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반세기 만에 글로벌 전자업계 톱에 올라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에 글로벌 악재 겹쳐
실적 부진에도 글로벌 사업 지속 강화나서
삼성전자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과 글로벌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삼성전자가 반세기 만에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 유수의 전자업체로 성장했다. 혁신성장을 주창했던 과거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선대회장이 성장을 이끌었고 최근 들어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 삼성전자는 50주년을 맞이해 대대적인 행사 대신 조촐한 창립기념식과 함께 50년 사사(社史) 편찬과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부회장, 고동진 IM(모바일 사업) 사장, 김현석 CE(소비자 가전) 사장 등의 임직원들이 사업부별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도로 창립기념일을 축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창립됐다. 이후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처음 진출했고, 1988년 11월 1일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한 후 창립기념일을 이날로 정했다.

삼성전자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은 1984년 5월 기흥공장 1라인을 준공하며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진출해 삼성전자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생산기업이 되는 발판이 됐다.

특히 세계 D램 시장이 최악의 불황기를 맞은 1986년에도 이병철 선대회장은 3번째 생산라인 착공을 서두르라고 지시한 결과 3년 뒤 D램 시장의 대호황으로 과감한 선제 투자가 빛을 발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지 18년 만인 1992년 세계 최초 64MB D램 개발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1987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 역시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이란 선언으로 “마누라·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라는 유명한 일화를 통해 삼성전자의 혁신을 견인했다.

이 선언 이듬해인 1994년 첫 휴대전화로 ‘국민 휴대폰’을 탄생시켜 ‘애니콜 신화’를 쓰기 시작했고,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 기반이 됐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20.3%를 기록하며 지난 2018년까지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을 강조한 삼성전자의 역사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해 10년 동안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혁신 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10년 주기 창립기념일마다 미래 선언을 통해 현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30주년인 1999년에는 ‘뉴밀레니엄’ 선언을 통해 ‘2025년 매출 70조원, 사업군별 세계 3위권 진입’의 비전을 제시했고, 창립 40주년인 2009년에는 ‘비전 2020’을 발표하며 ‘2020년 매출 4000억달러 달성, 전세계 IT업계 1위, 글로벌 10대 기업 도약’이라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이재용 부회장 역시 ‘신경영’ 발표라는 이벤트가 나올지 재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삼성전자가 유례없는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특별한 행사 없이 내부 사기진작을 독려하는데 그치며 조용하게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50주년을 맞아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대규모 투자, 고용과 중소기업 지원, 상생을 통한 제조업 업그레이드, 미래기술 지원, 미래세대 지원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성장 밑거름을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반도체 수출이 저조한 상황이고, 일본 정부가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비롯해 반도체 제작의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불화수소)’ 등 세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시행하는 등 외부적 악재가 겹쳐지면서 삼성전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판결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는 25일 첫 공판에서 이례적으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언급하면서 “심리기간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이 공판과 상관없이 삼성 총수로서 역할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구속 위기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래 사업을 이끌 수 있는 오너의 경영 공백이 생기는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는 153조원을 수출하며 대한민국 수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다. 그러나 올해는 반도체 가격하락과 수요부진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 8일 발표된 3분기 잠정실적에서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7조7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 56.2% 감소했다.

그럼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실적 하락과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수사 등 대내외적 위기속에도 선대회장들처럼 앞서 발표한 투자계획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까지 겹쳐있는 등 불확실성이 어느때보다 높다”며 “50주년을 맞이했어도 축하할 만한 상황이 아닌 만큼 내부적으로 경영 혁신을 이끄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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