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안병훈 경기 망칠 뻔... 더 CJ컵서도 문제된 갤러리의 휴대전화 셔터음
[현장에서] 안병훈 경기 망칠 뻔... 더 CJ컵서도 문제된 갤러리의 휴대전화 셔터음
  • 서귀포=박종민 기자
  • 승인 2019.10.17 16:02
  • 수정 2019-10-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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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의 10번홀 상황. 벙커턱 바로 아래에 공이 멈춰 섰다. /박종민 기자
안병훈의 10번홀 상황. 벙커턱 바로 아래에 공이 멈춰 섰다. /박종민 기자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17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1라운드가 열린 제주도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파72ㆍ7241야드) 10번홀(파4).

안병훈(28)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주변 벙커턱 바로 밑에 빠졌다. 선두권을 달리고 있었던 터라 갤러리들 사이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벙커턱은 다른 대회 코스들에 비해 나인브릿지가 유난히 높았다. 성인 남자의 배까지 올라오는 높이였다. 적어도 1m 이상은 족히 돼 보였다. 벙커 인근으로 자리를 옮긴 갤러리들은 걱정 어린 시선으로 안병훈의 세 번째 샷을 지켜봤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생겼다. 안병훈이 어드레스를 잡고 샷을 하려던 순간 가까이 있던 한 중년 남성은 휴대전화로 안병훈의 샷을 찍으려다 셔터음을 냈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대거 출전한 PGA 대회라 갤러리들은 다른 대회들보다 더 숨죽여 지켜봤다. 그런 만큼 휴대전화 셔터음도 오히려 더 크게 들렸다.

다운 스윙을 하던 안병훈은 셔터음을 듣고 곧바로 클럽을 멈춰 세웠다. 주위 갤러리들은 셔터음을 낸 갤러리를 향해 “소리 내면 안 돼요”라고 주의를 줬고 겸연쩍은 남성 갤러리는 곧바로 사과했다.

지난달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서 논란이 됐던 ‘김비오(29)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 나올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김비오는 지난달 열린 KPGA 코리안 투어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 최종 4라운드 16번홀에서 다운 스윙 도중 휴대전화 셔터음을 낸 갤러리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이후 클럽을 티잉그라운드에 내려찍으며 분노했다. 그는 결국 한국프로골프협회로부터 자격 정지 3년과 벌금 1000만 원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안병훈이 17일 PGA 투어 더 CJ컵 1라운드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JNA GOLF? 제공
안병훈이 17일 PGA 투어 더 CJ컵 1라운드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JNA GOLF? 제공

물론 안병훈이 셔터음 때문에 샷을 망쳤어도 갤러리들을 향해 대놓고 욕설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는 충분히 꼬일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모처럼 국내에서 열린 PGA 정규 대회였던 만큼 성숙한 갤러리 문화가 필요했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대거 상위권에 올랐다. 안병훈이 버디 8개를 낚아 8언더파 64타로 리더보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렸다. 5타를 줄인 황중곤은 공동 4위에 올랐으며 이수민(26)은 버디 5개 보기 1개를 엮어 4언더파 68타로 공동 9위에 포진했다. 2018-2019시즌 PGA 신인상 수상자로 이번 대회에서 우승에 대한 기대를 모은 임성재(21)도 이수민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안병훈은 경기 후 “이상했던 하루였다. 어제와 그저께 등 이번 주에 샷이 잘 안됐었는데 오늘 공을 치다 보니 샷감이 돌아왔다. 샷이 원하는 대로 다 가고 거리감도 좋았다. 위기감이 있던 상황에서도 공이 잘 맞았고 그래서 다행이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그는 “이번 대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대회에선 좋은 경기를 해서 프레지던츠컵 출전 선수로도 뽑히고 싶다. 향후 3주 동안 오늘 같이 좋은 경기를 하면 기회가 생길 것 같다. 오늘은 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안병훈의 10번홀 상황을 현장에서 봤던 터라 “운이 좋았다”는 그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