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JTBC '나의 나라'에서 박문복으로 분한 인교진이 개그 캐릭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문복은 염장이 출신으로 전장에서 10년 동안 있으면서 웬만한 상처는 흔적도 없이 꿰매는 천의무봉이다. 이 역할을 분하기 위해 인교진은 치아를 까맣게 하는 분장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으로 극 중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에 인교진은 "문복은 '나의 나라'에서 독보적인 웃음 캐릭터고 윤활유 같은 캐릭터다. 까맣게 칠하는 건 평소에 집에서도 많이 한다"라고 밝혔다.

 

- 종영 소감부터 이야기 해 본다면.

"촬영이 워낙 길었기 때문에 힘들면서도 아쉽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있다. 아직은 실감이 잘 안 나는 느낌. 다시 촬영장에 나가야 할 것 같다."

 

- 문복 역을 분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나의 나라' 기본 서사가 진지하고 무거웠기 때문에 혼자 겉돌까 걱정했다. 눈치 없는 사람처럼 혼자 너무 튀어 보일 수 있는 역할이라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조연이지만 주연 같은 비중이었는데.

"매 순간 열심히 했다. 하얀 배경에 까만 점이 찍혀있듯 진지하고 큰 얘기를 그리는 서사에서 혼자 개그적인 요소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다. 주연 배우들이 잘해줬기 때문에 문복도 덩달아 잘 된 것 같다. 다른 얘기들이 흐지부지되면 덩달아 나도 하는 게 뭐야 라고 느껴질 수도 있었을거다."

 

- 코믹과 액션을 넘나드는 역할이었다.

"대다수가 멋있게 액션을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문복은 그런 설정보단 살기 위한 액션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멋있게 칼을 피하는데 문복은 진짜 칼을 피하기 위해 좀 더 리얼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액션할 때 중얼중얼 하기도 하고. 현실적인 액션을 선보였다."

 

- 문복은 아무래도 치아를 까맣게 칠한 분장이 인상적이었다.

"이에 까맣게 칠하는 건 원래도 좋아하는 편이다(웃음). 집에서도 김 끼고 웃기기도 하고. 아무래도 문복은 군역생활만 10년 한 캐릭터라 제대로 분장을 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 감독님이랑 작가님한테 제의를 드렸다. 그랬더니 인 배우를 믿는다고 해주셔서 자신감 있게 했다."

 

- 불편하지는 않았나.

"하루 종일 촬영하거나 밤 늦게까지 촬영하는 경우에는 먹는 것 때문에 불편했다. 음식을 먹으려면 이를 다시 긁어내고 분장을 다시 해야 하니까 안 먹고 버텼다. 계속 칠하다 보니 변색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안 먹으니까 살도 빠지고 변색도 안됐다. 다행이다."

-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편인가.

"그런 건 없는 편이다. 원래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하지만 작품이 거듭되면서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가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긴 하다.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부담스럽거나 하는 건 없다."

 

-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현장에서 주로 휘벤져스(양세종, 지승현, 이유준)랑 같이 있었다. 엄청 친해져서 재밌게 촬영했던 것 같다. 특히 양세종은 정말 영혼이 맑고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이다. 20대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되고 싶을 정도다. 그리고 지승현은 개그욕심이 있는 편이다. 진지하고 멋있는 역할을 잘 하는데 그 속에 묻어나는 개그욕심이 있더라. 그래서 나중에 진지한데 어리바리한 역할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준이는 승현이랑 같이 리액션을 참 잘 해줬다. 결이 잘 맞는 편이었다."

 

- 본인은 개그 욕심이 많은 편인가.

"많다. 주변 사람 웃기려고 하는 건 예전부터 그랬다. 와이프는 그런 모습을 예전부터 봐왔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었고 '동상이몽'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게 된 것 같다. 사적인 생활을 보여줘야 하는 거라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부터 아이들에게까지 알릴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 아이들의 근황도 궁금하다.

"두 자매의 시너지가 장난 아니다. 하은이가 개그 욕심이 있는 편이라 같이 있으면 재미있다. 아직 소은이는 말로 소통을 할 수 없지만 하은이는 대화가 통하니까 티키타카도 잘 된다. 힘들 때도 있지만 보고 있기만 해도 행복하다."

 

-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예전에는 성공하고 싶었고 좋은 역할을 맡아서 유명해지고 시청자들에게 나를 알리는 것들이 일을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니까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자연스럽게 변한 것 같다. 한 가지 원동력으로 20년을 가는 게 아니라 내 가족들이 삶의 이유와 목표, 원동력이 된 것이 자연스럽고 좋은 것 같다. 긍정적인 영향이다."

- 벌써 데뷔 20주년이다. 그 동안의 배우 인생을 돌아본다면.

"한 10년 동안을 관계자들도 잘 모르고 인지도도 없는 배우였다. 역할에 경중은 없지만 목표한 것에 많이 못 미치는 배우였기 때문에 그 동안은 실망도 많이 하고 후회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러던 와중에 '마의'를 하고 '백희가 돌아왔다'를 하면서 개그적인 캐릭터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재미를 느끼고 열중해서 연구를 많이 하게 됐다. 20년 참 길었구나 싶다."

 

- 배우로서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다음 목표라고 해서 계단식으로 생각해놓진 않았고 지금 걷고 있는 길을 다른 곳으로 꺾어서 새지 않고 잘 닦아가면서 쭉 가보고 싶다. 내가 선택했고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목표가 어찌됐든 열심히 잘 하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예전에 한 작품 끝나면 다음엔 뭐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 이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힘이 센 것이 강한 게 아니라 끝까지 버티는 게 강한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지칠 때도 있고 가끔은 그냥 하지 말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좋은 생각들로 잘 해 왔으니까. 앞으로도 잘 해내고 싶다."

사진=키이스트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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