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출연자들의 논란에 대한 방송국의 대처가 화제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논란이 이어지면서 많은 프로그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출연자 사전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지만 출연자 검증 방법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각자의 입장과 우려를 살펴봤다.
 
■ 출연자 논란으로 인한 프로그램의 피해
지난 3월 연예계는 버닝썬 게이트로 들썩했다. 이로 인해 tvN '짠내투어', tvN '현지에서 먹힐까 3'는 재편집을 통해 정준영의 모든 분량을 도려냈고 KBS '1박 2일' 시즌3는 정준영의 논란과 김준호, 차태현, 담당 PD의 내기 골프 사건이 불거지면서 무기한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MBC '라디오스타', TV조선 '얼마예요?'는 로버트 할리를 SBS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 JTBC '스테이지K', '그랜드 부다개스트'는 비아이의 분량을 도려냈다. 이 외에도 tvN '작업실'의 남태현, MBC '나 혼자 산다'의 잔나비 최정훈, 엠넷 '쇼미더머니8'의 킹치메인 분량이 편집됐다. 이들은 각각 마약, 양다리, 부친 관련, 성희롱 논란이 있는 출연진이었다.
이는 단지 연예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와는 달리 여러 프로그램에 일반인 출연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는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출연자가 나와 해당 회차 다시보기 서비스를 삭제했고 엠넷 '프로듀스X101'에 출연했던 연습생 윤서빈은 과거 학교 폭력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JYP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도 해지됐다.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대부분 녹화를 하고 편집을 하는 형식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출연 전 있었던 사건이 프로그램 방송 후 논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불어 제작진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출연자의 분량을 편집하는 것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다. 논란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방송분에서 출연자의 모습을 삭제하는 것이다.

 
■ 더욱 강화된 출연자 검증 방안
이에 제작진들은 출연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제작진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미리 출연자에 대한 사전조사를 한다. 여러 번의 면접을 거치거나 출연자의 SNS를 미리 살펴보는 등 여러 방면으로 출연자를 검증하는 문화가 생겼다.
'1박 2일' 시즌 4 방송을 앞두고 있는 제작진은 얼마 전 취재진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내부적으로 출연자 검증 시스템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 이번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출연자 적합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시청자위원회와의 조율을 통해 '출연자 자문 위원회' 출범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MBC '언더 나인틴'의 정창영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자들을 검증하기 위해 작가들이 과거사 진상위원회를 열었다. 십대들이기 때문에 여러 문제들이 있을 것 같아서 진솔하게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제작진이 세심하게 한 달 정도 논의한 끝에 처음 엔트리 외에 많은 친구들이 바뀌었다. 저희 나름대로 필터링을 거쳤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될 것 같다. 교감을 많이 나눴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프로그램 시작 전 출연자 사전 검증 방법에 대해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사전 인터뷰에는 한계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제작진이 출연자와 사전에 여러 번 미팅을 하더라도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솔직히 한계가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출연자들이 모든 걸 사실대로 이야기 해주냐 아니냐에 달려있다. 출연자들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연예인들의 경우 이전에 활동했던 당시의 영상이나 기사들, SNS를 보면 되지만 일반인 출연자 같은 경우에는 사전 정보가 없어 더 힘들다"며 "그래서 사소한 사건에도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이 있는 출연자 사전 검증
더불어 이러한 출연자 사전 검증은 사생활 침해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논란이 불거지기 전 아예 논란을 만들지 말자는 취지이지만 이 자체가 신상털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KBS 이훈희 제작 본부장은 "검증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조심스럽다. 제작진에게 사법관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사 청문회를 할 수도 없다"며 "자칫 잘못하면 법에 저촉 될 수 있다. 검증이라는 것이 뒷조사가 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출연자 검증이라는 것이 어디까지, 무엇을 검증한다는 건지 기준이 애매하다"며 "사생활 침해나 인권 침해 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출연자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들여다 봐야 하는 건지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더불어 "제작진이 사전에 검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한 채 진행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이 자체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출연자 사전 검증은 이제 프로그램을 만들기 전 필수 과정 중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또 다른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앞으로 지금보다 정확한 기준에서 공정한 방법으로 출연자 선정 과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 다수의 시각이다.

사진=OSEN, KBS '1박 2일' 포스터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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