근 자체적인 근태 시스템을 갖췄다. 

넥슨은 지난해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월 기본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법에서 허용된 월 단위의 최대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넥슨은 출근 후 8시간 30분이 경과되면 별도의 알람을 하고, 개인 근로시간 관리 페이지를 구축하는 등 근로시간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사옥 내 식당, 카페테리아, 피트니스 등 시설 운영 시간을 다양화하고, 직원 별로 달라지는 출퇴근 시간을 지원하기 위해 셔틀버스 운영시간을 확대하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 8월 1일 포괄임금제를 폐지, 지난달부터 자체적인 근태 시스템을 도입했다. 7시부터 22시 사이, 출근 후 11시까지는 자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으나 체류 11시간을 초과하거나, 야간과 휴일 및 연장근로는 조직장의 사전 승인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개인 사유로 15분 이상 장시간 자리를 비울 경우, 근태 시스템 상에 사전 '업무정지'를 등록하고 자리를 비울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다만, 직원이 직접 '업무정지'를 등록하지 않는 한 회사에서 강제로 자리비움 시간을 업무시간에 공제하지는 않고 있다.

엔씨소프트 역시 지난 1일부터 포괄임금제 폐지와 함께 새로운 근로 시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직원들이 유연 출퇴근제를 통해서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원하는 시간대에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근로시간 적용에 있어 회사 내부를 업무 공간과 비업무 공간을 구분, 근로 시간 확인을 직원들의 이동 동선에 있는 스피드 게이트의 사원증 태깅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회사 1층 출입 게이트를 통과하면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1층 출입 게이트를 벗어난 외부 공간, 피트니스센터, 스파, 사내 카페, 흡연장은 비업무 공간으로 분류하고 있다. 비업무 공간에서 5분 이상 체류 시에는 휴게 시간으로 간주하지만, 비업무공간에서도 미팅과 회의 등 업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업무 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넷마블도 지난 1일부터 포괄 임금제 폐지와 함께 새로운 근태 시스템을 도입했다. 넷마블은 PC 비가동시간 15분을 기준으로 두고 근로시간에서 제외하고 있다. 다만, 휴게 목적이 아닌 경우 소명하면 근로시간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은 일일 근무 확인 시스템을 통해 PC 비가동시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출퇴근 시간 등록 및 비업무 내역을 소명하면 된다.

근무 가능 시간은 기존 8시부터 22시에서 9시부터 20시로 변경, 초과근무의 경우 사전/사후 신청 및 승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일 근무 8시간 기준, 1개월 동안 기본 근로 시간 이내의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기존대로 유지했다.

3N 게임사뿐만 아니라 위메이드, 펄어비스 등 중견 게임사들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포괄임금제 폐지 등 업무 효율을 높이는 근태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10월부터 우선적으로 개발 조직에 포괄임금제 폐지했으며, 올해부터 위메이드 본사를 비롯해 자회사에 주 52시간제 도입, 포괄임금제 폐지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300인 미만의 사업장인 게임사들도 유연하게 이를 운영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효율적인 업무시간 활용은 물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업무 만족도를 높여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로 자리 잡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우려의 차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는 있지만, 아직 도입 초기라서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일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게임업계도 이를 유연 적용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20일 열린 스마일게이트 노조 'SG길드'의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은 "게임사 직원들은 주어진 프로젝트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근태 시스템을 피해 가면서 일할 정도다"며 "프로젝트 결과물이 좋지 않아도 회사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화된 근태 시스템이 적용됐지만, 업계의 특수성으로 인한 철야, 주말 작업 등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없음을 꼬집은 것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도 지난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가 현장 시찰로 자사를 방문하자 "중국은 6개월 내 새로운 프로젝트가 나오는 반면 대한민국은 생산성이 뒤쳐져 1년이 되도 나오지 않아 이를 어떻게 극복하냐가 당면 문제"며 "게임업계도 정부 시책을 당연히 따라야 하지만, 산업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지원과 관심을 요구함과 함께 산업 특성에 따른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이와 같은 목소리에 게입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게임사가 만든 게임은 중국의 판호 발급 제한으로 중국 시장 진출이 멈춰있는 상태이고, 중국발 게임들은 한국 게임 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해 막대한 물량과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게임 산업이 세계 4위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고는 있지만, 먼 미래를 위해서라도 생산성 약화에 따른 경쟁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시책에 유예나 탄력적 근무 제도와 같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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