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아름답지만 슬프고 리드미컬하지만 어딘가 쓸쓸함이 묻어 있는 신곡으로 헤이즈가 돌아왔다. 최근 헤이즈가 발매한 신보 '만추'는 가을의 감성을 담은 앨범이다. 차가워진 공기와 낙엽이 떨어져 사각사각 쌓이는 가을. 왠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헤이즈는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했다. 낙엽이 떨어지고 나무가 앙상해지겠지만, 그런 시기가 지나야 다시 모든 것이 풍성해지는 봄이 온다는 것. 마치 살면서 힘든 일이 닥치지만 그 후엔 다시 좋은 일이 오는 것처럼 말이다.

-'떨어지는 낙엽까지도'와 '만추'가 더블 타이틀이다.

"원래 '떨어지는 낙엽까지도'가 타이틀이었다. 그 노래를 쓰면서 이 앨범이 만들어졌다. '만추'는 쓴 지 한 달도 안 됐다. 앨범을 완성시켜놓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만추'를 만들게 됐다. 그런데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더블 타이틀로 하게 됐다."

-각 곡을 설명해 달라.

"가을이 되면 쓸쓸하고 외롭고 그런 느낌이 들지 않나. 낙엽이 떨어지는 것도 뭔가 슬픈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그런지 가을의 분위기가 긍정적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이 낙엽이 다 떨어지고 나무가 앙상해지고 추운 겨울이 오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비로소 아주 따뜻하고 꽃이 피고 나무가 다시 풍성해지는 봄이 오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 거다. 거기서 착안해서 쓴 곡이다. 사랑을 했으니까 이별을 맞는 것이고, 이별을 하면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고. 그런 마음으로 보면 떨어지는 낙엽도 아름답다는 생각에서 이 노래를 만들었다. '만추'는 자신을 오랫동안 사랑해 주고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생긴 것을 눈치챈 화자의 심경을 담은 노래다. 자신에게 너무 잘해줬던 사람이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으로 상대가 떠나지 않길 바라서 화자가 먼저 차갑게 일어나서 돌아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헤어지고 나서 '너무 추워지기 전이라 다행이다. 차갑게 바람이 불고 아프도록 시린 그런 겨울날이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래서 제목을 '만추'라고 달았다. 늦가을의 이별이니까."

-'만추'의 곡 설명이 아주 디테일한데.

"경험이라 그렇다. (웃음)"

-얼마나 가슴 아픈 이별을 했기에.

"상대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느꼈을 때 '이건 내가 뭔가 잘못한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상대에게 소홀했던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싶어서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매달려도 절대 소용이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 마음과 사랑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줄 내가 알았으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 생겼어?'라는 것도 묻지 않고 그냥 떠나 보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내 직감이 맞았더라."

-지금 설명을 하면서도 그 때 생각에 잠긴 것 같다. 작업할 때 쉽지 않았겠다.

"'만추'는 작업하고 나서 들어도 슬프더라. 녹음할 때도 많이 울렀다. 울음이 나서 멈추기도 많이 했다."

-'만추'는 크러쉬가 피처링을 해 줬는데.

"순둥순둥하고 착한 이미지의 남자 가수가 피처링을 해 줬으면 싶었다. 그런 남자의 마음이 떠났다는 걸 알았을 때 더 마음이 찢어지지 않겠나. 그 때 크러쉬 생각이 났다. 곡을 듣고 바로 승낙을 해 줘서 감사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크러쉬와 작업은 어땠나.

"크러쉬가 '괜찮으신가요'라고 하면서 1차본을 보내줬다. 그게 너무 좋아서 그대로 픽스를 했다. 나야 앨범을 작업하면서 마지막으로 쓴 곡이니까 여유가 있었지만 피처링을 하는 분에겐 빠듯했을 수도 있는데 빠르게 작업을 해서 보내 주셔서 이 곡을 완성시키고 나서도 여유가 있었다. 순조롭게 작업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가을을 테마로 잡은 이유가 있나.

"가을을 주제로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전부터 있었다. 그러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영감이 생긴 이후로 앨범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어울리는 곡들을 쓰고 넣고 하면서."

-노래를 만들 때 어떻게 영감을 받나.

"경험에서 많이 끌어 온다. 그래서 요즘 걱정이다. 요즘엔 정말 일밖에 안 하고 삶에도 변화가 없다. 그래서 '이러다 영감이 없어지는 날이 오면 뭘로 노래를 써야 되지' 싶은 생각도 든다. 난는 상상하거나 영화나 책을 보고 영감을 받아본 적이 없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을 한다는 게 심적으로 지치진 않나.

"평소에 뭐든지 다 메모를 한다. 그래야 노래가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 너무 심한데?'라고 스스로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기계적으로 뭐든지 노래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서. (웃음) 그런데 그게 내 방식이다. 지치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 재미있고 좋다."

사진=스튜디오블루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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