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12] “저도 정대현 선배처럼”… ‘한국산 잠수함’ 박종훈이 나가신다
[프리미어 12] “저도 정대현 선배처럼”… ‘한국산 잠수함’ 박종훈이 나가신다
  • 고척=이정인 기자
  • 승인 2019.11.07 23:57
  • 수정 2019-11-0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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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시절 정대현(왼쪽)과 박종훈.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정대현(41) 현 동의대 투수코치는 프로야구 최고의 옆구리 투수 중 한 명이었다. 프로통산 17시즌 동안 662경기에 출전해 726.1이닝을 던지며 46승 29패 106세이브 121홀드 평균자책점 2.21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평균자책점 2.21은 KBO리그에서 5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에는 선동열(1.20) 오승환(1.69)에 이은 역대 3위 기록이다. 큰 경기에 강해 국제무대서 더욱 빛났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2015년 제1회 프리미어 12까지 ‘한국산 핵잠수함’으로 맹활약했다. 

정대현으로부터 시작된 태극 잠수함의 계보를 박종훈(28ㆍSK 와이번스)이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박종훈은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대표팀에서 유일한 옆구리 투수다. 정통 언더핸드 투수인 박종훈의 투구 릴리스 포인트는 지면에서 불과 5㎝ 정도 위다. 마치 손이 땅에 닿을 듯한 투구폼을 가진 박종훈은 대표팀의 ‘비밀 병기’로 활약할 예정이다. 김경문(61)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중남미 국가를 만날 때 박종훈을 자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선에선 8일 쿠바전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극단적으로 낮은 릴리스포인트에서 나오는 박종훈의 공이 옆구리 투수를 많이 상대해 보지 않은 쿠바 타자들에게 잘 통할 가능성이 높다. 

박종훈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와 2차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출격 준비를 마쳤다.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훈련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긴장은 안 된다. 솔직히 빨리 던지고 싶다"며 "푸에르토리코와 평가전에서도 던질 때는 긴장이 안 되고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 더 긴장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푸에르토리코전을 통해 중남미 타자들을 상대해본 박종훈은 6일 쿠바와 캐나다 경기를 보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쿠바와 캐나다 경기를 보니, 쿠바 타자들의 스윙 궤적이 내 공의 궤적과 잘 맞지 않을 것 같았다. 스윙이 대부분 뒤에서 크게 나오더라. 변화구 비율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번 대회 공인구는 현재 KBO리그에서 사용하는 공인구보다는 반발력이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반발력이 높은 공은 투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박종훈은 “던질 때 크게 다른 것을 느끼지는 못하겠더라. (김)광현이 형이 똑같은 공으로 똑같이 던지는데 뭘 그런 걸로 고민을 하느냐고 했다. 저도 세뇌를 당해서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성인 국가대표로 선발된 그는 아직 대표팀이 어색하다고 말했다. “(김)광현이 형 뒤만 따라다닌다. 형이 나만 믿으라고 해서 열심히 따라다니고 있다. 밥 먹는 것까지 따라 하고 있다”고 웃었다.

옛 스승인 최일언(58) 투수코치와 재회도 박종훈에게 힘이 되고 있다. 박종훈이 신인이던 2010년에 최일언 코치는 SK 2군 코치였다. "어쩔 수 없이 잠수함투수가 많은 일본 투수들의 투구폼을 많이 보게 된다. 한국과 일본에 오래 계셨던 최일언 코치님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기본기를 많이 강조하신다"고 했다.

박종훈은 초중고교(군산중앙초, 군산중, 군산상고) 선배인 정대현처럼 국제대회용 투수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정대현 선배님처럼 잘하고 싶다"라며 "대한민국에 '이런 투수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