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50년 만에 첫 WS 정상... '언더독' 워싱턴이 연출한 '역대급 가을 드라마'
창단 50년 만에 첫 WS 정상... '언더독' 워싱턴이 연출한 '역대급 가을 드라마'
  • 이정인 기자
  • 승인 2019.10.31 17:12
  • 수정 2019-10-3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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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 창단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EPA 연합뉴스
워싱턴이 창단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EPA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용광로 같았던 미닛메이드파크의 분위기는 워싱턴 내셔널스 앤서니 렌던(29)과 하위 켄드릭(36)의 홈런포 두 방에 차갑게 식었다. ‘언더독의 반란’이 메이저리그 승률 1위 팀을 무너뜨렸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가 기적적인 가을 드라마를 연출하며 창단 50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WSㆍ7전 4선승 제)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31일(한국 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과 WS 7차전에서 6-2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4승 3패를 기록하며 WS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선발 맥스 슈어저(35)가 주사를 맞고 마운드에 오르는 투혼을 발휘하며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4볼넷 2실점으로 혼신의 역투를 펼쳤다. 슈어저의 투혼에도 워싱턴 타선은 휴스턴 선발 잭 그레인키(36)에게 꽁꽁 묶이며 경기 중반까지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6회까지 단 1안타-1볼넷에 그쳤다. 

우승을 확정한 뒤 기쁨을 나누는 워싱턴 선수들. /AP 연합뉴스
우승을 확정한 뒤 기쁨을 나누는 워싱턴 선수들. /AP 연합뉴스

하지만 워싱턴은 경기 후반 대포 두 방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7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앤서니 렌던의 솔로포로 추격에 시동을 걸었고, 이후 후안 소토(21)의 볼넷에 이은 하위 켄드릭의 2점 홈런까지 터지며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흐름을 가져온 후 뒷심을 발휘하며 휴스턴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 8회 1점을 보태며 4-2까지 달아났고, 9회초 1사 만루에서 애덤 이튼(31)의 2타점 적시타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6-2로 앞선 9회말 다니엘 허드슨(32)이 마운드에 올라 휴스턴 타선을 삼자범퇴로 제압하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우승을 확정 지은 순간 허드슨은 글러브를 던진 뒤 포효했고, 워싱턴의 모든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누렸다. 

WS MVP에는 워싱턴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가 선정됐다. 월드시리즈 MVP 영광은 스트라스버그에게 돌아갔다. 2차전에서 6이닝 7탈삼진 2실점 호투로 휴스턴 타선을 봉쇄한 스트라스버그는 6차전엔 8.1이닝 7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쳐 2승 3패 열세에 몰렸던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선 5승 무패 평균자책 1.98를 기록하며 ‘빅게임 피처’의 위용을 과시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연고로 한 MLB 팀이 WS에서 우승한 건 1924년 워싱턴 새네터스(현 미네소타 트윈스) 이후 무려 95년 만이다. 워싱턴은 1969년 창단한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후신으로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미국 수도 워싱턴 D.C.로 홈을 옮겼다. 메이저리그 팀 중 역사가 짦은 축에 속한다. 몬트리올 시절을 포함해 창단 최초로 WS 우승을 달성했다.

워싱턴은 이번 가을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반전 드라마’를 썼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해 밀워키 브루어스, LA 다저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우승후보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이어 2007년 WS에 오른 콜로라도 로키스 이후 최약체라는 혹평을 비웃으며 휴스턴까지 무너뜨리며 기적을 완성했다. 이번 PS에서 지면 탈락인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는 뚝심과 집념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진기록도 달성했다. 역대 WS 원정 경기에서만 4승을 거둔 유일한 챔피언이 됐다. 휴스턴 원정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이기고 기분 좋게 홈으로 돌아간 워싱턴은 3~5차전을 내리 패해 탈락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휴스턴의 홈인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6, 7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메이저리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 프로농구(NBA)를 통틀어 7전 4승제로 열린 시리즈 1420경기에서 6차전까지 양 팀이 원정에서만 3승씩 챙긴 경우는 처음이었다. 워싱턴이 최초의 원정 4승 우승 사례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간판타자인 브라이스 하퍼(28 ㆍ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이적했으나 렌던이 타율 0.319 34홈런 126타점으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빅리그 2년 차 소토가 급성장해 중심타자로 발돋움하며 하퍼의 공백을 메웠다. FA로 영입한 패트릭 코빈(30)도 정규시즌에서 14승을 기록했고, 포스트시즌에서 전천후로 활약하며 제 몫을 다했다. 시즌 중반 토론토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허드슨도 헐거웠던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며 WS 우승에 이바지했다. 

송재우(53) 본지 MLB 논평위원은 “휴스턴도 강했지만, 워싱턴은 올해 박수를 받을 만한 시즌을 보냈다. 타선에선 렌던과 소토가 깜짝 활약을 펼치며 하퍼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마운드도 이적생 코빈과 아니발 산체스(35)가 제 몫을 하면서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했고, 시즌 중 허드슨을 영입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허드슨이 션 두리틀(33)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약점이었던 불펜이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