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척돔 맞은편에는 먹자골목이 있다. 저렴한 맛집들이 많아서 아는 사람들은 꼭 한 번 들르는 곳이다. 포장음식도 많다. 김재웅기자 jukoas@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있는 먹자골목. 이 곳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참 ‘휑’했다. 서울 끝자락에 있어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목인 것도 그 요인이었지만 주요 고객이었던 인근 대학생들 발걸음도 줄어들면서 더 어려워졌다.

이런 동네에 숨결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허허벌판이던 공터에 들어선 고척 스카이돔(이하 고척돔)이다.

 

◆ 부동산 시장부터 들썩

지역 경제가 얼마나 활발한지를 알 수 있는 척도는 역시 부동산이다. 고척동 먹자골목 일대는 요즘 그야말로 핫한 지역 중 하나다.

고척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처음 고척돔 건축 발표가 난 이후 일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특히 프로야구를 시작한 올해에는 새로 입주하는 점포의 경우 전보다 최대 서너배까지 임대료가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임대료가 오르는 것이 상인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그래도 다행은 건물주들이 아직 기존에 있던 상인들에게 임대료를 올리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먹자골목의 한 상인은 “먹자골목에 새로 입주하는 점포는 기존 상인보다 비싼 임대료를 주고 들어오고 있지만 이미 입주한 상인이 더 비싼 임대료를 내는 경우는 아직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지역 상인과 건물주들이 오랫동안 공생하면서 신뢰를 형성한 덕분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상생 모습은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창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심한 요즘, 다른 지역에도 귀감으로 전해진다.

 

◆ 경기만 기다리는 상인들

확실히 고척돔은 엄청난 사람을 몰고왔다. 넥센 히어로즈 홈경기 평균 관중수는 1만명이 넘는다. 거기다가 다양한 행사도 유치하면서 올해만 53만명이 고척돔을 다녀갔다.

때문에 지역 상인들 중에는 이벤트가 있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한 고척 먹자골목 매장 중에는 고척돔 행사를 붙여놓고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곳도 있었다.

이 점포 상인은 “야구경기나 시승회같은 큰 행사가 있는 날에는 확실히 손님이 늘어나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며 “손님들에게 행사를 알려주어서 재 방문을 유도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프로야구 경기가 있는 날도 상황이 다 같지는 않다. 어떤 팀 경기가 있느냐에 따라 매출이 차이가 난다.

가장 장사가 잘되는 날은 서울팀인 LG트윈스나 두산베어스가 경기를 할 때다. 상인들에 의하면 이날 많게는 4배까지도 사람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는 기아나 롯데 등 인기 팀들이 경기를 하는 날 동네가 북적인다.

아쉽게도 홈팀인 넥센은 대단한 힘을 쓰지는 못한다는 평가다.

한 상인은 “원래 응원하는 팀이 있었지만 넥센 히어로즈로 바꾼지 오래다”며 “넥센 히어로즈가 인기를 더 얻어서 상권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넥센 히어로즈는 의외의 선전으로 팬들을 늘리고 있다. 올해 넥센 히어로즈의 홈경기 평균 관중수는 목동을 홈경기장으로 쓰던 당시(평균 6,900여명)보다 훨씬 많다. 

고척돔 관계자는 “고척돔 시설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방문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넥센 히어로즈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팬이 늘어난 것도 방문객을 늘리는데 일조했다”며 “앞으로 고척돔 방문객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실제 효과는 얼마나 있을까

아직 고척돔 효과가 얼마나 발생했는가를 따져보기는 이르다. 구체적인 매출 증가 데이터도 나오지 않았고 고척돔과 지역상인들 간 공생 논란도 있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늘어난 만큼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척돔 관계자는 “고척돔과 먹자골목이 대로를 사이에 두고 있고 지하철역이 고척돔 뒤쪽에 있어서 모든 방문객들이 먹자골목을 지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며 "하지만 방문객 중 3분의 1 정도는 먹자골목을 방문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바, 올해 100만 명이 고척돔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니 30만명이 먹자골목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고척돔 입점 점포가 먹자골목 상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입점 업체들의 먹거리 가격은 먹자골목보다 훨씬 비싸서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분명 아직 논란거리는 남아있다. 인근 상인들은 고척돔에 여러 점포들이 입점해 방문객들을 흡수한다면 고척돔이 임대료만 올린 상권 파괴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석언 고척돔 먹자골목 상인회 총무는 “고척돔으로 상권 매출이 조금만이라도 오르면 괜찮은데 아직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며 “고척돔과 상인들이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척돔도 같은 생각이었다. 고척돔 운영 관계자는 “고척돔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상인들 매출이 늘면 임대료가 늘어나도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면서 고척돔이 인근 상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기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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