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개봉 14일 만에 900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대표적인 흥행 요소는 엘사와 안나 자매다. 화려한 마법과 비주얼의 엘사, 밝고 사랑스러운 엘사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안나 캐릭터를 총괄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엘사와 다른 안나의 매력은 엄청난 내면의 힘이 있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지난 시즌 안나의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겨울왕국2’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총괄 업무에 지원했다. 2007년 디즈니 입사 후 처음으로 슈퍼바이저직을 수행하게 됐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책임감이 커진 만큼 부담도 컸다”고 했다.

-처음 슈퍼바이저 업무를 수행하게 됐는데.

“‘겨울왕국’ 1편에서 애니메이터로 참여했는데 슈퍼바이저로 뽑아주니 신이 났다. 디즈니는 여러 부서들끼리 서로 엄청난 협업을 한다. 안나라는 캐릭터도 굉장히 많은 사람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안나 슈퍼바이저로서 다른 애니메이터보다 1년 먼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감독님과 함께 연구를 해서 어떤 표정을 짓는 캐릭터라는 걸 구축했다. 감독님이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애니메이터를 할 때는 맡은 신의 움직이는 모습만 했다면, 슈퍼바이저는 필름 전체를 봐야 한다.”

-‘겨울왕국2’는 ‘겨울왕국1’에서 3년 후 이야기를 담는다. 안나의 통일성을 주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나.

“감독님들이 안나를 만들 때 내면의 성격이나, 사고방식 등을 꿰뚫어 보고 있다. 그걸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야 한다. 어린 시절 성격이 이러이러했으니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을지를 고민하며 표현했다. 항상 스토리와 성격에 맞춰서 심도 있게 연구를 해야 했다.”

-총괄 책임자인 슈퍼바이저 업무를 수행하며 고충도 많았을 듯하다.

“아무래도 책임이 커진 만큼 힘든 면도 많았다. 하지만 보람도 컸다. 애니메이터를 할 때는 90분 중 약 1분~2분 사이를 담당한다. 내가 한 장면을 보면 굉장히 즐겁다. 작품에 작게 일조한 느낌이 있는데 이번에는 안나 슈퍼바이저를 했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 해야겠다는 무게감도 느꼈다. 그만큼 다른 애니메이터가 한 걸 봤을 때 뿌듯하고 감사했다. 작품에 너무 깊게 관여했기 때문에 마치 가족사진 앨범을 보는 것처럼 영화를 보게 된다. 모든 장면 하나하나, 일화가 생각난다.”

-많은 지원자들이 슈퍼바이저 업무를 지원했는데 크리스 벅, 제니퍼 리 감독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내가 80~90명의 애니메이터 중에 가장 실력이 뛰어나서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니메이터들도 액션, 코미디, 연기 등 다들 잘하는 분야가 있다. 난 평소에도 안나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성격도 그렇고, 회사에서 박수치고, 뛰어다니고 그런다. 그런 면들을 감독님들이 고려해서 뽑아주신 것 같다.”

-꿈의 직장 디즈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꿈을 이루고 디즈니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해보니 어떤가.

“‘공주와 개구리’가 처음 애니메이터로 작업한 작품이다. 그 때는 매일 꿈꾸는 느낌이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작업을 하면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이루게 됐다. 모든 캐릭터가 새로운 캐릭터다. 워낙 어릴 때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는데 관객 모드가 아닌 가족앨범 보는 느낌으로 작품을 보게 돼서 아쉽다. ‘개봉하니까 꼭 보러 갈 거야’라는 마음은 없어진 것 같다.”

-‘겨울왕국’은 엘사파와 안나파로 나뉜다. 안나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안나는 솔직하고 세심하다. 성격도 밝다. 언니 엘사나 주변 캐릭터들에게 다가가는 캐릭터다. 항상 누군가의 마음에 닿으려고 노력하는 게 안나의 큰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엘사 역시 밑에서 서포트를 해주는 안나의 사랑이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마법을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내면의 힘이 있다.”

-안나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있나.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주변의 사람, 생명, 그리고 그것들의 성격을 유심히 관찰하고 생각한다. 캐릭터와 맞는 부분이 있으면 그때의 그 사람, 그 장면을 끌어다 반영한다. 나 역시 언니가 있는데 굉장히 활발하고 밝다. 우리 관계도 안나와 엘사처럼 애틋하다. 어머니께서 좀 일찍 돌아가셨는데, 우리끼리 ‘엄마가 남겨준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런 부분들이 작업을 하면서도 도움이 됐다.”

-다민족국가인 미국에서 한국인이 팀에 1~2명이 있다는 건 적은 수치가 아니다. 한국에서 받은 교육과 감성이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도움이 되나.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여러 민족이 모여서 이뤄낸 나라고, 그렇게 발전한 나라이기도 하다. 디즈니는 더욱 더 남녀노소 아이디어를 많이 존중하고 들어주는 면이 있다. 그런 면에 서로에게 배우는 점들이 굉장히 많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역사도 깊고 전통과 예의를 중시하지 않나. 옛 것을 중시하는 문화가 몇 세대 뒤에도 한결같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디즈니와 잘 부합하는 것 같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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