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인중개사 "비가 올땐 피하면 돼"... 미리 예약된 고객에 한해서만 상담
관계부처 '꼼수'에 속수무책…반쪽자리 점검
서대문구 아현동 일대 부동산 전경./사진=황보준엽 기자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제대로 된 규제책을 내놓던가 정부가 잘못해서 집값이 올랐는데, 왜 공인중개사들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한동안은 카페나 직접 찾아가는 등 외부에서 영업할 계획이다."(서대문구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정부가 대출과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를 통해 시장에 고삐를 걸었으나, 끝없이 오르는 집값이 진정되기는 커녕 오히려 다시금 널뛰고 있다. 이 같은 불안조짐에 관계부처 합동 불법 거래단속을 시작했지만, 사무실 문을 걸어잠그거나 외부 영업을 하는 등 공인중개사들의 '꼼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질 못하는 모양새다. 정부로서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셈이지만, 자칫 보여주기식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시 서대문구 아현동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았다. 이날은 대다수의 중개업소가 문을 열었지만, 손님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일부 중개업소의 경우 밖에 놓여진 명함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외부 상담' 중이며, 미리 예약한 인원만 상담이 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서대문구 일대에서 10여년째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부에서 영업을 하는 중개인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각 구청 등 특별단속반을 꾸려 부동산 합동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점검은 서울 강남과 강북의 주요 아파트 단지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서울 아파트값 과열조짐 배경에 불법 이상 거래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장 점검은 지난해 8월 이후 14개여월 만으로, 일종의 '연례행사'로 여겨진다. 매년 '집값 과열조짐→관계부처 현장단속'의 패턴이 반복되다보니 이러한 인식까지 생겼다.

현장 점검 당시 사무실 문을 닫아뒀다는 공인중개사 B씨는 "비가 올땐 피하는 게 상책"이라며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니,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다. 연말까지 집중단속한다고 하니 한동안은 외부에서 영업할까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합동단속반이 이러한 '꼼수'에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첫 합동점검에서 총 5곳만 단속하는 데 성공했을 뿐이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로서도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불법 거래를 잡아내겠다는 얘기가 전부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경./사진=황보준엽 기자

부동산 업계에서는 합동점검이 공인중개사들의 힘만 뺄 뿐 실질적인 집값 제어 효과는 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간 시세가 안정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 약효가 길지 않고,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집값을 제어하려면 처벌이 강력하거나, 일시에 부동산을 점검해야 하는데, 그럴 인력도 부족하다"며 "이번 점검이 단기간 시세를 안정시킬 수는 있겠지만, 다시 서울집값이 오르는 걸 막을 순 없다"고 설명했다.

되례 집값을 잡기 보다는 점검 탓 잔뜩 겁을 집어먹은 수요자들이 발길을 끊게 되면서 중개인들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점심시간을 지나 2시가 넘어 중개업소를 찾았지만, 내부는 사람 한명없이 텅텅 빈 상태였다.

아현동 C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전화로 한두건 문의는 있었지만, 합동점검 탓인지 지금 이 시간까지 손님 한명을 못받았다"며 "본인(정부)들이 정책을 잘못 내놓고 왜 중개사들만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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