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때 천덕꾸러기에서 친환경엔진인 전기차·수소차와 다시 경쟁
유럽 해치백에 적용된 엔진이라 인기도 만점... 르노 클리오, 폭스바겐 골프, MINI 등
르노 클리오가 국내에서 판매가 단종됐다. 클리오는 해치백 스타일로 유럽에서 폭스바겐 골프나 BMW 미니와도 경쟁하는 모델이다. 사진=르노삼성차

[한스경제=조윤성 기자] 과거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자동차 붕붕’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모았던 적이 있다. 꽃향기가 자동차 동력의 원천은 아니겠지만 최근 추세를 살펴보면 물로 가는 수소차도 나오니 꽃을 원료로 달리는 자동차 개발도 먼 미래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꽃이나 물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다. 연료의 가성비를 따졌을 때 값 싸고 연비가 좋은 재료가 자동차에도 속속 적용되고 있다. 운전자들이 경제성을 따져 연비 좋은 자동차를 찾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세컨드카를 고민하던 중 지인이 ‘기름 냄새만 맡아도 달리는 차량’을 추천했다. 애니메이션 속 자동차도 아닌데 ‘설마 그런 차가 있냐’며 재차 물으니 르노의 클리오(CLIO)를 추천했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디젤차량을 추천해서 반신반의 했다. 차량 디자인에서도 그다지 이쁘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망설일 수 밖 에 없었다.

클리오는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한국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한 소형차다. 해치백(Hatch Back)의 본 고장인 유럽에서 폭스바겐 보다 더 많이 팔린 차량으로 유명한 클리오지만 한국에서는 큰 인기를 못 누렸다.

해치백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형태로 덩치를 키운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은 인기를 구가하는데 해치백은 유독 인기가 별로 없는 차종이다. 현대차 i30나 아이오닉, 벨로스터 같은 차량도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과거에도 시승할 때는 높은 연비에 만족했지만 막상 구입을 고려할 때는 꺼져지는 게 해치백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11월 초에 클리오를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다시 관심을 가졌다. 이후 클리오를 가족에게 선물했다는 지인한테 물어보니 ‘너무 만족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유를 물으니 여성운전자들이 너무 편하게 운전할 수 있고 나름 편의사양도 많이 갖추고 있다고 했다. 남자들이야 운전에 익숙해 어떤 차량을 운전하더라도 쉽게 적응하지만 여성 운전자들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르노 클리오 차량을 수령하기 위해 부산 사직동에 위치한 르노삼성차 매장을 직접 찾았다. 사진=조윤성

여성운전자에게 좋다는 전언에 클리오 판매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클리오는 모두 재고물량이 소진되고 불과 5대만 보세창고에 남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상담을 해 보니 남은 5대도 이미 경쟁자가 3~4명씩 붙어 획득이 쉽지만은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계약금을 걸고 며칠을 기다리니 판매점에서 연락이 왔다. 당첨됐다는 소식이었다. 차량이 있는 소재지를 확인해 보니 부산 사직동 인근이었다. 마침 지방을 갈 일이 있어 직접 차량을 가지러 가겠다고 통보하고 차량이 있는 판매점을 찾아 직접 운전해 차량을 서울로 가져왔다.

부산에서 서울로 직접 클리오를 몰고 오는 동안 ‘주행성능 좋은데...’ ‘이런 차를 그동안 왜 몰랐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동급의 차량과도 경쟁하게 됐는데 주행성능에서 앞서는 품질을 보여줬다. 연비도 부산에서 서울까지 주행하는데 500여㎞를 20㎞/ℓ초반대를 기록해 탁월한 경제성을 갖췄다. 웬만한 하이브리드차량도 20㎞/ℓ초반대 연비는 어렵다.

국내에서 단종된 르노 클리오를 직접 구매해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주행해 보니 연비는 하이브리드를 뛰어 넘는 20㎞/ℓ초반대를 기록했다. 사진=조윤성

동급차량을 꼽으라면 폭스바겐 골프나 BMW 계열의 미니 정도다. 이들 차량보다 잘 달리면 소형차 중에서는 성능이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에서 경쟁차를 압도하니 디자인 뿐 아니라 엔진성능도 월등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유로6 기준의 디젤엔진이 탑재돼 배기가스도 큰 염려는 없었다.

이렇듯 디젤엔진은 유럽시장에서 건너와 한국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이제 디젤엔진은 트럭이나 버스, SUV 등에만 적용되는 엔진이 아니다. 차량가격은 높지만 낮은 연료가격에 높은 연비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연비는 좋지만 배기가스 배출이 문제여서 규제를 앞두고 있었던 엔진이기도 하다.

그러다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디젤을 제외하고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의 개발에 힘써 왔다. 물론 디젤 게이트가 촉발하면서 이런 엔진들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힘써 오다가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관련 엔진개발이 가속화됐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고 해서 디젤차량이 아예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아니다. 디젤게이트에서 문제가 됐던 문제점을 해결한 디젤엔진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어 배기가스를 크게 줄인 친환경 디젤차량도 출시되고 있다. 요소수를 넣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불편은 감내할 만 하다.

르노 클리오는 '기름 냄새만 맡아도 달리는 차'라며 지인들이 추천해 준 차량이다. 실제 연비는 기대 이상이다. 사진=르노삼성차

무엇보다 디젤을 대신하는 대중화된 엔진이 없다는 이유에서 당분간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보조금이 적용되지 않으면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가 디젤엔진 치량의 판매가격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는 보조금을 받으려면 순번이나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른 보조금규모 때문에 쉽게 구매하기도 어렵다.

디젤차량은 연비를 개선하기 위해 엔진의 크기를 줄인 다운사이징 엔진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엔진의 배기량 또는 실린더 수를 줄여 연비를 좋게 하면서도 터보차저나 연료 직분사 방식 등의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낮은 배기량의 엔진이 보다 높은 등급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 다운사이징이다.

소형SUV나 C세그먼트SUV, 중형차 등에서 다운사이징된 엔진은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차량 크기는 크지만 적은 연료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 각광을 받기도 했다. 투싼 1.7이나 QM6 1.7 dCi가 좋은 예다. 차량가격은 낮추고 엔진의 효율을 높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자가 구매한 르노 클리오도 1500㏄급 엔진이 탑재돼 있다. 보통의 중형차에 1800㏄급 디젤엔진이 탑재되는데 약간 과한듯 싶지만 만족한다.

한 때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자칫 시장에서 퇴출위기를 겪었던 디젤엔진이 친환경 시대를 맞아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과의 경쟁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조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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