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YB, 벼랑 끝에 서 있다는 마음으로
[인터뷰] YB, 벼랑 끝에 서 있다는 마음으로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9.11.17 01:00
  • 수정 2019-11-16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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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언제나 벼랑 끝에 있다는 마음으로 작업한다." 곧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기도 한 YB의 기타리스트 허준은 음악 작업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최근 발매한 10집 '트와일라잇 스테이트'는 이런 처절함이 가득 담긴 음반이다. 앨범을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멤버들 간 의견 충돌도 많았고, 이런저런 문제의식 속에서 얻은 깨달음이 고독하게 들어가 있기도 하다.  '돈도 권력도 없지만 부러울 게 하나 없지'('깨어나라', 1994)라던 시절과 비교하면 돈도, 권력도, 안정적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기반도 충분히 마련했지만 YB는 여전히 '돈과 명예에 끌려 다니는 바보들과'('깨어나라') 다른 길에 서 있다.

-'트와일라잇 스테이트'를 소개해 달라.

허준="예전보다 색이 다양해졌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우리한테 나오는 걸 우리 스스로 가두지 말자고, 어떤 형태로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얘기를 충분히 해 보자고 하면서 작업한 앨범이다."
 
윤도현="록 음악이지만 공간감이 있게 만들고 싶었다. 꽉 채운 게 아니라 비어있는 음악이라고 하면 맞을 것 같다. 처음에는 많이 채웠다가 점점 악기를 걷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

윤도현="팬 분들의 반응 덕에 엄청 큰 힘을 받고 있다. 용기도 많이 얻고 있고. 이렇게 음악을 집중해서 들어주는 분들이 아직도 많이 계시는구나 싶어서 감사하다."

-앨범에서 어딘지 모르게 겨울 느낌이 난다.

윤도현="내가 곡을 겨울에 써서 그런가 보다. 이번 앨범에 실린 대부분의 곡을 작년 겨울에 산 속에 들어가서 썼다.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뮤지션들에게선 캘리포니아의 작열하는 태양 같은 느낌이 나듯이 이 앨범도 그런 것 같다."

-산 속에서 작업한 이유가 있을까

윤도현="도시의 소음, 모든 곳들이 빠르게 돌아가는 곳에서 벗어나는 게 음반 작업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산에서 고요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그 시간을 못 견뎌하고 불안해 했는데 점차 적응이 됐다. 기회가 되면 앞으로도 작업할 때 또 산을 찾고 싶기도 하다."

-'외람된 말씀'에 여러 동물 친구들이 나온다. 산에서 작업한 영향일까.

윤도현="그래서 그랬던 건 아닌데…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겠다. (웃음) 사실 이 노래는 앨범에 들어갈 수 있을지 관건이었다. 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곡이었다. 난해하게 들릴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우리 앨범 디자인도 마찬가지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외람된 말씀'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의도도 그것이었다. 의성어, 의태어 위주의 가사를 쓰고 싶었고, 대중음악이 가지고 있는 룰 같은 것에서 조금 벗어나고도 싶었다. 곡의 메시지는 '길들이려고 해서 길들여지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박태희도 곡 작업에 참여한 걸로 알고 있다.

박태희="나는 '나는 상수역이 좋다'와 '거짓'이라는 곡에 참여를 했다. '나는 상수역이 좋다'는 누구나 갖고 있을 지하철 역, 기차 역에 대한 추억을 나만의 장소, 나만의 단어들로 표현한 곡이다. '거짓'의 경우에는,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정의나 불의를 논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것이라고 보는데, 그것을 하게끔 도와주는 미디어들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삶에서 어떤 미디어와 공존하고 있는가 그런 이야기에 대해 썼다. 사실 '나는 상수역이 좋다'의 경우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에서 동떨어져 있어서 애초에 들어가지 않았던 곡인데 (윤)도현이가 '콘셉트가 너무 넓어진 경향이 있지만 이 노래도 좋으니까 넣자'고 해서 넣게 됐다. 멤버들에게 감사하다."

윤도현="나만 그랬던 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스타일은 다르지만 좋으니까 넣자고 했다. 항상 보면 (박)태희 형이 쓰는 곡 스타일이 YB 앨범과 조금 다르기는 하다. (웃음) 예전 한국 음악 감성을 굉장히 좋아하는 형이어서 조금 빠르게 변화하는 그런 상태에서는 조금 예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YB의 오래된 팬들에게는 선물 같은 곡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 노래를 계속 부르고 싶었다. 혼자 자전거를 타면서도 부르고 운동을 하면서도 부르고 드라이브를 하면서도 부르고 싶었다. 곡이 정말 좋았다."

-앨범 작업 과정은 어땠나.

김진원="음악을 만드는 것 외에 일상적인 부분에서도 서로 이해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서로 이해 못 하는 부분들도 있다. 노래를 들었을 때 느낌이 서로 다르기도 하고 처음에 느낀 것과 나중에 느낀 게 달라서 판단을 번복할 때도 있고. 그렇다 보니 서로 어떤 부분에서는 양보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두드러지게 나서면서 가는 것 같다. 여러 의견을 나눴다."
 
박태희="이번 앨범이 역대급으로 피크를 쳤던 앨범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비극, 외로움 같은 것들이 가사에도 녹아 들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른 앨범들에 비해 작업이 더 처절했던 것 같다. 서로 많이 부딪혔고,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해지기도 했다. 서로 기다려준 시간도 있었고. 그래서 이번 앨범이 나왔을 때 '이게 진짜 나왔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윤도현="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위기가 크게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위기 덕분에 이런 앨범이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덧붙이자면 '우리가 정말 솔직했구나. 음악을 대하는 각 멤버들의 입장이 굉장히 솔직했구나' 싶었다. 솔직했기 때문에 치열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나올 수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이 기적 같다."

-얼마나 갈등했기에 '기적'이란 말까지 나오나. 거의 해체까지 갈 분위기였나.

박태희="부부싸움이 칼로 물 베기지 뭐. (웃음)"

윤도현="내 입으로 차마 그렇게까지(부부싸움) 말은 못 하겠는데. (웃음)"

-데뷔 25주년인데 참 여전하다. 앨범에 깃든 정서가 1, 2집 때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어딘지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윤도현="화라기 보다는 절망에 가깝다. '왜 내게만 이렇게 안좋은 일이 생길까' 그런 생각은 사실 누구나 다 하잖나. 음악을 작업할 때 항상 최악의 감정 상태를 끄집어내는 습관이 있다. 당연히 예전에 비해 삶도 나아졌고 음악하기도 편해졌지만, 그 안에도 또 괴로움은 있으니까. 그래서 이런 곡들이 나오는 것 같고,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열정이 너무 많다는 느낌도 든다."

허준="후배들이 '요즘은 음악하는 게 어떠냐'고 물을 때가 있는데, 그러면 나는 '어릴 때와 똑같이 늘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대답한다. 음악을 할 때는 항상 끝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똑같이 힘들다."

-그렇게 현실을 예민하게 느끼는 건 YB가 태생적으로 그런 밴드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노력하는 건가.

허준="음악은 마치 강을 거꾸로 올라가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쓸려 내려가지 않겠나. 지금 가는 길이 옳은 것인가 바른 것인가 그런 것을 다 알 순 없겠지만 어쨌든 어딘가로 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게 음악을 하는 사람의 숙명인 것 같다. 음악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계속 그렇게 살게 될 것 같다."

-연말 공연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윤도현="이번엔 지방 공연이 없고 서울에서만 공연을 연다. 영상이나 스탠딩석 규모 등을 봤을 때 블루스퀘어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아깝지만 정말 다신 없을 공연이 될 것 같다. 최근엔 영상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무대에 올릴 영상들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사진=디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