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흐름이나 현상을 언급할 때 ‘가파른, 급격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뉴스나 기사가 부쩍 늘고 있다. 경제가 건강하지 않다는 징후다. 경제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으로 읽힌다. 지금 경제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변수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상황만 놓고 본다면 ‘가파른, 급격한’이라는 형용사는 관찰되는 대상이 예상을 벗어나 일반화되기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 같은 맥락에서 ‘가파른, 급격한’이라는 말에는 종종 ‘부적응’이라는 비정상적(Abnormal)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말 ‘가파른, 급격한’에 해당되는 영어단어가 ‘Steep’이다.

그런데 스펠링이 같은 단어가 마케팅에서는 의미가 다르게 쓰이고 있다.

바로 ‘STEEP분석’과 ‘STEEP소비’이다.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약자다. ‘STEEP분석’이란 마케팅의 거시환경인 ‘사회적(Social)’, ‘기술적(Technological)’, ‘경제적(Economic)’, ‘생태적(Ecological)’, ‘정치/법규적(Political)’요소를 분석하는 기법을 일컫는다.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환경을 분석하는 도구이다. 이러한 외부환경분석은 사업과 관련된 과거, 현재, 미래의 환경까지를 모두 봐야 한다. 즉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분석하고 예측하여 대응하는 방법이다.

마케팅은 ‘STEEP분석’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시장변화에 대응해 경영환경을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제대로 된 마케팅전략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편 개인의 효용확대에 목표를 두는 소비현상을 ‘STEEP소비’라고 한다. ‘공유형(Sharing)소비’, ‘웰빙형(Toward the health)소비’, ‘실속형(cost-Effective)소비’, ‘경험형(Experience)소비’, ‘현재형(Present)소비’의 머리글자를 더해 만든 신조어다.

오늘날 개인 효용극대화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트렌드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실질적인 소득정체로 ‘공유형 소비’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유행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 물건을 소유하는 전통적 소비에서 공유형태로 전환되는 추세다.

가구의 소형화와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건강을 고려한 ‘웰빙형 소비’에 대한 인식과 소비가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가성비’와 ‘가심비’를 중요시하며 기능과 질 또한 고품질의 상품을 선호하는 ‘실속형 소비’가 대세다.

‘경험형 소비’란 직접체험에 방점을 두고 소비욕구를 높이고 만족감을 느끼는 소비활동이다. ‘현재형 소비’ 또한 미래를 대비하는 소비보다는 현재 스스로의 행복과 만족감을 중요시하는 소비현상을 말한다.

‘Steep’의 본래 의미처럼 경영환경이 급변해 왔듯이 소비행태도 가파르게 변하고 있다. 앞으로 ‘STEEP소비’ 행태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이 ‘STEEP분석’을 통해서 ‘STEEP소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마케팅전략의 구사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칼럼리스트=이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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